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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중계] "형사법, 전방위적 위기 상황"… 법조계 집단지성 대응 촉구

비교형사법학회·형사소송법학회·형사법학회·형사정책학회·피해자학회
동아대학교 법학연구소와 '위기의 형사법' 제10회 한국형사학대회 개최

미국변호사

형사법학자들이 형사법에 닥쳐온 전방위적 위기를 경고하며 법조계 차원의 대응을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로스쿨 도입과 공시생 증가 등 사회상 변화로 형사법학이 수험과목으로 변질되는 등 학문적 토대가 위축 되면서 '판결-학계-입법'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가 끊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인이 사건' 등 여론의 이목이 집중된 일부 형사사건을 계기로 과도한 엄벌주의 경향이 나타나는 데 대한 경계의 목소리와 코로나19로 비대면이 보편화되는 시대상에 발맞춰 형사사법의 디지털화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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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법학 위기, 공론화 및 적극적 대응방안 모색해야" = 한국비교형사법학회(회장 최병각)와 한국형사소송법학회(회장 정웅석), 한국형사법학회(회장 김혜정), 한국형사정책학회(회장 박미숙), 한국피해자학회(회장 원혜욱)와 동아대학교 법학연구소(소장 김용의)는 25일과 26일 부산시 수영구 호메르스호텔 20층 호메르스홀에서 '위기의 형사법과 형사법의 위기'를 주제로 제10회 한국형사학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대회는 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해 오프라인과 온라인 플랫폼(Zoom)을 이용한 비대면 혼합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대회에서 전문가들은 형법 교육의 쇠퇴와 형법학의 종속에 따른 문제점을 지적하며 법학 교육과 형법학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형사법학자들과 법조계의 집단지성이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이원상 조선대 법학과 교수는 '한국 법학 교육과 형법학의 위기에 대한 소고'를 주제로 발표하며 "형법 교육의 쇠퇴와 형법학의 종속으로 인한 최종 피해자는 결국 일반시민들이 될 것"이라 경고했다.

 

이 교수는 "로스쿨체계 도입 이후 법학교육이 대략 공무원 법학과 법조인을 위한 법학 등으로 이원화되면서 법학과의 단독적인 존재 이유가 사라지는 등 순수법학이 위기를 맞았다"며 로스쿨 도입 등 변화된 법학교육 시대에 부응하는 체계의 부재를 위기 원인으로 꼽았다.

 

또 "특히, 형법학에서 판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형법학이 판례의 사후 해설학 정도로 축소되는 등 학문성이 와해될 위기에 있다"며 "이는 형사입법과 법률의 집행 및 적용, 문제점 도출, 법률 변경 및 해석 변경 등으로 이어져 점진적으로 발전하게 되는 형사법체계의 순환구조가 끊어지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수험공부 위주의 법학교육 체계를 개선하고, 법학교육의 다양성을 확보해 법학수요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강우예 한국해양대 교수는 "형법 교육이 활용하는 판례라는 재료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판례요지의 단편적 암기가 성패를 좌우하는 변호사 시험이나 공무원 시험의 지나친 적자생존의 합격 경쟁에 법학교육의 수요와 공급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현상이 문제의 발단"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박성민 경상국립대학교 교수는 "유수의 법학과들이 법전원체제로 전환됨에 따라 형사법교육도 이론교육보다는 실무교육 중심으로 변화됐다"며 "법학교육의 획일화는 공급과 수요의 편중을 가져오고 결국 대학이 법기술자를 양성하는 기관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형법학의 학문적 가치에 무게를 두는 교수자와 실용적 가치에 더 중점을 두는 학습자 등 대학 구성원간 니즈를 조화시키는 등의 해결책을 모색해야할 것"을 주문했다.

