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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법원행정처

SNS에 올린 글 때문에 탄핵 소추된 日 판사

센다이고등법원 오카구치 판사의 파면 경위

미국변호사

최근 판사가 트위터에 부적절한 내용의 글을 올렸다가 탄핵소추됐다. 일본 판사 얘기다. SNS에 올린 글 때문에 법관이 탄핵심판 대상이 된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판·검사 등 공직자들의 SNS 활동이 도마에 오르는 경우가 있어 이 사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 국회 재판관소추위원회는 16일 센다이고등법원의 오카구치 기이치(岡口基一·55) 판사에 대한 파면을 요구하며 재판관 탄핵재판소에 소추하는 결정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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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구치 판사가 탄핵소추된 이유는 2017년과 2018년에 올린 두 번의 트윗(트위터에서 최대 140자까지 짧은 글을 올리는 일) 때문이다.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오카구치 판사는 2017년 12월 도쿄 에도가와구에서 여고생이 살해된 사건에 대해 '목을 졸려 고통받는 여자의 모습에 성적 흥분 기억 버릇을 가진 사람', '그런 남자에게 무참히 살해됐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가 유족이 반발하자 '유족은 도쿄고등법원에 세뇌돼 (자신을) 비난하고 있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또 2018년 5월에는 공원에 방치된 개를 주워 기른 사람과 원래 주인 사이에 벌어진 민사소송에 대해 '뭐? 당신? 이 개를 버린 거잖아'라는 내용의 글을 트윗했다.

 

2017년 여고생 살인사건 이어 

2018년 개 관련 트윗

 

여고생의 유족과 개를 둘러싸고 벌어진 민사소송의 당사자 측이 "(오카구치 판사로부터) 모욕을 당했다"는 등의 이유로 항의를 하자, 일본 최고재판소(우리나라 대법원에 해당)는 '재판관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동'이라며 오카구치 판사에게 두 차례 견책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결국 오카구치 판사에 대한 탄핵소추를 국회에 청구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일반 국민도 국회에 탄핵소추를 청구할 수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간한 '법관 탄핵 해외사례'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중의원과 참의원 각 10명으로 구성된 재판관 소추위원회가 직권 혹은 국민 등의 청구로 탄핵을 소추하면, 중의원과 참의원 각 7명으로 구성되는 탄핵재판소가 탄핵심판을 하게 된다. 탄핵재판소는 국회에서 독립된 기구로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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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법관이 탄핵 소추된 것은 2012년 여성의 치마 속을 불법촬영한 오사카 지방법원의 남성 판사보(법관 경력 10년차 미만) A씨 이후 이번이 아홉번째다. 앞서 탄핵소추된 일본 판사 8명 가운데 7명이 파면되었다.

 

2018년 9월 트위터를 시작한 오카구치 판사는 현재 1만4000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민사재판과 관련한 책을 쓰고, 사법 및 정치 분야에 실명으로 SNS 활동을 하는 재판관으로 알려졌다. 평소 차별 반대나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내용의 트윗을 하기도 했다.

 

유족·개싸움 당사자 “모욕 당했다”

 탄핵소추 청구

 

공직자들의 SNS 활동에 대한 논란은 일본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2018년 한 고위 공무원이 "지금은 친일을 하는 것이 애국이다"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서 파면됐다.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2급공무원이었던 A국장은 "나 스스로 친일파라고 여러 번 공언했다"는 등의 글을 올려 국가공무원법상 공무원의 의무인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파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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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서도 일부 판·검사들이 SNS에 올린 글 때문에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임은정 대검찰청 감찰연구관은 지난 3월 SNS에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 의혹 사건에 대한 자신의 의견은 물론 사건 배당 문제 등과 관련한 글을 올렸다가 시민단체로부터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고발당했다.

 

앞서 2011년 12월에는 페이스북에 '가카의 빅엿' 등의 표현을 써 논란을 일으킨 서기호 당시 서울북부지법 판사가 이듬해 2월 법관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국회 탄핵소추 결정

 2012년 ‘몰카 판사’ 이어 9번째 

 

논란이 이어지자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2012년 법관들이 SNS를 사용할 때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하는 등 법관윤리강령을 지킬 것을 권고했다. 당시 윤리위 권고 내용에는 △법관은 SNS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사용법을 숙지함으로써 SNS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은 결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SNS 상에서 신상정보와 게시물 공개범위, 게시물 관리에 신중해야 한다 △법관은 SNS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법관윤리강령을 준수해 품위를 유지하고 공정성과 청렴성을 의심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편견이나 차별을 드러내거나 그러한 오해를 받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한 로스쿨 교수는 "공직자들이 SNS를 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그 글의 내용"이라며 "판·검사 등 공직자의 글은 그 파급효가 큰 만큼 신중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법관 윤리강령 등은 굉장히 느슨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한 변호사는 "판사나 검사들이 SNS 활동에서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내용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며 "공직자로서의 책임이나 윤리의식에만 맡겨 놓기에는 심각성이 너무 큰 경우도 있다. 이젠 다른 조치가 필요해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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