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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사건의 70%가 3000만원 이하 소액사건

판결이유 생략 할 수 있고 변론 없이 청구기각 가능

리걸에듀

전체 민사사건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소액사건의 대상 범위를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행 소액사건심판법은 신속한 사건 처리 등을 위해 소가 3000만원 이하의 금전 기타 대체물이나 유가증권의 일정한 수량의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소액사건에 대해서는 판결문에 판결이유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특례를 두고 있는데, 대여금이나 양수금, 구상금, 임금 분쟁 등 서민 생활과 밀접한 사건에서 이 같은 '깜깜이 판결문' 때문에 당사자가 패소한 이유조차 제대로 알 수 없어 사법불신을 초래하고 국민의 재판 받을 권리를 제약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입법조사처(처장 김만흠)는 최근 발간한 '소액사건 제도의 운영 현황과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민사사건의 신속성을 위해 제정된 민사소송법상 특례(소액사건심판법)가 당사자의 재판청구권에 일정한 제약을 가하기도 한다"며 "따라서 소액사건의 범위를 축소하는 등 '국민의 재판청구권'의 실효적 보장을 위한 공평·적정·신속·경제적 재판이라는 민사소송의 이념을 구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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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에 따르면, 소액사건심판법 제정 당시인 1973년 '소송물가액 20만원 이하'로 정해졌던 소액사건은 민사사건 총 건수의 50% 정도를 차지했다. 하지만 소액사건 대상이 '소송물가액 3000만원 이하'로 상향된 2019년도에 접수된 1심 민사본안사건(합의·단독·소액사건) 94만9603건 중 소액사건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71.8%에 달하는 68만1576건에 이른다.

소액사건심판법은 소액사건을 간이한 절차에 따라 신속히 처리하기 위해 민사소송법에 대한 특례를 규정하고 있다. 판사는 필요한 경우 근무시간 외 또는 공휴일에도 개정할 수 있고, 직권으로 증거조사를 할 수 있으며, 소장·준비서면 기타 소송기록에 의해 청구가 이유없음이 명백한 때에는 변론없이 청구를 기각할 수도 있다. 특히 판결문에 판결이유를 기재하지 않아도 되도록 허용하는 등 여러 특칙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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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때문에 사건 관계인이 패소하고도 패소 이유를 알기 어려워 승복하기 힘든 데다 항소할 때도 어려움을 겪는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소액사건의 경우 변호사 등 대리인의 도움 없이 '나홀로 소송'을 하는 경우가 많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박준모 국회입법조사처 정치행정조사실 법제사법팀장은 "소액사건심판법은 적용대상이 되는 '소액사건'의 범위 설정을 대법원규칙에 위임하고 있다"며 "이는 '기본권 실현 관련 영역은 국회가 본질적 사항을 결정해야 한다'는 의회유보원칙과 조화되지 않고 외국에 비해 소액사건 범위가 과다해 제도 도입의 취지에 맞지 않고 국민 권리보호에 빈틈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깜깜이 판결문’에 

패소 이유조차 제대로 알 수 없어 


외국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 상당수의 주(州)에서는 소액사건 기준을 미화 5000달러(약 575만원) 이하의 사건만을 대상으로 한다. 일본은 60만엔(약 630만원) 이하, 독일은 600유로(약 82만원) 이하 등으로 기준을 정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현재 국회에도 소액사건심판법 개정안이 2건 발의돼 있다. 소액사건에서도 판결문에 판결이유를 기재하도록 하는 한편, 소액사건 범위를 대법원규칙이 아니라 법률로 정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골자다.

“사법 불신 초래”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 제한” 비판 

 

이와 관련해 법원행정처는 지난해 △피고가 상계항변을 한 경우 등과 같이 판결의 이유에 의해 기판력 여부가 좌우되는 경우 △쟁점이 복잡하고 치열하게 다투어진 사건 등 당사자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 경우 등 일정 유형의 사건에 대해서는 선별적으로 판결이유를 기재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었다.

박 팀장은 "법원의 정책목표로 재판의 공정성과 신속성을 들 수 있다"며 "그동안 법원은 사건의 절대 수량 및 난도 있는 사건의 증가 상황에 직면해 사법자원의 투입 측면보다는 소액사건의 대상을 확대해 대응한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현행 소액사건심판 제도는 이유불기재와 상고 제한 등 국민의 상급심 법원에 대한 접근을 제약하는 측면 등이 있다"며 "우리 사회는 고도의 갈등 사회이고 그 해결의 중요한 축은 사법부에 의한 재판인데, 국민의 재판청구권 보장의 시각에서 중장기적 관점을 가지고 실증적·체계적으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문했다.


소액사건 심판 취지 살려

 범위축소 등 대안 검토해야

 

법조계에서는 간단한 사건을 신속히 처리하자는 소액사건의 취지는 살리되, 이른바 '깜깜이 재판'이라는 지적의 보완책으로 일정 구간을 정해 판결 이유 기재를 필수화하는 등 대안 모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 로펌 변호사는 "손액이 감액되는 등의 일부 승소사건에서도 법리상 다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판시가 없는 경우가 많다"며 "소송수행자들이 답답해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지적했다. 한 법원장 출신 변호사는 "현실적으로 소액사건 범위를 축소하는 게 인적·물리적 여건상 어렵다. 1000만원 이상의 사건에 대해서는 현행 '기재하지 아니할 수 있다'를 '기재할 수 있다'의 포지티브(positive) 방식으로 넓히고 다툼이 있는 사건에 한해서는 반드시 판결 이유를 기재해야 한다는 부칙을 넣는 방향으로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황정근(60·사법연수원 15기) 법무법인 소백 대표변호사는 "궁극적으로 소액사건의 대상 범위 자체를 축소하는 것이 맞지만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 일정 구간을 정해 판결 이유를 기재해야한다는 절충안을 낼 수 있다"며 "소액사건심판법을 일부 개정해 '깜깜이 재판'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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