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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수입관리’ 부부 늘고 노령층 재혼 증가도 한몫

주목받는 ‘혼전계약’… 인정 필요성 제기와 전망

리걸에듀

'프리넙(prenup, 결혼 전에 이혼 시 재산분할 등을 미리 정하는 혼전 계약서)'과 같은 혼인 전 계약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는 부부 간이라도 각자 수입을 관리하면서 공동 생활비 외의 지출은 각자가 알아서 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데다 노령층의 재혼 증가, 국제결혼 증가 등 달라진 사회 현상 때문이다. 결혼과 가정 생활에 대한 전통적 인식이 바뀌고 이혼에 대한 생각도 달라져 부부 재산관계도 새롭게 규율할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혼전 계약서가 부부 사이에서도 재력가 등 경제적 지위가 우월한 배우자에게 유리할 공산이 커, 이혼 때 상대 배우자의 생계 보장을 위협할 우려가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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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행 민법은 한정적 범위 내에서만 인정 =
우리나라에서도 '부부재산계약(부부재산의 약정)'을 체결해 결혼 전 형성한 특유재산에 대해 자신만의 소유권 등을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부부재산의 약정과 그 변경'을 규정하고 있는 민법 제829조는 부부가 혼인 전에 부부의 공동재산에 관한 내용을 합의한 후 이를 등기해 제3자에 대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이는 혼인 후의 재산적 법률관계를 미리 약정하는 것으로, 혼인신고 전에 체결해야 하고,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등 민법상 기본원리에 반하지 않아야 한다. 특히 이 부부재산계약은 혼인기간 중 부부 간의 재산관계를 규율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혼 때까지 확장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혼인이 종료되면 그 효력을 잃게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뿐만 아니라 부부재산계약을 체결했더라도 이혼 등에서 재산분할 때 재산 형성이나 유지에 상대방 배우자의 기여가 있을 경우에는 분할 대상 재산이 될 수 있다. 즉, 현재로서는 부부재산계약을 통해 결혼 전 형성해둔 재산에 대해 특유재산으로 인정받아 향후 재산분할 때 유리한 근거로 활용되는 정도이다.


법원은 

혼전계약 했더라도 

협의이혼 시에만 반영

 

한민희(사법연수원 44기) 법률사무소 율다함 변호사는 "이혼 시 재산분할은 '부부가 혼인 중에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을 대상으로 하는 것인 만큼 특유재산은 분할 대상에서 제외하지만, 대법원 판례는 특유재산이라 할지라도 다른 일방이 적극적으로 그 특유재산의 유지에 협력해 감소를 방지했거나 증식에 협력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재산분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본다(93므1020판결)"며 "부부가 '부부재산계약'으로 혼인 중의 재산 중 어떠한 것을 누구의 특유재산으로 할 것인지와 관리권한을 정했다고 할지라도, 추후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 분쟁 시 '특유재산이다', '특유재산이지만 관리·보존 등으로 기여했다', '부부공동재산으로 재산분할대상이다'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될 수는 있지만, 구속력을 갖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동진(43·32기)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부부재산계약의 실제 사용례가 거의 없기에 부부재산계약이 혼인 종료 후 법률관계를 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 법원이 어떻게 해석할지 아직 정리가 되지 않았다"며 "하지만 부부재산계약이 이혼 후 재산분할 시에 효력이 없다고 본다면 이 약정이 무용해지기 때문에 불합리한 부분은 민법 제103조 등에 따라 보완하고 재산분할 시에도 효력이 있다고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부재산계약이 이혼이나 사망 시 재산분할 문제에 효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 우리 법이 불분명한 만큼 해당 조문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사회변화 따라 

부부 재산관계 새롭게 규율 필요”


◇ 대법원 "이혼 전 미리 재산분할청구권 포기 허용 안돼" = 이처럼 현행 민법상 부부재산계약은 매우 한정적 범위 내에서만 인정되기 때문에 최근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처럼 프리넙을 체결하려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를 인정하는 관련 법령이 미비해 법적으로 효력을 인정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프리넙 약정을 체결했더라도 그 합의는 협의이혼 시에만 반영될 뿐 재판상 이혼 시에는 적용되기 어렵다.

