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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탈북 법조인 4명, 국내서 막노동 전전

북한법제연구 등에 탈북법조인 참여 길 열려야

리걸에듀
탈북자가 늘면서 판·검사 출신 북한 법조인들도 우리나라로 들어와 거주하고 있지만 이들 상당수가 종이박스 포장이나 식당 서빙, 공사장 막노동 등에 종사하게 돼 전문성을 살리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법제 등에 대한 이해를 높이면서 통일 과정의 사회적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탈북민들이 갖고 있는 전문성을 활용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22일 법조계와 탈북민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민은 약 3만3000여명이다. 이 가운데 법조인 출신은 최소 4명 이상이다. 김은덕 전 양강도 검사와 후창군 검사 출신인 B씨, 공선 변호사 C씨, 판사 출신 D씨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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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탈북한 김 전 검사는 지난해 초 남한에 정착했다. 그가 하나센터에서 소개받은 일자리는 화장품을 종이박스로 포장하는 일이었다. 6개월간 일하다 그만두고 현재 다른 일을 찾는 중이다. 2019년 탈북한 B씨는 중소도시에 있는 시장에서 경비를 서고 있다. C씨도 남한에서 법지식을 활용하는 일은 갖고 있지 않다. D씨는 5년 전 탈북한 뒤 국정원 산하 연구원에서 일했다고 한다.

 

국내 정착 이후 

전문성 활용할 일자리 못 찾아


의사나 한의사 출신 탈북민 중에는 남한에서 병원을 여는 사례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고시를 보고 자격을 다시 땄거나, 이례적인 기회를 얻은 경우다. 보안소(경찰) 출신이나 북한 정부 행정일꾼(공무원) 출신 탈북민 상당수도 식당 일을 하거나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을 전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탈북민 커뮤니티에 따르면, 하나센터 등을 통해 탈북민이 구할 수 있는 일자리는 단기 단순노동직이 대부분이다. 주로 데크(인공 구조물) 시공, 건설현장 막노동, 용접·미장, 터널 공사, 조선소 발판 공사 등이다.

한 탈북민은 "여성은 사과나 배를 따거나 미역을 채취하는 일을 받기도 한다"며 "외국인 노동자들과 함께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에서 법일꾼(법조인)을 했든, 행정일꾼(공무원)을 했든, 과학자를 했든, 남한에서는 북한에서의 지식과 경험이 무용지물"이라며 "괴리를 견디지 못하고 자영업에 덜컥 뛰어 들었다가 정착금을 날리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전했다.

 

박스포장·경비·식당 서빙 등

 단순 업무에 종사  


또다른 탈북민은 "박근혜정부에서는 엘리트층이나 고위관료를 전문 분야에 맞는 연구소에 파견하는 사례가 있다고 들었는데, 문재인정부에서는 이런 노력이 사라졌다"며 "고급 인적 자원을 활용할 의지가 없다고 들었다. 특히 중년 이상 탈북민은 일을 구하는 데 애를 먹는다"고 했다.

한 북한 전문 변호사는 "북한은 현행법상 반국가 단체로 규정되기 때문에 그 곳에서 전문직이나 공무원으로 일했더라도 (남한에서) 곧바로 쓰기 꺼려하는 경우가 많고, 탈북민에 대한 인식도 이등·삼등 시민으로 취급하는 데 머물러 있다"며 "미국으로 건너간 이민 1세대 가운데 교수 등 한국에서 사회적 지위가 꽤 있던 분들도 계셨지만, 미국 현지에서는 세탁소나 슈퍼 등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과 사정이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독일에서도 통일 이후 수십년간 동·서독 출신 간 사회적 갈등이 내부적으로 극심했다. 사법 제도에서도 동독 법조인 상당수를 배제하는 점령군식 통합이 이뤄졌다"며 "법조단체나 관련 연구원 등 국가기관에서 법조인 출신 탈북민을 고용한다면 북한법연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로스쿨 교수도 "북한 사법제도를 연구할 때 전문가가 아닌 일반 탈북민을 상대로 구속됐던 기간, 예심 날짜 등을 묻는 것이 현실"이라며 "현재 북한법제도에 대한 연구는 북한에 가보지 않은 남한 학자들의 탁상공론에 머물러 있는 측면이 다소 있다. 북한 제도와 실무를 잘 알고 있는 법조인 출신 탈북민을 참여시켜 북한법제에 대한 실질적 이해를 높여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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