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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성범죄 관련 군 사법시스템 전면 개편해야”

성추행 피해 여군 국선변호사로 지정된 군법무관

미국변호사

선임 부사관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하고 이후 이를 은폐하려는 조직 내 회유·협박에 시달리던 공군 여성 부사관이 극단적 선택을 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피해자 보호 강화와 가해자 등 책임자 엄정 처벌을 위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폐쇄적인 군 문화를 감안해 군내에서 발생하는 성범죄 사건에 대해서는 군사법원이 아닌 일반법원의 개입과 피해자 보호를 위해 민간 변호사 지원 등을 강조해왔던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예견된 비극'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3월 충남의 한 공군 부대에서 근무하던 A중사는 선임 부사관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군사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수사가 이어지지 않았고 한달여 후인 지난 4월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송치 받은 공군검찰은 A중사가 지난달 22일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이후인 같은 달 31일에야 가해자로 지목된 B중사를 조사했다. A중사는 사건 발생 당일부터 피해사실을 상관에게 알렸지만, 즉각적인 가해·피해자 분리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고, 오히려 부대 상관들로부터 조직적인 회유·협박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성추행 사건 발생 1주일만에 피해자 국선변호사로 지정된 군법무관은 몇 차례 전화 통화와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았을 뿐 단 한 차례도 직접 면담하지 않아 피해자인 A중사를 사실상 방치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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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서는 예견된 비극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군사재판에는 같은 부대 상관들이 관할관이나 심판관 등의 이름으로 직·간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역시 군인 신분인 군법무관들이 군검사, 국선변호사가 되기 때문에 공정한 사건 처리가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극단선택 이전 

한 번도 면담하지 않고 방치’ 의혹


현재 공군에서는 군내 성폭력 등 형사사건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가 국선변호사 지원을 원하면 관행적으로 단기 군법무관 2명을 번갈아가며 피해자 국선변호사로 지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에서 A중사를 위해 지정된 피해자 국선변호사 역시 단기 군법무관으로 1년 정도 복무하고 있던 C중위였다. 이 때문에 사건 은폐를 위한 조직적 회유 등이 이뤄진 이번 사건과 같은 경우 국선변호사로 지정된 군법무관이 피해자를 제대로 조력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커지는 것이다.

 

공군은 C중위가 피해자 국선변호사로 선임된 뒤 결혼과 신혼여행, 이후 자가격리 등 개인 사정으로 면담을 원활히 진행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A중사의 유족 측은 성추행 피해 신고 후 회유 등 2차 가해까지 당한 피해자를 사실상 방치했다며 C중위를 7일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국방부 검찰단에 고소했다.

 

“군 조직 특수성 탓 예견된 비극

 제도개선 시급“


한 변호사는 "일반 법원에서는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법원과 검찰에 소속되지 않은 변호사가 독립적으로 사건 당사자 등을 대리하고 변호하지만 군에서는 이 모든 것이 한데 뭉쳐있다"며 "군이라는 조직의 특수성을 이유로 구성된 체계탓에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의 공정성이 문제가 돼온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여기에 피해자 보호를 위해 선임되는 국선변호사마저 군법무관이면 제대로 된 피해자 보호 조치가 이뤄질 수 있겠느냐"며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2월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청년변호사회가 개최한 '청년변호사, 협회에 바란다' 좌담회에서 최영기(40·변호사시험 2회) 법무법인 승전 변호사도 "아무리 해당 사건에 관여하지 않은 군법무관이더라도 애초에 그 소속이 군사법원에 있는 '국선변호장교'가 변호를 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 재판에 기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같은 부대 소속의 군법무관들이 군검사가 되어 기소하고, 국선변호장교가 되어 변호하며, 군판사가 되어 판결하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한다"고 비판했었다.

 

“국선전담 변호사 채용, 

권역별로 사건담당도 도움”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성범죄와 관련된 군 사법시스템 등을 대폭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로스쿨 교수는 "군내에서 발생하는 사건 가운데 군사기밀이나 군용물과 관련되지 않은 성폭력 사건 등 일반 사건은 민간법원에서 다루도록 하는 것이 사건의 조직적인 은폐를 막고 사건 처리 과정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제고할 수 있다"며 "이러한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군 사법체계의 전면적인 재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영기 변호사는 "군사법원에서도 국선변호인 제도를 운용하고 있지만, 군이라는 특수성과 거리가 멀다는 이유 등으로 국선변호 활동을 신청하는 경우가 적을 것"이라며 "국방부가 (민간인)국선전담변호사를 채용해 권역별로 사건을 담당하도록 한다면 군사법원 체계 재편은 물론 피해자 보호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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