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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합 판결과 달리 日기업 16곳 상대 ‘강제징용’ 손배소 각하

서울중앙지법, 피해자 패소 판결 파장

미국변호사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들이 일본 전범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1심 법원이 각하 판결을 내려 파장이 커지고 있다. 한·일 청구권 협정과 국제조약 등을 고려할 때 강제징용 피해자의 개인 청구권이 소멸되거나 포기됐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를 소송상 행사하는 것는 제한된다는 취지이다. 이번 판결은 일본 전범기업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던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3다61381)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심급별로 법관들이 독립해 판결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하급심 법원이 대법원 판결, 특히 전합 판결을 치받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피해자 측이 항소 방침을 밝혀 상소심 판단이 주목되지만, 대법관 인적 구성 등을 볼 때 대법원이 기존 입장을 번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한·일 간 외교적 해결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재판장 김양호 부장판사)는 7일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 85명이 일본제철과 닛산화학,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전범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5가합13718)에서 "소를 각하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각하란 소송이나 청구가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그 주장을 판단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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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한·일 청구권 협정과 그에 관한 양해문서 등의 문언, 청구권 협정의 체결 경위나 체결 당시 추단되는 당사자의 의사, 청구권 협정의 체결에 따른 후속 조치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청구권 협정의 적용대상에 해당한다"며 "청구권 협정 제2조는 대한민국 국민과 일본 국민의 상대방 국가 및 그 국민에 대한 청구권까지 대상으로 하고 있음이 분명하므로 청구권 협정을 국민 개인의 청구권과는 관계없이 양 체약국이 서로에 대한 외교적 보호권만을 포기하는 내용의 조약이라고 해석하기 어렵고, 이 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완전하고도 최종적인 해결'이나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는 것으로 한다'라는 문언의 의미는 개인청구권의 완전한 소멸까지는 아니더라도 '대한민국 국민이 일본이나 일본 국민을 상대로 소로써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제한된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비엔나협약 제27조에 따르면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는 국내법적 사정만으로 식민지배의 적법 또는 불법에 관해 상호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일괄해 피해자들의 청구권 등에 관해 보상 또는 배상하기로 합의에 이른 '조약'에 해당하는 청구권 협정의 '불이행'을 정당화할 수는 없고, 대한민국은 여전히 국제법적으로 청구권 협정에 구속된다"면서 "대한민국과 일본 사이에 그동안 체결된 청구권 협정 등 각종 조약과 합의, 청구권 협정의 일괄처리 협정으로서의 성격, 각국 당국이 한 언동 등은 적어도 국제법상의 '묵인'에 해당해 그에 배치되는 발언이나 행위는 국제법상 '금반언(estoppel)의 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이 높아 청구를 인용하는 것은 비엔나협약 제27조와 금반언의 원칙 등 국제법을 위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청구권도 

한·일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

청구인용하는 것은 

국제법 위반 결과 초래

 

또 "비엔나협약 제27조에 따라 국내적 사정 및 국내적 해석에도 불구하고 조약의 효력은 유지되고, 그와 같은 경우의 강제집행은 확정판결이 실체적 진실과 어긋나며, 금반언의 원칙 등 신의칙을 위반함으로써 판결의 집행 자체가 권리남용에 해당돼 청구이의의 소 및 그 잠정처분의 대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하는 본안판결이 선고돼 확정되고 강제집행까지 마쳐질 경우 국제적으로 초래될 수 있는 역효과 등까지 고려할 때, 강제집행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질서유지라는 헌법상의 대원칙을 침해하는 것으로 권리남용에 해당해 허용되지 않고 결국 피해자들의 청구권은 소구할 수 없는 권리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헌법상의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및 공공복리를 위해 국내법적으로는 법률의 지위에 있는 조약에 해당하는 청구권 협정에 의해 그 소권이 제한되는 결과가 된다"며 "결론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이 일본 또는 일본 국민에 대해 갖는 개인청구권은 청구권 협정에 의해 바로 소멸되거나 포기됐다고 할 수는 없지만, 소송으로 행사하는 것은 제한된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이 판결은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정면 배치된다. 대법원은 당시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들이 신일철주금(옛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신일철주금은 피해자들에게 1억원씩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2018년 日기업에 손해배상 판결


당시 대법원은 핵심 쟁점이었던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소멸됐는지 여부에 대해 "피해자들의 개인청구권은 청구권 협정에도 불구하고 소멸하지 않았다"고 최종 결론내렸다.

