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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고소·고발장 무단 반려 그만”… 경찰, 제도개선 추진

원칙적으로 모두 접수… 무단 반려 경찰수사관 문책

리걸에듀

앞으로 고소·고발인 등의 명시적 동의 없이 고소장이나 고발장을 반려하는 경찰 수사관은 문책을 받게 된다. 경찰에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올 1월 시행된 이후 업무가 폭증한 경찰이 고소장·고발장 접수 자체를 거부하거나 반려하는 등 '사건 골라받기' 사례가 늘면서, '책임수사 실종', '형사절차 초입부터 마비' 등 거센 비판이 잇따르자 경찰청이 제도 개선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형사사건의 민사화' 등 기현상까지 발생시키고 있는 만큼 수사권 조정 이후 발생한 부작용 전반을 바로잡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경찰청(청장 김창룡)은 이 같은 내용의 고소·고발 처리 종합 개선안을 마련해 내부 검토 및 결재 과정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업무과중을 우려한 일선의 반발 등에 부딪혀 개선안 마련 작업은 2개월 이상 표류하고 있으며,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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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관계자는 "고소·고발권을 보장해야 하지만, 인권침해 우려가 있는 남고소를 방지하고 정말 중요한 사건에 수사력을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이런 점을 모두 종합해 고려하기 위한 세부 조율안을 마련하고 있다. 내·외부 각계 의견을 수렴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조기에 시행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형사소송법 제238조는 고소·고발에 대한 사법경찰관의 조치와 관련해 '사법경찰관이 고소 또는 고발을 받은 때에는 신속히 조사하여 관계서류와 증거물을 검사에게 송부하여야 한다'고 규정해 원칙적으로 접수 및 수사개시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도 판례를 통해 '적법한 고소가 있을 때 (수사기관은) 수리할 의무가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하지만 고소·고발 남용에 따른 수사력 낭비를 막을 필요도 있었기 때문에, 경찰은 사건을 원칙적으로 접수하되, 2006년부터 고소·고발인이 동의할 경우 고소·고발을 반려할 수 있도록 하는 '반려제도'를 운영해왔다.

 

접수단계 피해자로부터 

객관적 의사확인 의무 부과

 

그러나 일부 경찰관들은 국민들이 형사사법절차에 익숙하지 않은 점 등을 이용해 구두로 어물쩍 사건을 돌려보내는 일이 잦았고, 특히 올해 수사권 조정으로 고소·고발 사건 처리 업무가 경찰로 몰리며 폭증하자 고소장 등을 반려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이 때문에 법조계 안팎에서는 경찰이 '체리피킹(Cherry Picking, 사건 골라받기)'을 한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여기에 국민들이 경찰에 수사를 요청하려면 민사소송을 통해 먼저 증거를 수집해 제출해야 하는 '형사사건의 민사화'와 같은 기현상까지 발생하자, 국민권익위원회는 최근 경찰청에 고소 반려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을 권고하기도 했다<본보 2021년 6월 17일자, 7월 19일자 각 1면 등 참고>.

 

본보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경찰이 마련 중인 개선안은 제출된 고소·고발장을 원칙적으로 반려 없이 모두 접수하되, 접수단계에서 일선 경찰 수사관에게 피해자로부터 서면 확인서를 받거나 명시적이고 객관적인 의사를 확인할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일단 고소·고발장을 접수·수리한 다음 판단을 거쳐 정식으로 각하를 하거나 취하서를 받는 방식으로 고소·고발인의 권리를 보호하라는 것이다.

 

개선안에 따르면 앞으로 고소·고발인이 고소·고발 의사를 표시한 경우 경찰 수사관은 반복 설명이나 돌려보내려는 시도 없이 사건을 원칙적으로 수리해야 한다. 고소·고발을 수리하지 않으려면 법령이나 경찰내부 규칙에 따른 예외사유에 해당함이 명확해야 한다. 또 이를 고소·고발인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재접수 요청 절차 등도 안내해야 한다. 고소·고발장을 내지 않고 돌아갔다가, 다시 돌아와 수리를 원한다는 의사를 밝힌 경우에도 즉시 사건을 수리해야 한다.

 

혐의 불분명 등 요건 미비 땐 

신속종결 방안도 모색

 

경찰은 다만 고소·고발장에 적시된 혐의 내용이 불분명하거나 처벌 여부에 대한 명확한 의사표시가 없는 등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경우에는 신속하게 종결하는 시스템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사건 처리 지연, 부실한 불송치 결정, 보완수사를 둘러싼 혼란 등 검·경 수사권 조정안 시행 이후 드러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새 형사사법제도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변호사단체들은 관련 개선안 마련을 위한 설문조사는 물론 '경찰평가' 제도 도입 등을 추진하면서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에 대한 감시·견제를 강화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는 지난 20일까지 전체 회원을 대상으로 '형사사법제도 개선을 위한 설문조사'를 진행해 현재 결과를 취합·분석하고 있다. 설문조사 항목은 △일선 수사관의 소극적 수사 사례 △경찰 수사의 부적절한 지연 및 피해 여부 △불명확한 불송치(舊 불기소의견) 및 수사종결 사례 등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정욱)는 법관평가, 검사평가에 이어 경찰평가를 실시하기 위해 최근 '사법경찰평가제도 준비 태스크포스(TF, 위원장 이재헌)'를 발족했다.

 

서울변회, 

사법경찰평가제도 준비 태스크포스 발족 

 

서울변회 관계자는 "기존에 운영하던 판·검사에 대한 평가 노하우를 충분히 살리면서도 경찰 조직의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한 평가제도를 마련할 것"이라며 "변협과의 공동평가 방안, 경찰청에 결과를 송부해 인사에 반영토록 하는 방안 등 세부내용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 경찰 출신 변호사는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수사부서는 기피 대상으로 지목돼 우수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무작정 고소장을 받아주라는 지침이 내려가면 반려 문제나 위법 논란은 잦아들더라도 수사역량이 더 하락하는 문제점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로스쿨 교수는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고소장 반려 등 부작용이 속출하는 이유는 충분한 검토 없이 무작정 검찰의 경찰 통제권을 폐지한 데 있다"며 "정부와 경찰 지휘부가 구상한 개혁안이 도식에 머문 탁상공론이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문제점을 제대로 바로잡지 않으면 국민들의 불편과 피해만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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