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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법원행정처

유부녀가 집으로 들인 불륜남… '주거침입' 될까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변론… 치열한 공방

미국변호사
남편 몰래 내연녀의 집에 성관계를 할 목적으로 들어간 경우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지 여부를 두고 대법원에서 치열한 법정 공방이 벌어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16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A씨 사건(2020도12630)에 대한 공개변론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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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내연관계에 있던 유부녀 B씨의 남편 C씨가 집을 비운 사이 이 집에 3차례 드나든 혐의를 받고 있다.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A씨는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지만, 2심에서는 무죄를 선고 받았다.

 

최근 하급심에서는 이런 경우 주거침입죄 성립과 관련해 엇갈린 판결이 나오고 있다. 불륜 상대방인 내연녀의 남편의 의사에 반해 주거에 침입한 것으로 본 판결도 있지만, 남편과 공동거주자 중 한 명인 내연녀의 승낙을 받고 들어간 것이기 때문에 '주거의 평온'이라는 주거침입죄의 법익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어 무죄로 판단한 판결도 있다.<본보 2021년 4월 15일자 4면 참고>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D씨 사건(2020도6085)에 대한 공개변론도 함께 진행했다.

 

D씨는 E씨와 부부싸움을 한 후 집을 나갔다. 한달 후 집에 돌아온 D씨는 문을 열어줄 것을 요구했지만, 집을 보고 있던 E씨의 동생이 문을 열어주지 않자 부모와 함께 현관문 걸쇠를 부수고 집안으로 들어간 혐의로 기소됐다.

D씨는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다만 D씨의 부모에게는 벌금형이 선고됐다.


이날 변론에서는 △타인이 공동거주자 중 1인의 동의를 받고 공동주거에 들어갔으나 그것이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 경우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지 △공동거주자 중 1인이 타인과 함께 다른 공동거주자의 의사에 반해 공동주거에 들어간 경우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1인의 승낙보다 공동거주자의 주거평온이 우선

남편의 반대 의사 명확히 예상… 주거침입 성립

 

검찰은 "헌법이 보장하는 주거의 자유는 공동거주자 전원에게 보장돼야 한다"며 "출입을 승낙할 자유보다 공동거주자 각자의 주거평온이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A씨 사건은 부정행위를 목적으로 출입했기 때문에 사회통념상 남편의 반대의사가 명확히 예상되므로 주거침입이 성립된다"고 설명했다.

 
D씨 사건에 대해서는 "걸쇠를 파손하는 범죄행위가 수반됐으므로 주거침입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부재중인 거주자의 의사 중시는 국가개입 인정

공동체 내부 문제… 국가형벌권 개입 최대한 자제해야

 
반면 A씨 측 변호인인 안정훈 변호사는 "현존하는 거주자인 아내의 승낙이 있음에도 부재 중 거주자인 남편에 의사에 반한다는 이유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보면, 현존하는 거주자보다 부재 중인 거주자의 의사가 우선한다는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이어 "출입을 허락하지 않는 거주자의 의사를 보다 중시해 국가의 개입을 인정하는 것은 국가가 형벌을 통해 공동거주자들의 의견 일치를 강제하는 것"이라며 "공동체 내부의 문제이므로 국가형벌권을 최대한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D씨 측 변호인인 김지선 변호사도 "범죄목적인 경우에만 주거침입이 성립할 뿐, 의견 대립은 공동체 내부에서 해결해야 한다"며 "법적 수단 중 형벌은 최후의 보루로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대법관들의 질의도 이어졌다.

 

안철상 대법관은 검찰 측에 "부정한 목적이나 행위의 경우에만 주거침입죄를 적용한다면 해당 목적이나 행위에 대해 처벌하거나 책임을 물으면 되지, 왜 주거침입까지 적용해야 하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검찰은 "주거의 평온을 깨트리는 행위를 처벌하는 주거침입이 성립된 것이기에 처벌 대상"이라고 답했다.

 

이기택 대법관은 "남편이 집에 있었고 A씨가 집에 오는 것을 반대했는데도 들어왔다면 주거침입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남편이 반대할 것을 명백히 아는데도 부재자라는 이유로 남편 의사가 무시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들 사건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도 팽팽하게 대립됐다.

 

검찰 측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재현 오산대 경찰행정과 교수는 "공동 거주자 전원은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보호 받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1인의 동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주거침입이 인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D씨 사건에 대해 "공간점유자의 의사에 반해 걸쇠를 손괴하고 들어오는 행위는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며 "다만 D씨의 부모에 대해서는 집에 대해 권리가 있는 아들 D씨의 동의를 얻은 이상, 집에 들어가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믿은 경우로서 위법성의 착오가 있었는지, 믿은 것에 정당한지 이유가 있었는지 여부를 최종 심사해서 주거침입죄 성립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피고인 측 참고인으로 나온 김성규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현실적으로 공동거주자 모두의 의사를 확인하는 건 곤란할 뿐만 아니라 일상적이지도 않다"며 "공동거주자 전원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그 가운데 누군가 허락아래 아무런 규범적 장애없이 공동거주지에 들어가는 것을 침입에 해당한다고 하면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대법원은 의견 수렴을 위해 관련 기관 및 단체에 이 사건들에 대한 서면 의견서 제출을 요청했다.

 

이에 한국여성변호사회는 "가족인 공동거주자 중 1인의 동의만 얻어서 출입한 행위가 다른 거주자가 수인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서 그 거주자의 주거에 대한 사실상의 자유와 평온을 침해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거나, 혼인 및 가족생활의 기초가 흔들릴 정도로 불법적이거나 비도적적인 목적 내지 방식으로 이뤄지는 경우에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 것으로 제한해야 한다"며 "가족공동체 내부의 의견대립을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주거침입죄를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함으로써 가족간 화해의 여지를 마련해 주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는 "공동거주자 중 1인의 승낙을 받았는데도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이유로 주거침입죄로 처벌한다면 출입에 동의한 다른 거주자의 주거의 자유와 평온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이러한 경우 주거침입죄를 인정하는 데 신중해야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날 논의 내용을 토대로 최종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선고일은 추후 결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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