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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전 제주 변호사 살인 사건' 피의자, 살인 혐의 기소

'공모공동정범' 적용

미국변호사

22년 전 제주에서 발생했던 장기미제사건인 '고(故) 이승용(사망 당시 45세·사법연수원 14기) 변호사 피살 사건'의 피의자가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제주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이동언)는 14일 살인 혐의로 김모씨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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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의 피의자 김모씨(55)가 지난달 21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제주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출처 = 연합뉴스TV 캡쳐>

 

앞서 지난달 제주경찰청은 살인교사 혐의를 적용해 김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제주도 폭력조직인 유탁파의 전 행동대원으로 알려진 김씨는 지난해 6월 한 방송사 시사교양프로그램에 출연해 "두목 백모씨로부터 이 변호사를 위협하라는 지시를 받고 친구 손모씨(2014년 사망)에게 그렇게 하라고 시켰는데, 손씨가 이 변호사의 저항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검찰은 범행에서 김씨의 역할, 공범과의 관계, 범행 방법 등에 비춰 살인죄의 공동정범이 성립된다고 봤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1999년 8~9월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 동갑내기 조직원인 손씨와 함께 피해자인 이 변호사를 미행하고 가해 방법을 상의하는 등 범행을 공모했다. 검찰은 손씨가 같은해 11월 5일 제주시 삼도동 제주북초등학교 인근에서 흉기로 이 변호사의 가슴과 복부를 찔러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피의자 김씨와 손씨, 주변 인물 등의 금융거래내역을 추적하고 김씨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포렌식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검찰 조사에서 김씨는 '사건에 개입하지 않았다', '손씨의 단독 범행'이라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9년 11월 5일 오전 6시50분 제주시 삼도동 제주북초등학교 인근 주택가 도로변에 주차된 승용차에서 이 변호사가 숨진 채 발견되면서다. 이 변호사는 검사 출신으로 1990년 퇴직 후 고향인 제주로 돌아와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었다. 전도유망한 검사 출신 변호사가 피살당한 일은 당시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경찰은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이 변호사의 사체를 검안하고 차량을 감식한 결과, 이 변호사는 차량 밖에서 흉기에 찔린 후 차량 안으로 옮겨진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도난당한 물품이 없고, 흉기에 찔린 부위가 이 변호사의 왼팔에 집중적으로 나타난 점을 근거로 원한 관계나 수임 사건에 대한 불만 등으로 시비가 붙어 살해당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이 변호사는 변을 당하기 전 1년여간 사건 수임을 한 일이 없고 치정 등과 같은 문제도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특히 사건 현장에 폐쇄회로(CC)TV가 없었고 목격자는 물론 범행에 사용된 흉기나 혈흔과 같은 범인의 흔적도 발견되지 않아 사건은 미궁으로 빠져들었다. 결국 2014년 11월 4일 공소시효가 만료되면서 사건은 영구미제로 남는 듯 했다.

 

그런데 사건 발생 21년 만인 지난해 6월 김씨가 한 방송에서 '자신이 살인을 교사했다'고 주장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방송 후 경찰은 김씨를 용의선상에 놓고 재수사에 돌입했다. 경찰은 지난 4월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해 캄보디아에 있는 김씨의 소재를 파악했고, 지난 6월 18일 그를 국내로 송환했다.

 

김씨는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은 피하면서, 유족 측에 사건의 전모를 알려 사례비라도 받아 볼 생각으로 방송에 모습을 드러내고 범행을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은 태완이법이 적용돼 처벌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사건 발생 당시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살인죄의 공소시효는 15년이었다. 2007년 12월 형소법이 개정되면서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25년으로 늘어났지만, 이는 개정법 시행 전 저지른 범죄에는 소급적용되지 않았다. 따라서 개정법에도 불구하고 이 변호사 사건은 2014년 11월 4일로 공소시효가 만료돼야 했다.

 

그런데 2015년 7월 31일 형사소송법이 다시 개정·시행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태완이법'으로 불리는 이 개정 형사소송법은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해 살인범은 끝까지 추적해 처벌이 가능토록 했다. 또 부진정소급효를 인정해 개정법 시행 전에 공소시효가 도과되지 않은 살인범죄에 대해서도 공소시효 폐지의 효력이 적용되도록 했다.

 

경찰은 이 점에 주목했다. 경찰은 출입국기록을 통해 김씨가 범행 후 2014년 11월 5일 전까지 여러 차례 해외를 오간 사실을 포착했고, 김씨의 해외 체류기간이 도합 만 8개월 이상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형사소송법 제253조 3항은 '범인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경우 그 기간 동안 공소시효는 정지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김씨가 해외에 머무른 기간 동안에는 공소시효가 정지됐고, 따라서 이 사건의 공소시효 만료일은 2015년 8월 이후라고 판단했다. 태완이법 적용대상이므로 김씨를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건을 수사한 제주경찰청은 지난달 20일 살인교사 혐의로 제주지검에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은 이를 받아들여 법원에 영장을 청구했다. 영장심사를 맡은 김영욱(42·35기) 제주지법 부장판사는 지난 달 21일 "피의자의 주거가 일정하지 않고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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