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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독이 든 사과가 될 수도 있다

리걸에듀

[2021.07.06.]



ESG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한편, 진정한 ESG를 실현하기 위해 기업의 공급망 및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참여시켜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우리가 ESG를 논할 때에는 단순히 착한 윤리의 관점이 아닌 득과 실의 수혜자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 임팩트의 크기나 파장이 의도하지 못한 스케일과 방향으로 퍼질 수 있음을 항상 주의하여야 한다.


마스크를 벗고 진행된 최근 한미정상회담은 여러 정치경제적 난제 속에서도 기후변화와 4차산업, ESG 등으로 상징되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것 같아서 의미심장하다. 미국 대통령 선거 전부터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는 매우 다른 정책행보를 밝히면서, ESG가 새로운 모멘텀이 될 것으로 전망되었고, 일찌감치 ESG를 시작했던 유럽도 미국의 파리 기후변화협약 재가입 결정을 반기며 ESG로 인하여 변화될 미국과 미국 시장의 새로운 모습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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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의 ‘슈퍼 뉴딜’에 담긴 해외이전 기업의 이면

지난 3월 31일에 발표된 미국의 2,500조 원의 슈퍼 뉴딜인 ‘미국 일자리 계획(The American Jobs Plan)’은 미국의 낡은 도로망, 교량과 항구 재건사업 및 주택보조 등 낙후화된 지역과 제조업의 부흥계획을 담은 백악관의 인프라 투자 제안서다. 지난 4월 7일에는 이 계획을 구체화한 ‘미국 현지생산 조세정책(Made in America Tax Plan)’인 법인세 개정안이 미국 재무부에 의해 공개되었다.


바이든 대통령의 100일 연설에서 ‘일자리’가 43번 언급된 걸 보면 바이든 정부의 이 계획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America First)’ 기조 하에 강조됐던 ‘Buy American, Hire American’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미국 재무부가 법인세 개정안으로 제시한 6대 원칙은 ESG의 관점에서 볼 때 청정에너지 산업에 대한 세제혜택 확대(E-환경), 자본보다 노동이 보상받는 세제 수립(S-사회), 다국적기업의 세원 잠식과 소득이전 방지(G-지배구조) 등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 중 지배구조 항목은 미국 노동자를 고려하지 않고 해외로 이전하는 기업에 대한 압박으로 볼 수 있다.



즉,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외국기업유치를 위해 법인세를 인하시켜서 국가 재원이 급격히 줄어든 반면, 외국인 투자를 통한 낙수효과는 적으니, 절세를 목적으로 해외로 이전하는 기업의 인버전(inversion, 기업의 국적 바꾸기)을 막아서 포스트코로나 시대 미국의 경제부흥을 이끌어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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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효율성을 뺀 고객 만족과 사회 가치는 없다

바이든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의 공동연설을 마무리하며 삼성, SK, 현대차, LG 등 한국의 주요 경영자들에게 세 번이나 “땡큐”를 외쳤다. 미국정부는 잘 설계된 ESG정책을 똑 부러지게 발휘하며 자국 경제를 살리는 목적이 있고, 우리 기업들은 미국이라는 큰 시장과 기술력 및 노동과 자원확보 등 여러 플러스 요인을 따져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윈-윈의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의 해외이전 기업에 대한 제재와 압박은 역설적인 부분이 있다. 해외이전 기업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통한 자국경제의 부흥이라는 바이든 정부의 시각으로 보면 미국에 투자하는 한국 기업은 미국에서는 착한 기업일 지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는 사회적으로 자국 노동자를 보호하지 않는 나쁜 기업이 되는 셈이다.


이러한 모순 속에서 우리가 명심할 것은 기업은 가장 효율적인 생산활동을 위해 자원을 운용하고,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상품과 서비스를 창출해서 시장으로부터 가격을 선택받게 된다는 점이다. 이 전제에는 시장의 논리에 따른 자율적인 선택권이 필요하다. 정부가 절세를 목적으로 해외로 이전하는 것을 인버전 혹은 비애국적인 행위로 보고 규제하는 정책은 결국 거래비용을 유발해 소비자가 내야 할 시장가격을 높이는 것이고 이는 생산성 및 고객 가치 저하로 이어진다.


기업의 해외진출을 ESG의 잣대로만 평가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ESG수립에서 기업전략과 가치창출이 배제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SG잣대, 득과 실의 수혜자가 다르다면 누가 평가해야 옳을까?

