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로펌

“중소로펌 위한 ‘주 52시간 근무제’ 가이드라인 필요”

‘주 52시간 근무’ 확대 시행에 ‘비상’ 걸린 중소로펌

미국변호사

다음 달 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5인 이상 상시근로자를 둔 사업장으로 전면 확대 시행되면서 지금까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던 50인 미만 중소형 로펌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대형로펌에 비해 업무량이나 업무 분배가 일정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근로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대책을 마련하기가 더 어렵기 때문이다. 일부 중소로펌은 적용대상이라는 사실조차 몰랐다가 이제서야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서거나 손을 놓고 있는 경우도 있다. 주 52시간 근로시간 규정을 어기면 로펌 대표(사업주)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으로 형사처벌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기업과 근로자 등을 상대로 노동문제를 상담하고 관련 자문이나 소송을 대리하는 로펌이 스스로 법을 위반했다는 점 등에서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대부분의 로펌이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대상이 되는 만큼, 관련 가이드 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0879.jpg

 

◇ 일부 중소로펌, 적용대상인지도 몰라 = 지난 16일 고용노동부는 오는 7월 1일부터 예정대로 '상시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을 둔 사업장에 대해서도 '주 52시간 근무제'를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영계가 영세 사업장의 준비 부족을 이유로 정부에 계도기간 부여를 요구하기도 했지만, 정부는 다양한 현장 안착 방안을 마련해 예정대로 시행하기로 했다.

 

정부는 우리 사회의 장시간 근로 관행을 개선하고 일과 생활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2018년 3월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다. 근로기준법상 1주 법정 근로시간 40시간에, 연장 근로시간 12시간을 넘지 못하게 하는 것이 골자다. 300인 이상 사업장은 2018년 7월부터, 50~299인 사업장에는 지난해 1월 시행할 계획이었지만 기업의 여력에 따른 준비기간을 부여하기 위해 각각 9개월과 1년의 계도기간을 거쳐 시행 중이다. 여기에서 나아가 다음 달부터는 5~49인 사업장까지도 적용 대상이 된다.

 

이에 따라 법무법인 등 로펌 가운데 지분을 가지고 등기된 구성원 변호사를 제외한 소속 변호사(어쏘 변호사 등)와 일반 직원 수를 합쳐 5인 이상인 로펌도 원칙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을 받게 된다. 별산제 로펌 역시 하나의 사업장이기 때문에 적용대상으로 보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업무 분배 일정하지 못하고 

근무환경도 열악

 

주 52시간 근무제 전면 확대 시행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대비 상황은 천차만별이다. 재량근로제 시행 등 대형로펌과 비슷한 수준의 대응책을 마련해 준비를 마친 곳도 있지만, 아직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거나 심지어 적용대상인지도 몰라 지금까지 손을 놓고 있었던 로펌들도 있다.

 

한 중견로펌 대표변호사는 "고용노동부가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할 당시부터 사업장 규모에 따른 단계별 적용시기를 밝혀온 만큼, 소속 변호사들의 업무와 일반 직원 업무 특성에 맞춰 재량근로제 등 근무제도를 개편해 근로계약서에도 이미 반영했다"며 "로펌 운영에 있어 근무제도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차질이 없게끔 미리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른 로펌 대표변호사는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 대상인지 몰랐다"며 "관련 법률을 위반하지 않아야겠지만, 우리 로펌 규모나 인적 구성 등 여러 사정상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기 어려워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소형 로펌을 운영하고 있는 한 변호사는 "대형로펌에서는 소속 변호사들의 유학제도나 복지제도 정비 또는 강화 등을 통해 재량근로제를 도입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규모가 작은 로펌에서는 이에 대한 논의조차 어렵다"며 "업무시간에 해당하는 업무의 경계를 나누는 것부터 애매한 경우도 많아 걱정"이라고 했다.

 

적용대상인지 조차 모르고 

대비책 마련 안해

 

◇ 대형로펌, '재량근로제' 비교적 순항중 = 2018년 7월 가장 먼저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 대상이 된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의 국내 대형로펌들은 재량근로제 등을 도입해 지금까지 비교적 안정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형로펌들도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앞두고 대비책을 마련하느라 당시 진통을 겪기도 했다. 특히 고용노동부가 기존 판례와 관련 법령을 토대로 내놓은 '근로시간 해당 여부 판단 기준 및 사례' 가이드라인이 로펌 문화나 업무방식과 동떨어져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업무의 특성상 로펌 변호사들은 업무시간과 상관없이 쏟아지는 국내외 클라이언트들의 요구에 즉각 대응해야 하는데, 이 점에서 다른 직종과 업무적 차이가 뚜렷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형로펌들은 저마다 태스크포스(TF) 팀을 꾸리고 파트너 회의를 여는 등 대응책 마련에 심혈을 기울였다. 또 소속 노동팀을 중심으로 재량근로제나 탄력근로제 등 여러 제도 도입을 검토하면서 단축근무와 관련된 모의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후 어쏘 변호사들과의 직·간접적인 협의를 거쳐 재량근로제나 탄력근로제 등을 도입했다. 이 과정에서 로펌에 따라 △연봉 인상 체계 변경 △근로 장소 및 출·퇴근 시간 등을 소속 변호사가 자율적으로 결정 △야간 또는 휴일 근로 지시 금지 △유학 및 복지혜택 추가 변경 등의 조치를 취한 곳도 있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단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른 제도 개선이 아니라 로펌 내 업무방식 변화의 필요성을 두고 경영진과 구성원들이 다각적으로 고민했다"며 "시행 이전과 비교해 근무시간이 탄력적으로 변화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과 삶의 균형을 찾기 위한 주 52시간 근무제 취지에 맞춰 지속적으로 근무환경 개선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량근로·탄력근로 도입

대형로펌과 대조적

 

◇ 법조계 "맞춤형 가이드라인 필요" = 주 52시간 근무제 전면 확대 시행을 앞두고 법조계에서는 아직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로펌들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를 비롯해 대한변호사협회 등 변호사단체에서 변호사 업무 특성에 맞는 재량근로제, 탄력근로제 등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제시한다면 중소로펌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이다.

 

한 변호사는 "아직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 대상인지도 모르는 중소로펌들까지 있는 만큼, 이들에게 관련 제도 등의 홍보가 필요해 보인다"며 "이와 함께 대한변협이나 지방변호사회 등 변호사단체에서 각 로펌 규모에 맞는 주 52시간 근무제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제시한다면 대응책 마련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종합법무관리솔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