대법원은 "한·일 청구권 협정의 협상과정에서 일본정부는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강제동원 피해의 법적 배상을 원천적으로 부인했고, 이에 따라 한·일 양국 정부는 일제의 한반도 지배의 성격에 관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근거로 한) 강제동원 위자료 청구권이 청구권 협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일 청구권 협정 제1조에 따라 일본정부가 대한민국정부에 지급한 경제협력자금이 제2조의 양국 및 양국 국민간 청구권 등 권리문제의 해결과 법적인 대가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는지도 분명하지 않다"며 "2005년 민관공동위원회의 발표 등을 통해 알 수 있는 대한민국정부의 입장도, 정부가 수령한 무상자금 중 상당금액을 강제동원 피해자의 구제에 사용하여야 할 책임은 '도의적 책임'에 불과하다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상소하더라도 

대법원 기존판결 그대로 유지”

 

강제징용 피해자 측 대리인인 강길(56·사법연수원 36기) 법률사무소 한세 변호사는 이날 1심 판결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판결은 기존 대법원 판결과 정반대"라며 항소 방침을 밝혔다.

한 부장판사는 "국제법 경향으로 볼 때 지난 대법원 전합 판결이 다소 예외적이라는 의견이 많은 것 같지만, 대법원이 종전 판결을 번복하려면 다시금 전합으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 입장을 번복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항소심에서 어떤 판단을 내릴지 모르겠지만, 상고심에서 기존 전합 판결 취지대로 손해배상청구를 인용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제법을 가르치는 서울의 한 로스쿨 교수도 "국제법적 관점에서 볼 때는 이번 1심 판결이 조금 더 설득력 있는 판결"이라면서도 "대법원 전합 판결이 불과 3년 전 있었기 때문에 항소하거나 상고하면 기존 대법원 판결 방향으로 흘러갈 것 같다"고 했다.

판사 출신의 한 로스쿨 교수도 "판사들 가운데 대법원 전합 판결이 무리하다는 지적을 하는 사람도 많지만, 어쨌든 전합을 거쳐 정리한 사안에 대해 대법원이 태도를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대법관 구성도 이전보다 훨씬 진보적 색채를 띠고 있어 더욱 그렇다"고 했다.


2018년 10월 당시 대법원 전합 구성원은 재판장인 김명수 대법원장과 주심인 김소영 대법관을 비롯해 조희대·권순일·박상옥·이기택·김재형·조재연·박정화·민유숙·김선수·이동원·노정희 대법관 등이었다. 이중 김소영·조희대·권순일·박상옥 대법관이 퇴임했고, 김상환·노태악·이흥구·천대엽 대법관이 뒤를 이었다. 퇴임한 4명의 대법관은 모두 양승태 코트에서 임명된 이들이다.

 

“한·일 간 외교적 해결의 단초 제공” 

평가도


이계정(49·사법연수원 31기)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대법관들이 숙고해서 내린 판단에 대해서는 법의 통합성 관점에서 하급심은 가급적이면 이를 존중하는 것이 재판에 대한 신뢰와 예측 가능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에는 이 사건 외에도 강제징용 피해자가 일본 전범기업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19건이 진행 중이다.

한 판사는 "민사소송법 제418조는 '소가 부적법하다고 각하한 1심 판결을 취소하는 경우에는 항소법원은 사건을 1심 법원에 환송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관련 사건이 서울중앙지법과 전국 각지에 있는 상황에서 법원 차원으로는 해결이 쉽지 않고, 하급심과 대법원 판결 어느 한 쪽이 전적으로 잘못됐다고 볼 수도 없는 문제이므로, 결국 외교적 차원의 해결을 모색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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