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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ISD와 환경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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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들어가며

현재 환경 오염으로 인한 전 지구적인 기후 변화 위기는 심각한 상황에 이르러 최우선의 국제적 아젠다로 논의되고 있다. 다수의 자유무역협정 내지 양자투자협정이 포함하고 있는 투자자-국가간 분쟁(Investor-States Disputes)절차는 최근 20년간 그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환경 문제가 관련된 투자중재 사건들 역시 점차 증가 추세이다. 이에 환경과 관련된 투자자-국가간 분쟁 사례를 소개하고, 시대적 논제로서 '환경'이라는 쟁점이 투자분쟁절차에서 보다 적절하게 고려될 수 있도록 하는 전략과 법적인 장치를 간략히 살펴본다. 더 구체적인 분석과 검토는 졸고 '투자자-국가간 분쟁해결절차(ISDS, Investor State Dispute Settlement)에서 환경 쟁점의 고려'(법조 제70권 제3호)를 참고하기 바란다.


Ⅱ. 환경 문제가 쟁점이 된 투자자-국가간 분쟁 사례
1. Pac Rim v. El Salvador(2009~2016년)

신청인은 석유, 가스, 광물 등의 자원을 채굴하는 캐나다 회사로, 엘살바도르가 자원 채굴 사업 개발 및 경제활성화를 위해 해외 투자 유치를 장려하던 시기에 엘살바도르에서 금 채굴 사업을 수행하고자 하였다. 신청인은 2002년 탐사 및 채굴 예비 활동 허가를 취득 후 카바냐스 지역 내 높은 등급의 금 매장지를 발견하여, 2004년 자회사를 통해 채굴허가를 신청하였다. 그러나 엘살바도르 정부는 신청인이 양허 지역 내 토지 소유자들의 동의 등을 제출하지 못하였다며 자국의 광산법령상 요건 불비를 이유로 채굴허가를 거부하였다. 이에 엘살바도르 투자법에 근거한 중재가 개시되었고, 이 사건은 환경 문제와 관련되어 많은 국내적 주목을 받았다. 채굴 광산이 주요 식수원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대중의 강력한 우려로 여러 시민 단체들이 채굴 사업에 반대하였으며, 카톨릭주교회의가 여러 차례 반대 성명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중재판정부는 광산법 채굴허가 요건상 '동의가 필요한 토지소유자' 범위에 관한 다툼 끝에 피신청국 손을 들어주었으나, 환경 오염 우려로 큰 이슈가 되었음에도 분쟁 쟁점을 해석하는 데에 환경 보호를 위한 입법 배경이라던가 채굴사업의 환경 영향과 같은 사항은 거의 고려되지 않았다.

2. Aven v. Costa Rica(2014~2018년)

신청인들은 2000년대 초반 코스타리카 연안에 관광 및 상업 부지 개발 사업을 하고자 시정부와 양허계약을 맺고, 환경적합성 및 건설허가를 취득했다. 개발 과정에서 습지 및 산림 훼손을 이유로 지역사회의 반대가 계속되자, 정부는 해당 부지에 습지와 산림지대가 있음을 확인한 후 사업 중단 결정을 내렸다. 이에 신청인들은 2014년 도미니카-중미-미국간 자유무역협정에 근거해 투자중재를 신청했다.

중재판정부는 협정상 투자 챕터와 환경에 관한 챕터상 규율의 관계에 관하여, 피신청국의 주장에 따라 투자챕터상 "본 장의 어떤 내용도 당사국이 자신의 영토 내 투자활동이 환경 문제에 민감한 방식으로 수행되도록 하기 위해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본 장과 일치하는 조치를 채택, 유지, 시행하지 못하도록 해석되어서는 안된다"는 제10.11조에 근거하여 협정상 투자자의 권리는 투자가 '환경적 우려에 민감한 방식으로' 이뤄지도록 하기 위한 정부의 권한보다 하위에 있는 것으로 보았다. 또한, 코스타리카가 람사르 협약, 생물다양성 협약 등의 가입국으로서 환경 보호 노력을 해왔고 국민 건강과 자연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을 완비한 사실을 언급하며, 이러한 배경에서 신청인들은 환경적합성 허가에 필요한 요건을 잠탈하였고 정부 조치는 협정에 위반되지 않는다 판단했다. 또한, 피신청국은 신청인이 훼손한 자연의 복원을 위해 반대신청(counterclaim)으로 손해배상을 구하였는데, 중재판정부는 투자자도 전혀 국제법상 의무에 구속되지 않는다고 볼 수 없고, 반대신청을 인정하는 것이 절차의 신속성과 경제성을 가져준다고 보아 반대신청의 관할권은 일응 긍정하되, 구체적으로 협정의 관련 조항들은 투자자에게 적극의무(affirmative obligations)를 부여하지 않으며, 피신청국의 반대신청이 독자적 청구로서 중재규칙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보았다. 이 사건은 중재판정부가 해당 분쟁이 갖는 환경적 함의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협정의 구체적 조항에 기해 환경 규제권한의 상대적 우위성을 인정하였을 뿐 아니라, 반대신청에 관한 관할권을 일응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Ⅲ. 투자자-국가간 분쟁절차 내 환경 쟁점의 적절한 고려

어떤 사건에서는 중재판정부가 해당 분쟁이 갖는 환경상의 의미를 살피고 관련 쟁점을 중요하게 다루는 반면, 어떤 사건은 그렇지 아니하다. 이는 구체적인 사건에서 분쟁당사자가 환경 쟁점을 적절히 강조하여 판정부의 인식에 얼마나 영향을 줄 수 있느냐 하는 분쟁기술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투자중재사건을 관장하는 중재기관이나 중재인의 환경 쟁점에 관한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 강구되기도 한다. 가령, 네덜란드 헤이그의 Permanent Court of Arbitration(PCA)는 환경 관련 사건에 특유한 중재규칙을 마련하고,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중재인 및 전문가 증인 명단을 제공한다.

