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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평등법 추진, 법조계 “입증책임 전환 등 우려”

리걸에듀

정치권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법조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발의된 법안들에 담긴 '차별'의 정의가 모호할 뿐만 아니라, 차별행위와 관련한 손해배상책임 문제를 따질 때 입증책임을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지도록 하는 등 일반 법원칙에 반하는 내용들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6일 국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차별금지법안'은 최근 국회 국민동의 청원 10만명을 넘기면서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가 본회의 부의 여부를 놓고 논의 중이다. 지난달 16일에는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포괄적 차별금지법인 '평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두 법안 모두 헌법상의 평등권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모든 불합리한 차별을 철폐하고 관련 피해를 구제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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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입증책임 등과 관련한 논란이 일고 있다.

 

차별금지법안 제52조는 '차별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피해자가 주장하면 그러한 행위가 없었다거나, 성별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이 아니라거나,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는 점은 상대방이 입증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법은 불법행위책임과 관련해 원칙적으로 피해자가 입증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피해사실과 함께 가해사실의 불법성 등을 증명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차별금지법안 규정은 이와 반대로 사실상 가해자에게 입증책임을 지도록 한 것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 등이 차별행위가 존재하지 않았다거나 차별행위와 관련된 정당한 사유 등을 입증하지 못하면 손해배상책임 등을 오롯이 져야 하는 셈이다.

 

차별행위 주장하면 

정당한 사유 입증해야 

정당한 사유 입증 못하면 

손해배상 책임져야

 

평등에 관한 법률안 제37조 1항도 '차별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은 차별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자가 입증해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같은 조 2항에서는 '차별행위가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는 점은 차별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자의 상대방이 입증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평등에 관한 법률안은 차별사유를 23개로 한정한 차별금지법안과 달리 그 범위가 한정되지 않은 일반법 성격을 갖고 있어 실제 제정됐을 때 파급효과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정주백 충남대 로스쿨 교수는 "법 기술적 측면에서 차별금지 사유를 분명하고 특정할 수 있게 규정해야 한다"며 "(일반적 차별 금지 방식보다) 구체적 차별 상황에 따라 특별법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법상 

불법행위의 입증책임 원칙에도 반하고

그런 사실 없다는 부작위 증명도 

어려운 문제

 

한 변호사는 "차별이라는 이름으로 표현의 자유가 현격하게 위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특정 이슈에 대해 공론화 과정을 거쳐 섬세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 부장판사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작위를 증명하는 것은 악마의 증명이라고 불릴 만큼 어려운 문제"라며 "어떤 행위가 없었다고 증명하라는 것은 증명책임의 본질적 구조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 로스쿨 교수는 "입증책임 전환은 일부 의료사고나 환경사건 등에서 예외적으로 인정되는데, 차별금지법에서도 과연 이 같은 입증책임 전환을 인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지 모르겠다.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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