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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경비 당겨쓰고 국선변호 보수는 미루고…

법사위 2020회계 결산 예비심사검토 보고서

미국변호사

대법원이 전문재판운영사업 예산 일부를 대법원장 연하장 제작이나 구내식당 제빙기 부품 비용 등으로 부적절하게 사용했다가 국회 법사위의 지적을 받았다. 법사위는 탈(脫)검찰화를 추진 중인 법무부를 향해 대검찰청에 대한 예산 집행권은 놓지 않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헌법재판소에 대해서는 고질적인 사건 장기화가 심각하다는 지적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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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재판운영 사업 예산 등 부적절한 용도에 사용" =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위원장 박광온)는 최근 2020회계연도 결산 예비심사검토보고서를 통해 사법부 예산 집행과 관련해 "사업목적 외 용도의 예산 집행을 지양하라"고 지적했다.

법사위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지난해 전문재판운영사업 예산 항목에서 1100만원가량을 대법원장 명의 연하장 제작 구매 비용(584만원)과 법원행정처장 명의 연하장 제작 구매 비용(478만원)으로 사용했다. 또 이 예산에서 1200만원가량을 대법원 복사기와 프린터 수리비용으로 지출했다. 대법원 구내식당인 매화식당 제빙기(얼음을 만드는 기계) 부품과 테니스장 체온계 등을 구입하는 데 들어간 480만원도 전문재판운영사업 예산에서 끌어다 쓴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재판운영사업 예산 당겨 

연하장 제작·구입


전문재판운영사업은 사실심의 종국적 분쟁해결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이 항목으로 분류된 예산 124억원은 △특허재판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IP 허브코트 구축 △선거재판부 역량 강화 △난민재판 지원 △소년·아동 등 사회적 약자 전문재판 강화 등에 써야한다.

법사위는 또 법원행정처가 재판운영을 위한 간접경비인 재판일반경비지원 사업 예산 가운데 768만원을 대법원장 공관 물품을 구매하는 데 쓴 것과 기관운영 기본경비 가운데 6569만원을 대법원장 공관 행사에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는 데 쓴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법사위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각 중앙 관서의 장은 세출 예산이 정한 목적 외에 경비를 사용할 수 없다"며 "연하장 구매나 복사기 수리 등의 비용은 전문재판운영사업 예산이 아닌 기본경비에 편성된 예산으로 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재판활동 관련 예산을 공관 필요 물품 구매에 사용한 것도 사업의 목적을 고려할 때 부적절한 예산집행"이라고 꼬집었다.


재판지원사업 예산으로 

대법원장 공관 물품구매


사법연수원은 재판활동 지원을 위해 편성된 특정업무경비 950만원을 인근 축협에서 소고기를 구매하는 데 쓴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사법연수원은 지난해 말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돼 회식 등이 어렵자 직원 1인당 10만원 상당의 소고기와 기념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송년회식 행사를 대체하고 비용을 재판활동 지원을 위한 특정업무경비에서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사위는 "당시는 다수 국민이 영업제한 등의 어려움을 겪던 시기로, 공직자가 솔선수범해야 할 시기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법연수원이 특정업무경비를 직원 가족 회식비로 집행한 것은 예산 목적에 부합하지 않고 사실상 국민 세금을 직원 복지에 유용한 것"이라며 "예산의 집행결과를 면밀하게 감사해 적절한 조치를 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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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선변호 등 국민 기본권 관련 예산은 불용" =
반면 법사위는 대법원 예산으로 편성된 국선변호료 지원 예산에 대해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집행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선변호는 변호인을 선임하기 어려운 사회적 약자 등을 위해 국가가 무료로 변호인을 선임해주는 제도이다. 그런데 지난해 편성된 관련 예산 613억원 중 실제로 집행된 것은 585억원에 그쳤다. 불용액이 28억원에 달한다. 2019년 불용액이 9960만원인 점을 감안할 때 2.8배나 늘어난 셈이다.

 

국선변호지원예산 615억 중 

불용 예산이 28억

 

대법원은 "국선변호인 선정 건수가 감소했고, 국선전담변호사 업무중지 기간 중 보수가 지급되지 않았기 때문에 잔액이 남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법사위는 "최근 3년간 국선변호인 선정 건수가 15만8692건에서 15만3470건으로 감소한 것은 맞지만, 최근 3년간 법원의 형사사건 접수 건수는 40만6190건에서 42만427건으로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며 "형사사건 접수건수 대비 국선변호인 선정건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선변호료 지원 사업은 헌법이 정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에 기초한 기본권 보장과 관련된다"며 "편성된 예산을 적극적으로 집행하는 한편, 형사사건 수 추이를 감안해 적정 예산안을 편성하기 위한 대법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특정업무경비로 

사법연수원 직원에 쇠고기 구매·전달


◇ "형사사법시스템 개선 예산 늑장… 업무 혼선 자초" = 법사위는 법무부에 대해 올 초 검·경 수사권 조정안 시행이 임박했음에도 불구하고 늑장을 부리다 업무상 혼란을 자초했고, 내년 초 검사 작성 피의자 신문조서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내용의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을 앞두고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질타했다.

법사위는 "법무부는 지난해 3월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검찰 형사사법정보시스템 개선 사업 예산을 기획재정부와 협의했는데, 같은해 10월 13일에야 45억원이 예비비로 확정됐고, 실제 계약이 체결된 것은 수사권 조정안 시행 이틀 전인 지난해 12월 29일이었다"며 "(이때문에) 2021년 10월까지 경찰의 1차적 수사종결, 보완수사요구, 불송치 사건에 대한 재수사 요청 등 변경되는 업무처리 지원 시스템이 없는 상황이 벌어져 일선 수사기관의 업무상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개정법이 공포된 것은 지난해 2월 4일"이라며 "법 개정 직후 사업을 진행했다면 2020년 상반기 중 예비비를 배정받아 하반기에 개선 사업 계약 체결 및 사업 착수가 가능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법 개정에 따른 형사사법체계의 변화가 예정되어 있는 경우 신속히 관련 검찰 정보시스템 개선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내년 1월부터 시행될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라 검사 작성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제한적으로 인정되는데, 공판 역량 강화 지원 사업의 추진을 위한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수립해 효율적 공소유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실질적 방안을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헌재 본안심리사건 처리에 

평균 534.1일 걸려  


◇ "5년 동안 16%만 법정기한 내 처리" 늑장재판 개선 요구 =
법사위는 헌법재판소에 대해서는 지난해 전원재판부 본안심리 사건 평균 처리기간이 534.1일(약 1년6개월)에 달한다며 적극적인 개선 방안 마련을 요구했다. 헌재가 매년 심판사건 처리를 지연함에 따라 재판청구권의 중요한 내용 중 하나인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5년 동안 전원재판부가 처리한 사건 2519건 중에서는 16.1%만 법정처리기한(180일)을 충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법사위는 △헌법연구관 증원 및 정원 조정 △심리의 기초자료가 되는 헌법연구관 사전보고서 및 연구보고서에 대한 체계적 관리체계 구축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면서, 필요한 예산 등을 기재부와 협의하라고 권고했다.



강한·안재명 기자strong·j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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