ESG와 해외투자는 한 시점의 경제적 논리나 한 쪽의 윤리적 잣대로 평가하면 위험할 수 있다. 여러 이해관계자가 뒤얽혀있는 사회에서 한 쪽의 혜택과 손실의 척도를 정부나 기업, 혹은 타국의 시민인 제3자가 함부로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례로, 1990년대 초반 나이키가 파키스탄의 아동노동착취 문제로 불매운동을 겪었다. 당시 취약한 환경의 가정과 아이들의 입장에서 당장의 생계수단이 불매운동으로 인해 사라지게 된다면 과연 그게 그들이 원하는 바이었을까? 우리가 함부로 답하기 힘든 질문이다.


도덕적 잣대가 함부로 작동할 수 없는 복잡한 사례는 최근에도 일어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진출국에서 마땅히 법인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는데 현재 쿠데타로 미얀마 정부를 군부가 장악함에 따라 글로벌 기업이 미얀마 정부에 납부한 세금을 군부가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를 두고 글로벌 기업이 미얀마 군부를 지원한다는 비난을 하고, 이들 기업에게 세금 납부를 거부하라고 요청할 수 있을까?


실제로 미국과 네덜란드 등의 연기금이나 시민단체들은 ESG원칙을 들어 글로벌 기업의 미얀마 내의 영업활동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유엔도 쉽게 관여하지 못하는 미얀마 자국의 주권 문제인지라 국제법에 맡겨도 뾰족한 해결방안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 입장에서는 계약파기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나 사업권 박탈의 위험과 반 ESG적인 부도덕한 기업이라는 낙인 사이에서 말 못 할 갈등을 겪고 있다.


어디 기업의 손실뿐이겠는가, 이들 기업의 영업활동으로 인해 혜택을 입는 미얀마 국민들도 상당수 있는데 글로벌 기업들의 전면적인 활동중단으로 미얀마 국민들의 피해도 예상된다. 그리고 그 기업이 영업을 중단하면 그들의 빈자리는 누가 채울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ESG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한편, 진정한 ESG를 실현하기 위해 기업의 공급망 및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참여시켜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우리가 ESG를 논할 때에는 단순히 착한 윤리의 관점이 아닌 득과 실의 수혜자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 임팩트의 크기나 파장이 의도하지 못한 스케일과 방향으로 퍼질 수 있음을 항상 주의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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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는 중요하지만, 규제의 수준과 도입은 임팩트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에

바이든 정부는 미국 노동부의 은퇴연금(401(k))을 포함해서 트럼프 전 정부의 많은 법 제도와 개정 논의가 이미 진행된 법안들에 대해 “공중보건과 환경보호 및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과학의 회복 행정명령(Protecting Public Health and the Environment and Restoring Science to Tackle the Climate Crisis”) 에 맞춰 전면 재검토를 명했다. 정책이 바뀔 때마다 기업과 사회는 새로운 룰에 적응하기 바쁘고,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휘청이게 된다. 문제는 주식시장은 물론 기업과 연결된 이해관계자 모두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책임 투자의 원칙과 윤리적 기준에서 보면 ESG는 분명 기업이 추구해야 할 소중한 목적이지만, 모호한 평가 기준과 충분히 사려되지 아니하고 시급하게 부과되는 의무는 의도하지 못한 방향과 스케일로 시장과 사회를 혼란에 빠트린다. EU(유럽연합)이 앞으로 금융기관들이 의무적으로 공시할 지속가능성지표의 시행을 올 3월 10일에서 내년 1월로 미루고 기준도 32개 항목에서 18개 지표로 완화한 배경도 이런 이유에 있다. 정책효과측면에서도 빠른 도입과 높은 기준만이 정답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연기금도 그동안 행하여오던 투자를 뒤바꿀 네거티브 스크리닝을 도입할 예정이라 한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충분한 검토를 거쳐서 사려 깊고 명확한 기준을 세우지 못한다면, 시장의 혼란과 그로 인한 사회적 비효율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ESG 규제와 정책을 통한 사회의 발전은 보기에 그럴듯한 모범답안 만들기로 단숨에 해결할 수 없는 장기적인 과제이다. 정책과 전략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현실을 충분히 검토한 후에 수립되어야 한다. 자칫하면 또 다른 불공정이 생길 수도 있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독이 되어 누군가를 아프게 할 수도 있다.



정연만 고문 (yeonman.jeong@bkl.co.kr)

권석천 고문 (sukchun.kwon@bkl.co.kr)

이준기 변호사 (joonki.yi@bkl.co.kr)

이연우 전문위원 (yeonwoo.lee@bk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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