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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법원행정처

대법원, 성범죄 사건 ‘유죄 취지’ 파기환송 급증

법률신문, 2018년~2020년 파기환송 판결 전수조사

리걸에듀

대법원이 성범죄 사건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사건 수가 최근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가운데 상당수는 하급심이 인정한 사실관계 판단을 이른바 '채증법칙 위반' 등을 이유로 들며 뒤집은 것으로 확인됐다. 법조계에서는 법률심을 담당하는 대법원이 사실심 판단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은 남상소 방지와 사실심 충실화에도 걸림돌이 되는 만큼 자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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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성범죄 파기환송 25건 중 72%가 '유죄 취지 파기환송' = 18일 본보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대법원이 파기환송한 성범죄 사건(△성 풍속에 관한 죄 △강간과 추행의 죄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성폭력 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위반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모두 7가지)을 전수조사한 결과, 파기환송된 76건 가운데 42.1%인 32건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됐다.

 

특히 지난해 파기환송된 25건 가운데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된 사건은 무려 72%에 해당하는 18건에 달했는데, 이는 2018년 21건 중 7건(33.3%), 2019년 30건 중 7건(23.3%)만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됐던 점에 비춰보면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2018년 21건 중 7건, 

2019년 30건 중 7건에서

2020년은 25건 중 18건으로 

무려 72%에 달해

 

본보는 전수조사를 하면서 '기계적 통계'와 '유·무죄 취지'를 구분하지 않는 사법연감 통계의 한계를 감안해 2018년부터 2020년까지의 대법원 성범죄 사건 파기환송 판결문을 입수해 직접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우선, 원심인 항소심에서 피고인에 대해 무죄 선고가 이뤄졌지만, 대법원이 원심 판단을 뒤집고 유죄로 선고한 뒤 파기환송한 사건을 '유죄 취지 파기환송'으로 봤다. 그리고 원심에서 유죄로 선고된 사건을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뒤집거나 여타 다른 소송절차상 하자 등으로 인해 파기환송한 것은 별도로 분류했는데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 이는 사법연감에서 집계한 파기환송 통계보다 각각 5건(2018년), 3건(2019년), 3건(2020년)이 더 많은 수치다.

 

특히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사건의 상고심 판결문 상당수는 하급심이 인정한 사실관계 판단을 뒤집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특히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강제추행죄, 심신미약자추행죄, 간음죄, 강간죄,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죄 등 성범죄 사건 법리의 오해를 지적함과 동시에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했다"거나 "증거의 증명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이른바 '채증법칙 위반'을 이유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을 뒤집은 사례가 많았다.

 

상당수 채증법칙 위반 등 

이유로 하급심 뒤집어

 

◇ 전체 성범죄 파기환송률은 '3%'대 = 다만 다른 형사사건에 비해 성범죄 사건의 파기환송률이 높은 편은 아니다.

 

'사법연감'에 있는 형사공판 사건 현황에 따르면, 대법원은 2018년 (앞서 7가지 죄명에 해당하는) 성범죄 판결 560건 중 16건(2.9%)을 파기환송했다. 2019년에는 810건 중 27건(3.3%)을, 2020년에는 702건 중 22건(3.1%)을 파기환송해 파기환송률이 3%대 전후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전체 형사사건 파기환송률은 2018년 6801건 중 431건(6.3%), 2019년 7293건 중 261건(3.6%), 2020년 5976건 중 404건(6.8%)으로 집계돼 성범죄 사건 파기환송률보다 2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변호사는 "성범죄 사건의 파기환송률이 다른 형사사건에 비해 그다지 높지 않은데, 유독 유죄 취지 파기환송이 최근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대법원이 성범죄 사건에서 유죄 심증 경향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5월 한 현직 부장판사가 법원 내부전산망인 코트넷에 대법원의 성폭력 사건 판결 경향에 대해 "유죄 판결 법원이 됐다"며 비판하는 글을 게재한 바도 있다. 성폭력 사건의 1,2심 재판부가 피고인과 증인 등을 직접 대면해 사실심리를 했음에도 대법원이 이를 인정하지 않고 사실인정 문제를 계속 경험칙이라는 이유로 파기하거나 성인지 감수성 결여 등을 이유로 1,2심 사실 판단을 뒤집는 경향을 보여 하급심이 무의미해지고 있다는 취지였다.


법조계

 “법리오해 내세워 사실상 사실판단 개입” 

 

◇ 법조계 "대법원 사실판단 개입은 모순" = 대법원이 사실관계 판단에 관여하는 것에 대해서는 '구체적 타당성 추구'를 위해 일정부분 이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원심판결이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은 상고법원을 기속한다'고 규정한 민사소송법 제432조 등 현행 법체계에 어긋나는 것은 물론 대법원의 정책법원 기능 강화, 사실심 강화 및 사실심 판단 존중을 통한 남상소 방지 등 기존 정책과도 배치되는 모순적인 행보라는 지적도 많다.

 

성폭력 사건을 전담했던 한 판사는 "채증법칙 위반이라는 게 겉으로는 법리오해를 내세우면서도 결국 사실관계를 변경하는, 즉 '사실인정' 부분에 개입하는 것"이라며 "증인 신문과 피고인 신문은 사실심인 1,2심에서 이뤄지는 것인데, 사건 당사자들에 대한 직접적인 대면 없이 서류를 통해 판단하는 법률심인 대법원에서 이를 뒤집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의문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법원이 스스로 법률심으로서의 정책법원 모양새를 추구하면서, 지금과 같이 사실심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남상소 방지와 

사실심 충실화에도 걸림돌” 

지적

 

한 부장판사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지적하는 것이 조심스럽긴 하지만, 지금처럼 대법원의 사실심 관여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면 하급심 판사들도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법원에 우려의 목소리가 전달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로스쿨 교수는 "최근에는 성범죄 사건에서 무죄 판결을 받기는 글렀다는 말까지 나온다"며 "피해자 진술이 특별히 모순되지 않는다면 피해자 진술을 되도록 믿어야 한다는 식으로 기계적으로 결론이 나서 거의 피해자의 말에 따라 유죄가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피해자 진술도 중요한 가치를 갖지만 피고인의 방어권, 무죄추정의 원칙도 중요한 가치"라며 "대법원에서 사실심이 판단한 것을 계속해서 뒤엎는 경우가 생기니 하급심에선 알아서 엎드리는 방식이 됐다. 성인지 감수성 개념이 지나치게 지배하는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유죄 취지 파기환송 건수의 급증은 성범죄 유·무죄 판단을 피해자 측에 한 발 더 다가가 판단하겠다는 접근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지금까지 형사절차에서는 피해자가 배제된 상황이 많았기 때문에 그런 (피해자 측에 조금 더 유리한)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 성인지 감수성이나 채증법칙 위반 판결 등으로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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