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법무부

(단독) “늑장 답변” “소송지연”… 법무부 국가송무 ‘과부화’

“변호사 등 소송전문가 확충·제도 개선도 필요”

리걸에듀

171371.jpg

 

올 초 한 행정소송 사건을 수임한 A변호사는 소송 제기 후 100여일 만에야 피고인 국가기관 측으로부터 답변서를 받았다. 민사소송법이 행정소송에도 준용되기 때문에 30일 이내에 답변서를 내는 것이 원칙이지만 지켜지지 않았던 것이다. A변호사는 "행정소송에서는 법원이 무변론 판결을 지양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식의 늑장 답변이 허용되면 소송이 무한정 길어지게 된다"며 "가뜩이나 국가기관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국민(원고)에게 큰 피해"라고 지적했다.


한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벌이고 있는 B변호사는 소송을 제기한 지 딱 30일 만에 답변서를 받았다. 하지만 해당 지자체가 내놓은 답변서에는 '기각을 구합니다. 추후 제출하겠습니다'라는 내용만 적혀 있었다. B변호사는 "분통이 터진다"며 "국가소송이나 행정소송 등 송무사건에 대한 지휘권이 법무부로 환원되면서 검찰의 지위 통제가 없어지니 공무원들이 복지부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脫검찰화’ 정책 따라 

지난해 말 법무부로 일원화


모 국립대학교 측을 대리하고 있는 C변호사는 최근 항소를 준비하다 이 대학 송무업무 담당 직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이 직원은 법무부 국가소송 담당자가 국가소송 체계 일원화 조치에 따른 (법무부)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이미 잡힌 재판기일을 연기하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C변호사는 "사건 내용도 잘 모르면서 소송지휘를 이유로 사사건건 보고하고 승인 받으라고 하니 답답하다"며 "소송수행자들의 부담도 증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차라리 모든 사건을 법무부가 직접 진행하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1970년부터 각급 검찰청에 분산·위임됐던 국가소송·행정소송 등 송무사건에 대한 승인·지휘 권한이 지난해 12월 28일 법무부 장관에게 환원돼 50년 만에 다시 일원화됐지만, 이를 뒷받침할 인적·물적 자원이 제대로 보강되지 않아 과부하가 걸리면서 늑장 대응과 소송지연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정부가 신속한 법무부 '탈(脫)검찰화'를 위해 인력·예산 부족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시스템 개편을 밀어붙이면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소송 등 3배 급증에도 

인적자원 보강 안 돼


1951년 제정된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를 당사자나 참가인으로 하는 소송에서는 법무부 장관이 국가를 대표해 행정청을 지휘하도록 돼 있지만, 그동안 실제 송무업무는 장관의 위임을 받은 검찰이 수행해왔다. 그러다 지난해 말 추미애 장관이 국가소송·행정소송 지휘를 다시 법무부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올해부터 검찰은 관련 업무에서 손을 떼고, 법무부 장관이 송무사건 지휘 등과 관련한 전권을 행사하게 됐다. 법무부는 이를 위해 국가송무전담 조직인 법무부 송무심의관실을 설립하고, 전국 검찰청에 배치된 검찰 직원 등 담당 인력도 송무심의관실 산하 국가소송과와 행정소송과에 재배치했다.

하지만 시스템 개편 초기 업무 과부하 등으로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

2019년 기준 송무사건은 4만8000여건(행정소송 3만7000건, 국가소송 1만1000건)에 달한다. 1분기로 계산했을 때 행정소송은 9250건, 국가소송은 2750건 수준인 셈이다.

 

1분기 행정·국가소송 처리율은 

각 12%·21% 수준

 
그런데 국가소송·행정소송 지휘가 법무부로 일원화된 후 사건이 집중되면서 올해 1분기(1~3월) 법무부가 맡고 있는 행정소송 건수는 이미 2만6380건을 기록해 3배가량 늘었다. 이 가운데 3423건이 처리돼 처리율은 약 12% 수준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국가소송도 7678건으로, 역시 3배가량 증가했다. 이 가운데 973건이 처리돼 처리율은 약 21% 수준이다. 법무부의 국가소송 승인 대상 사건 역시 2020년 1분기 702건에서 올해 1분기 2219건을 기록해 3배가량 늘었다.

법무부 관계자는 "국가 송무체계 재편으로 법무부의 승인 대상 폭이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행정소송 전문가인 한 변호사는 "송무체계 개편은 행정소송 승인권한, 행정소송 지휘권한, 국가소송 승인권한을 법무부로 이관하는 1단계와 나머지 국가소송 지휘권한을 법무부로 이관하는 2단계로 나눠 추진할 계획이었다"며 "현재는 1단계만 이뤄졌고, 2단계는 엄두도 못내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문인력 부족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지난 6월 말을 기준으로 법무부 송무심의관실 인원 수는 84명이다. 이 가운데 35.7%에 해당하는 30명은 변호사 자격이 없다. 나머지 54명의 72.2%에 해당하는 39명은 병역의무기간만 근무하는 공익법무관들이다. 전체의 17.8%인 15명만이 변호사 자격을 가진 전담 공무원인 것이다.

 

송무실 직원 84명 중 35.7%는

 변호사 자격 없어


법무부 관계자는 "8월 이후 변호사 2명을 추가 임용할 계획"이라며 "송무전담 인력을 꾸준히 충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송무업무를 담당했던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 힘빼기'와 같은 정치적 배경에 의한 변화가 아닌 실제 국민들을 위해 이로운 방향으로의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예산 지원은 물론 인적 보강과 시스템 개편 등이 제대로 맞물려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송무사건은 검찰이 소송수행자인 각 행정기관 및 지자체 공무원을 지휘하는 형태로 진행됐는데, 실제 사건의 사실관계를 가장 잘 아는 담당자들이 법률전문가가 아닌 경우가 많다"며 "소송을 수행하는 행정청은 물론 소송을 지휘하는 법무부에도 변호사 등 전문인력을 증원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각 지역에 법무부 산하 송무업무 전담 조직을 두고 있는 일본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일본 법조인은 "법무부와 검찰이 분리돼 있는 일본에서는 각 지역에 있는 법무국이 국가송무 접수를 받고 중앙에 있는 송무국에 보고한 후 논의를 통해 사건이 각지 법무국으로 배당되기 때문에 혼선이 적다"며 "실제 소송은 각지 법무국이 지휘하는 체계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국가소송이나 행정소송 실무와 관련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온다.

한 부장판사는 "국가송무를 포함한 행정소송에서 현행법령상 법원이 기일을 독촉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며 "재판부에서 답변서 제출 기한을 둘 수 있지만 이는 재량에 맡겨져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장 접수 후 첫 변론기일이 열리기까지 여러 달이 걸린다는 인식 때문에 실무상 변론기일이 잡힌 이후에 준비서면을 제출하는 경우도 많다"며 "관련 제도 개선도 신중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종합법무관리솔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