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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라 법’ 제정 신중해야… 법적 안정성 훼손 우려

‘입법론적 검토’ 정책토론회

리걸에듀
자녀에 대한 부양·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의 상속권을 상실시키는 민법 개정안인 이른바 '구하라법'에 대한 논의가 국회에서 진행 중인 가운데, 법조계 일각에서는 "일본 외에는 비슷한 입법례를 찾기 어려운 데다 법적 안정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신중하고 치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가족법학회(회장 홍춘의)는 9일 '이른바 구하라법(안)에 대한 입법론적 검토'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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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카라 출신 가수였던 고(故) 구하라씨의 이름을 딴 이 법안은 자녀에 대한 양육의무를 다하지 못한 부모가 자녀의 사망으로 인한 재산적 이득을 취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지난 제20대 국회에서는 법무부와 법원행정처 등이 상속분쟁 우려를 표명하는 등 신중 검토 여론이 높아지면서 법 개정이 불발됐다. 그러나 이후 법무부는 관련 TF(태스크포스)를 만들고 지난 6월 정부안을 냈다. 법무부는 가정 내 학대 등 부당한 대우를 방지하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상속에 있어서 피상속인의 의사를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녀에 대한 부양·양육의무 저버린 부모의 

상속권 상실

 

이날 정책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현소혜(47·35기)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상속권 상실 제도 신설 방안 등을 담은 법무부 민법 개정안을 비롯해 지금 국회에는 다수의 구하라법(안)들이 의원발의 또는 정부발의로 제출돼 있다"며 "민법은 다양한 상황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기본법으로 한두 가지의 문제를 염두에 두고 개정이 이뤄질 경우 다른 많은 사건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구하라법의 핵심 쟁점인 가정법원이 피상속인의 청구에 따라 상속인이 될 사람의 상속권 상실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한 개정안 제1004조의2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소제기로 상속권 박탈 일

본이외 입법례 찾기 힘들어

 

박인환 인하대 로스쿨 교수는 "생전 피상속인의 소 제기를 통한 상속권을 박탈하는 제도는 일본 이외의 나라에서는 그 입법례를 찾기 어렵다"며 "이는 일본 고유의 봉건적 가독상속제도의 일부를 입법화한 일본메이지 민법 추정가독상속인 폐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속권의 존부를 사실상 법원의 재량적 판단에 맡기는 것이 상속제도의 법적 성질에 합치하는 것인지도 매우 의문"이라며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 유언을 통해 유류분을 상실시키는 규정을 두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곤(52·29기) 변호사는 "부모는 자식을 낳아준 것만으로도 상속인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상속제도는 구체적 타당성보다는 법적 안정성이 더 중요하다. 상속권상실선고제도는 상속관계에 있어 법적 안정성을 해치는 제도이므로 입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양의무 위반으로 인한 상속권 상실로 해결하기보다는 기여분 제도를 넓혀 해석하는 것으로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며 "상속인인지 여부는 상속세 납부, 소송수계, 상속등기, 상속포기, 한정승인, 상속재산분할협의 등의 전제가 되는데, 이런 점이 확정되지 않으면 관련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정지된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법원이 상속권 존부판단

 법적성질에 합치할지 의문

 

한편 정구태 조선대 법사회대학 교수는 "부양의무 이행의 개념은 상대적인데 획일적으로 상속결격사유를 규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상속결격과 별도로 상속권 상실 선고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다만 "정부안에서는 피상속인이 생전에 상속권 상실을 가정법원에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피상속인이 될 사람과 상속인이 될 사람이 대립해 생전에 상속권 상실에 관한 분쟁을 벌일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이라며 "분쟁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 피상속인 생전의 상속권 상실은 인정하지 않고, 피상속인의 의사에 따른 상속권 상실은 오직 유언에 의해서만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토론자들은 △상속권상실의 방법 △상속권상실 시기 △피상속인 사후 상속권상실 청구 주체 △상속권상실 사유 △상속권상실의 소급효 △상속권상실과 용서 △상속권상실과 대습상속 등의 쟁점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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