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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사람

[주목 이사람] '소리문화의 전당' 사진작가 유백영 법무사

"인간 본연의 모습, 그 찰나를 찍고 싶습니다"

리걸에듀

"'사진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사진 앞에서 정직해지고 겸손해집니다. 가면을 벗고 본연의 모습을 내보이게 됩니다. 무대 위 배우들의 사진을 찍으면서 그걸 느꼈습니다. 최상의 연기란 흉내를 내는 게 아니라 몰입하는 것입니다. 배우 스스로 자신을 버리고 역할 그 자체가 되는 것입니다. 저는 아름다운 장면만 찍는 것이 아니라 거짓말을 하지 않는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간 그 찰나를 찍고 싶습니다."


지난 9일부터 전북 전주시 덕진구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사진전 '그날'을 열고 있는 유백영 법무사의 말이다. 이번 전시는 소리문화의전당 개관 2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특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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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법무사는 소리문화의전당 전속 사진작가다. 법을 다루는 현직 법무사가 전속 사진작가로서 20년을 함께 해 온 행보가 흥미롭다.

 
유 법무사는 스무 살, 약관의 나이에 공직에 진출해 법원공무원으로 23년여간 재직했다. 경향 각지의 법원을 돌며 근무하다 퇴직한 후 고향인 전주에 터를 잡고 법무사로 개업했다.

"젊은 날의 치기와 오기로 책을 통째로 외워버리겠다는 각오로 공무원시험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대법원과 지방법원을 두루 다니며 직장생활을 했고 퇴직하고 고향으로 내려와 법무사 사무실을 차렸습니다. 서울, 남원, 정읍 등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산다는 것에 약간의 피로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고향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법원 손님 사진 찍다  

공모전 도전해 사진인생 시작 


유 법무사는 1980년 어느 날 법원 청사를 방문한 손님들의 사진을 찍으며 현상소를 드나들다 우연히 사진공모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때부터 그의 '사진인생'이 시작됐다. 공모전에 도전하기 위해 수십개의 필름을 써가며 찍고 또 찍었다. 결국 1981년 한국사진작가협회 순천지부 전국공모전에 입상했다.

"본격적으로 사진에 매진하게 된 것은 2001년부터 소리문화의전당 개관 기념 공모에서 금상을 수상하면서 입니다. 그 때 소리문화의전당과 인연을 맺게 됐습니다. 지금까지 40여년간 다양한 사진을 찍어왔습니다. 최근 20여년은 공연사진에 주목했습니다. 대략 2300여개에 이르는 공연을 도맡아 찍어왔습니다. 단체전과 개인전을 비롯해 다수의 사진전도 진행했습니다. 특히 기억나는 것은 '백두에서 한라까지'라는 남북공동사진전에 출품한 것을 포함해 '결빙의 세계' 사진집 발간, 전주시 사진부문 예술상, 제37회 전라북도사진대전 대상을 수상한 것 등입니다. 이때문에 '천년 전주 기네스'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2001년 전주세계소리축제 기록 사진집 제작위원, 2002 월드컵 기록 사진집 제작 위원, 천주교 전주교구 가톨릭 사진가회장 등도 맡았고, 현재는 한국사진작가협회 정회원, 전라북도사진대전 초대작가, 소리문화의전당 전속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찍고 기록한 컷 사이에

 모두의 기억이 숨쉬고 있어  


172850_1.jpg유 법무사는 사진예술가이면서 동시에 관찰자이자 기록자다. 소리문화의전당은 그의 관찰과 기록을 바탕으로 20년의 역사를 써왔다. 전당에서 그의 사진은 기록이 되고, 기록은 기억이 됐다. 그렇다고 그의 눈이 전당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명멸하는 모든 것들을 사진폭에 담았다. 독실한 카톨릭 신자로서 지역내 사라져가는 공소(公所)를 찾아다니며 촬영했다. 폐쇄된 역사와 옛 기찻길을 철거하는 찰나도 그의 사진 속에서 영원으로 다시 빚어졌다. 지금은 새청사로 신축 이전한 전주지방법원의 마지막 날도 유 법무사의 사진 속에 기록됐다.

"이번 전시의 제목을 '그날'이라고 잡았습니다. 그날, 그날이 모여 오늘의 20년을 이루었기에 그렇게 이름 지었습니다. 이번 사진전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그날의 기억'입니다. '그날' 무대 위에 섰던 수만명의 아티스트들을 지금에 와서 모두 소환할 수는 없겠지만 제가 찍고 기록한 한컷 한컷 사이에 그들 모두의 기억이 숨쉬고 있습니다. 박물관에서 일하는 지인이 '우리나라는 중요 시설이라도 그 내력 등이 기록된 자료가 없다'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설령 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폐기한다고 합니다. 그 때부터 기록이라는 게 이렇게 중요한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예술도, 기록도, 인생도, 세월이 흐르고 쌓일수록 경륜이 붙고 그 힘은 오히려 세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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