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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때 재산분할 이렇게”… 주목받는 ‘혼전계약서’

“시대가 바뀐 만큼 전향적 논의 필요” 목소리도

미국변호사

A변호사는 최근 의뢰인으로부터 '혼전 계약서' 작성 의뢰를 받아 난감했다.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인 의뢰인은 '이혼할 때 재산분할을 안 받겠다', '시댁에는 1주일에 세 번 이상 가겠다' 등의 내용을 넣어 혼전 계약서를 작성해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A변호사는 "이런 내용을 담은 계약서는 법원에서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조언했지만, 의뢰인은 "영화나 TV 드라마에서는 다들 이렇게 작성하던데, 왜 안되느냐? 해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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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변호사도 의뢰인으로부터 '혼전 계약서' 자문을 받은 적이 있다. 외국인인 클라이언트가 "한국인과 결혼하려고 하는데, 이혼 때 재산분할 내용을 담은 혼전 계약서를 작성해줄 수 있느냐"고 자문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B변호사는 "우리나라 법원은 혼인 전 계약은 물론 혼인 후 합의한 계약도 인정하지 않는다"며 "당신 나라에서는 유효할지 몰라도, 한국에서의 효력은 개런티(보증)할 수 없다"고 방어적인 답변을 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법원, 

혼전계약의 효력 원칙적 인정 않지만

결혼·이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로 

관심 쏠려


결혼과 이혼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국제결혼은 물론 100세 시대를 맞아 삼혼(三婚), 사혼(四婚)을 하는 경우도 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서양처럼 '프리넙(prenup, 결혼 전에 이혼 시 재산분할 등을 미리 정하는 혼전 계약서)' 제도를 일정 정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미국의 대부호이자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의 이혼 소식과 함께 천문학적인 재산 분할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게이츠 부부가 혼전 계약서를 작성했는지에 전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저서에서 '아무리 사랑해도 혼전 계약서를 꼭 쓰라'고 했던 것이 세간에서 회자되기도 했다.


재산분할 등 

미리 정해 두려는 사람들 점차 늘어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결혼과 이혼에 대한 인식 변화와 함께 이혼 때 재산분할 등 재산관계를 미리 정해두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프리넙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사소한 내용까지 혼전 계약서에 담는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프리넙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현행 민법은 제829조 등에서 혼인 전에 '부부재산계약'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이는 결혼 전 각자의 재산을 정하고 등기해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그칠 뿐 이혼 시 재산 분할 등에 대해 정하는 내용까지 인정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가정법원 부장판사 출신인 김성우(52·사법연수원 31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세대가 변하면서 공동 생활비 통장과 자신의 통장을 따로 만들어 관리하는 등 경제적으로 각자 독립해 생활하는 부부가 많아진 만큼, 기여도에 따라 각자의 특유재산까지 재산분할 대상이 되도록 하는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옳은지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전에 재산분할에 대해 정해두고 나중에 이혼을 할 경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프리넙 관련 문제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한다면 분쟁이 줄어드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했다.

가사사건에 해박한 임채웅(57·17기)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도 "고령화 사회를 맞아 최근 노인들의 재혼 수가 늘고 있는데, 재산 문제 때문에 자녀들이 반대를 하는 경우도 많다"며 "시대가 바뀐 만큼 이제는 혼전 계약서에 대한 효력을 법원이 전향적으로 폭넓게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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