많은 전문가들은 "대법원이 협의이혼을 전제로 부부가 미리 이혼 전 재산분할에 대해 합의한 것도 인정하지 않는 만큼, 혼인 전 작성한 프리넙 또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혼전계약으로 

배우자 기여분 주장 못하면 문제”


대법원은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이 성립한 때 비로소 발생하고, 협의 또는 심판에 의해 구체적 내용이 형성되기까지는 범위와 내용이 불명확·불확정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권리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98다58016). 또 "협의 또는 심판에 의하여 구체화되지 않은 재산분할청구권을 혼인이 해소되기 전에 미리 포기하는 것은 그 성질상 허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2002므1787, 1794, 1800등).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이혼 때 재산분할을 어떻게 하자고 서로 합의한 직후 소를 제기해도 실무상 합의의 효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하물며 법원에서 혼인 전에 작성한 혼전계약의 내용을 받아들일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경제력 있는 배우자만 유리” 

 반론도 만만찮아

 

◇ '프리넙' 제도화 등 싸고 의견 분분 = 이 때문에 이혼 때 재산문제를 정하는 내용의 부부재산계약을 인정하거나 나아가 국내에서도 폭넓게 '프리넙'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아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조정희(46·31기) 디코드 대표변호사는 "우리나라는 혼인의 공공성을 강조하다보니 (혼인이나 이혼도) 사적인 처분 권한이 제한되는 영역으로 본다"며 "민법상 부부재산계약은 활용되는 사례가 거의 없고 인용도 잘 되지 않아 사실상 의미가 없기 때문에 그 구속력과 범위를 넓혀서 효력을 인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엄경천(48·34기) 법무법인 가족 변호사는 "민법 제839조의2는 재산분할청구권을 '이혼한 자'의 권리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현행 해석론으로는 부부재산계약이라는 이름으로라도 이혼 시 재산분할금이나 분할 대상이나 분할 비율 등에 관해 합의를 하는 것은 재산분할청구권을 미리 포기하는 것으로서 효력을 갖기 어렵다"며 "서구, 특히 미국의 연예인 등 억만장자들과 관련해 장래 이혼 시 재산분할 문제까지 규율하는 이른바 혼전계약과 관련된 뉴스를 접하게 되는데, 이런 취지의 계약을 허용하거나 도입하는 것은 혼인의 자유, 특히 노년층의 재혼의 자유와 관련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여도 따라 공정배분이 중요

 신중한 접근 필요


배인구(53·25기)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도 "적어도 혼인 전부터 가지고 있던 재산은 각자의 특유재산으로 하고, 나아가 예컨대 2년 뒤 부모로부터 증여받기로 한 것 등 혼인 중에 취득할 것이 예상되는 재산도 특유재산으로 삼아 어떤 것을 분할 대상 재산으로 포함시키지 않을 것인지에 대해 (부부가 미리) 합의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라며 "독일은 혼인 중에도 부부재산계약을 체결할 수 있어 혼인 중 증여나 상속을 받는 경우에 대해 어떤 것을 나눌지 안 나눌지 미리 합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행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현곤(52·29기) 새올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혼인생활이 10~20년이 될 수도 있는데 혼전에 계약한 것으로 인해 그 기간 동안 배우자가 기여한 것에 대해 아무런 주장을 할 수 없게 된다면 그것이 더 큰 문제일 수 있다"며 "남녀 관계라는 특수성 등을 감안해 가족법에서는 계약의 효력보다 공정의 원칙을 중시한다. 따라서 재산분할 등도 기여도에 따라 공정하게 배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변호사도 "프리넙은 부자인 배우자에게만 유리한 제도"라며 "재산분할 등에 따른 손해를 보지 않고 약자인 상대 배우자를 손쉽게 내치는 제도로 악용될 공산도 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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