그렇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협정문의 문언 자체일 것이다. BIT 또는 FTA의 투자챕터에 환경과 관련한 규율을 포함하는 데에는 ⅰ) 협정의 서문에 환경의 중요성이나 당사국의 노력을 언급하는 방식, ⅱ) 환경에 관한 규제 권한을 명시하는 방식, ⅲ) 환경적 우려로 인한 규제나 조치에 관하여 일부 또는 전부의 협정상 의무를 배제하거나 의무 위반을 정당화할 예외 사유로 인정하는 방식, ⅳ) 투자자의 사회적 책임으로서 환경에 대한 보호 의무를 규정하는 방식, ⅴ) 동 협정 외의 다른 환경조약 준수 의무를 명시하는 방식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실제로 환경 관련한 문구를 담고 있는 개별 협정들을 들여다보면, 위에서 언급한 방식 중 둘 이상의 형태의 조항을 두고 있는 예도 다수 있다. 이러한 여러 방식의 규율 형태를 투자분쟁과 관련지어 보면, ⅰ)과 ⅱ) 유형은 투자협정상의 의무의 배제 또는 예외를 설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피신청국 입장의 강력한 방어 논거가 되지는 못하나, 판정부에 따라서 협정 해석 시 환경 쟁점이 적극 고려되도록 기여할 수 있다. ⅲ)유형은 피신청국의 환경적 조치의 정당성의 근거로 원용되어 그 해석과 적용이 분쟁의 주요 쟁점이 될 수 있고, 나아가 ⅳ)유형은 투자자에 대한 반대신청의 적극적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ⅴ)유형은 투자협정상 의무와 다른 환경 조약상 의무는 명시적으로 우열을 정하지 않는 한 어느 의무를 배제하는 것으로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중재판정부로 하여금 환경 관련 조약과의 관계를 깊이 숙고하게 함으로써 해당 쟁점에 관한 풍부한 검토를 이끌어낼 수 있다.

또한, 투자자가 환경규제를 위반하였거나 환경 훼손 피해를 야기한 경우 이에 관한 반대신청을 제기할 수 있다면, 분쟁 전략적으로 유용한 방어 수단이 될 뿐만 아니라 투자자의 환경책임을 보다 실효적으로 추궁할 수 있을 것이다. 투자유치국의 반대신청에 관한 중재판정부의 관할권 인정 문제는 아직 완전히 확립되지 않은 논쟁으로 보이나, 긍정적인 입장을 제시한 여러 선례에 기초해 살피건대, 중재판정부가 반대신청에 관하여 본안 판단에 나아가기 위하여는 i)관할권에 관한 당사자의 동의(중재합의), ⅱ) 구체적인 협정상 투자자의 의무, ⅲ) 독립한 중재신청으로서 개별 중재규칙 및 중재법상의 형식적 요건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 i)에 관하여는 협정문상 명시적 근거가 없다면, 협정문의 해석상 이를 인정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Ⅳ. 결어

여기서 소개하지 않은 많은 기존 판정들 외에도, 독일이 자국 내 원전을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쇄하기로 한 조치에 대해 2012년에 Vattenfall v. Germany(Ⅱ) 사건이 제기되었고, 석유 및 가스 채굴 등의 사업을 제한하는 캐나다 퀘백주법으로 인해 세인트 로렌스 강역 탐사 면허가 취소되자 Lone Pine v. Canada 사건이 같은 해 제기되어 모두 아직까지 진행 중이며, 이탈리아에서도 연안 지역의 석유 및 가스 채굴 사업을 제한하는 법률로 인해 면허 발급이 거부된 투자자가 2017년 제기한 Rockhopper v. Italy 사건도 진행 중이다. 이처럼 특히 탄소 감축 방안을 포함한 환경 정책의 도입과 확대로 인한 투자중재분쟁은 앞으로 매우 증가할 것이다. 환경 정책은 온전한 국가 재량의 영역이 아니라 세계화된 사회에서 국제적인 법적 분쟁까지 야기할 단초가 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이러한 분쟁에서 내려질 판정은 기후 위기라는 난제의 해결을 지연시킬 수도 혹은 앞당길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규제 권한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은 WTO·GATT 체제가 전후 이룩한 자유무역의 성과를 무너뜨릴 수 있으므로 여러 조약이 추구하는 이익의 균형점을 찾되, 미래 세대를 위한 환경을 지키는 것에 소홀함이 없이 현명한 노력을 경주하여야 할 것이다.


정은아 교수 (경북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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