 

◇ "증가하는 형사처벌 규정, 체계적 연구 체계 갖춰야" = 법률에 있어 '형사처벌' 규정 형태로 형법의 영역이 확장되는 만큼 형사법학계에서도 관련 판례 연구 등 체계적 접근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교수는 "법제처 통계에 따르면 6월 기준 현행 법률은 1534개로 형법 및 형사특별법 뿐 아니라 여러 개별법률에서도 형사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며 "형법의 영역이 확장될수록 형법학자들의 역할범위도 함께 넓어지는데 그만큼 형법이론이 확장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학 교육 및 형법학은 스스로 학문의 영역을 넘어서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법학 교육과 형법학의 범위는 전공의 영역을 넘어 일반 국민으로 확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도 "형사법은 끊임없는 시민적 관심의 대상으로 특히 현재 형법학은 인접학문과의 학제적 만남이 보다 왕성해지고 그것을 피할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행정법영역 등 다른 법역에서 형벌을 행정통제의 수단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며 "형법학의 융복합 영역으로서 전통적 의학·심리학·사회학 이외에 전자공학·빅데이터 기반의 경영정보학 등 4차산업혁명을 선도할 여타 학문에도 관심을 갖고 형법학이 융합할 수 있는 지점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 제안했다.

 

◇ "과잉형법, 형법의 비대화 초래할 수도" = 형사입법에 있어 형벌의 중형화 및 전치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아동보호와 형법 개입의 정당성' 주제 발표를 맡은 김혜경 계명대 교수는 "대부분의 형법학자들이 형사입법에 있어서는 형벌의 중형화 및 형법의 전치화, 법원의 위험범적 해석을 통한 처벌의 확장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며 "과도한 형사입법이 궁극적으로 국가권력을 비대화시키고 개인의 기본권침해를 광범위하게 허용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전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킨 아동 학대 살인 '정인이 사건' 등으로 발발된 특별형법을 포함한 형법은 이미 처벌에 있어서는 매우 정치하다"며 "스토킹, 특정음란물 소지, 아동학대 등 많은 비범죄화 영역이 형벌권 내로 진입됐다. 모든 영역을 형법의 지배하에 두는 게 정답은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동복지를 위한 또는 아동학대처벌을 위한 국가형벌권의 최대한의 발동은 매우 간단하고 멋지지만 명백히 잘못된 해결책"이라며 "형사법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과 가정과 지역사회 등 공동체의 몫으로 남겨둬야 할 일을 구분하기 위해 형사법학계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형벌만능주의에 대한 문제점이 부각되지 않는 점을 지적하며 형법학의 대국민 홍보 및 관련 교육방안 마련 등을 마련하는 것이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 "코로나19發 디지털 시대화… 형사사법 절차에도 적용돼야" = 비대면이 대면을 대체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형사사법 절차도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지평을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 형사사법의 미래'를 주제로 발표한 이기리(50·사법연수원 32기) 수원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전자문서의 등장과 활용 △디지털 증거 사용 문제 △형사사법절차에서 빅데이터의 활용 등을 중심으로 '전자화와 형사사법'을 분석했다.

 

이 부장판사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디지털 시대가 촉진됨은 물론 전환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큰 변화가 일고 있다"며 "그러나 실무를 보면, 형사사법에는 아직 디지털화 구현이 미흡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 2010년부터 도입된 전자소송의 경우 민사와 가사는 약 70%, 행정과 특허는 90%를 웃돌고 있는 데 비해 형사소송은 약식절차에서 극히 일부에만 활용되고 있다"며 "또 형사재판은 영상재판 등 형사사법절차의 비대면화 상황에서도 모두 제외돼 있다. 빅데이터 활용의 순기능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박용철 서강대 교수는 "이른바 사법체계의 디지털화에 있어 어떤 판례에 수립만으로는 허용할 수 없는, 입법적으로 접근해야 할 영역이 있다"며 "특히, 디지털 증거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생되는 문제점 등에 대해 실무와 학계가 모여 종합적 접근방법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종수 동아대 법학연구소 박사는 "인공지능 영역도 형사사법절차의 큰 축을 이룰 분야"라며 "현행 우리법 체계에서 인공지능의 법적 지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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