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승소열전

[승소열전] 두루·어필, 공항 환승구역에 14개월 발 묶인 난민신청자 구제

항고심서 “인신보호법상 위법한 수용 해당” 이끌어

미국변호사
172302.jpg
이일(40·사법연수원 39기) · 이상현(33·변호사시험 5회) · 이한재(29·변시 9회)

 

난민 신청자를 공항 환승구역에 장기간 대기시키는 것은 인신보호법을 위반한 위법한 수용이라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이에 따라 난민 신청이 거부된 외국인들을 공항에 방치해온 법무부의 조치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이번 결정은 공익사단법인 두루(이사장 김지형)와 공익법센터 어필(대표 정신영) 소속 변호사들이 인천국제공항에 1년 2개월이나 발이 묶였던 난민 신청자를 대리해 이끌어냈다.


인천지법 형사1-2부(재판장 고승일 부장판사)는 최근 A씨가 법무부 인천국제공항 출입국·외국인청이 내린 수용조치가 부당하다며 구제를 청구한 인신보호사건(2020인라8)에서 A씨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 결정을 취소하고 각하했다.

아프리카 출신인 A씨는 고국을 떠나 지난해 2월 인천공항에 도착해 정치적 박해를 피해왔다며 난민 신청을 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A씨의 비행기 티켓상 목적지가 대한민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A씨가 환승객에 불과하며 입국자격이 없다며 난민 심사를 거부하고 입국을 불허했다. 이에 따라 공항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된 A씨는 공항 환승구역 출국장에 머물다 지난해 7월 법무부 조치가 인신보호법상 구제 대상에 해당되는 위법 수용이라며 법원에 구제를 청구했다. 그는 입국 이후 14개월을 공항 환승구역에서 노숙하다 지난 4월 수용 임시해제 신청을 받아들인 법원 결정으로 공항 밖으로 나왔다.

이 사건의 쟁점은 A씨가 인신보호법의 적용 대상이 되는 '수용' 상태에 있는지 여부였다. A씨를 대리한 이일(40·사법연수원 39기)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 이상현(33·변호사시험 5회), 이한재(29·변시 9회) 두루 변호사는 재판과정에서 국제인권법과 해외법제는 물론 관련 국내법에 비춰볼 때 난민신청을 포기하지 않으면 특정 구역에서 나갈 수 없는 상태는 일반적인 행정구금과 다름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들은 A씨가 공항에서 의식주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자 사비로 음식과 생필품을 조달하고, 모금 활동도 벌였다.

 

“수용조치 부당” 

아프리카 출신 대리 법원에 구제청구


재판부는 법무부가 A씨를 공항 환승구역에 장기간 방치한 것은 법적 근거가 없는 위법한 수용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A씨가 이미 공항 밖으로 나왔기 때문에 판결의 실익이 없다며 A씨의 청구를 각하했다. 앞서 1심은 "A씨가 환승구역에 머무르고 있을 뿐 법무부에 의해 수용 또는 감금돼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다"면서 법무부의 조치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해 A씨의 구제 청구를 기각했었다.

항고심 재판부는 "신체의 자유는 모든 인간에게 주체성이 인정되는 기본권이고, 인신보호법은 인신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당하고 있는 개인에 대한 신속한 구제절차를 마련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이므로, 대한민국 입국이 불허된 결과로 대한민국 공항에 머무르고 있는 외국인에게도 인신보호법상의 구제청구권은 인정된다"며 "입국이 불허된 외국인이라 하더라도 외부와의 출입이 통제되는 한정된 공간에 장기간 머무르도록 강제하는 것은 법률상 근거 없이 인신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서 인신보호법이 구제대상으로 삼고 있는 위법한 수용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1심 결정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인신보호법상의 수용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조치로서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A씨는 현재 난민신청자 쉼터에 머물고 있다. 장기간 공항 생활로 병을 얻은 그는 난민신청절차를 계속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한재 두루 변호사는 "과거에는 난민신청자들을 공항 내 '송환대기실'에 장기 구금하는 관행이 있었는데, 2014년 법원이 이를 위법한 수용이라고 판단하자 법무부가 환승구역에 방치해온 것"이라며 "법원의 이번 결정을 통해 공항에서 난민신청자를 장기간 구금하는 것은 법적인 근거 없는 위법한 수용임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항에서 난민심사 불회부 처분을 받고 불복하거나 접수 거부에 대한 소송이 제기되는 등 장기체류가 예상되는 경우 난민법의 원칙에 따라 일단 입국해 절차를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종합법무관리솔루션

관련 법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