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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업체가 하청업체 근로자 사용자 될 수 있나' 쟁점

논란 부른 중노위 ‘단체교섭 사용자성 확대’ 판정

리걸에듀

CJ대한통운 사건에 대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이번 판정은 택배기사들이 원청업체인 CJ대한통운과 직접적인 근로관계가 없는 대리점 소속이긴 하지만, CJ대한통운이 구축·관리하는 택배서비스 시스템에 편입돼 근로조건이 결정되는 구조인 점에 주목해 CJ대한통운이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가 있다며 사용자 지위를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대법원 판례 등 기존 법리와 상반되는 것이어서 관련 법적 안정성을 크게 해할 우려가 높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택배업 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 분야에서도 유사한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관계가 존재하는 만큼 관련 분쟁이 폭증할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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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노위 "CJ대한통운, 대리점주와 함께 단체교섭 의무 있다" = 중노위는 지난 2일 이 사건 판정에서 "6개 교섭의제에 대해 CJ대한통운은 단독으로 또는 대리점주와 공동으로 택배기사 노조와 성실하게 교섭에 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사용자가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상대방은 사용자와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을 맺은 근로자뿐만 아니라 원·하청 등 간접고용 관계에서 원청 사용자가 하청 근로자의 노동조건에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일정 부분에 대해서는 원청 사용자의 단체교섭 당사자 지위를 인정할 수 있다"면서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의 업무에 구조적인 지배력 내지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 사건’과 성격 달라 

동일논리 적용 못해 

 

중노위는 다만 "CJ대한통운이 대리점 택배기사의 노동조건을 전부 결정 내지는 전혀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택배기사의 노동조건 중 일정 부분에 대해 CJ대한통운이 단독 또는 대리점주와 중첩적으로 교섭의무를 가진다"며 "이는 CJ대한통운과 대리점 소속 택배기사 노조 사이의 단체교섭과 관련한 개별 사안을 다룬 것으로 원청의 하청 노조에 대한 단체교섭 의무를 일반적으로 인정하는 취지는 아니다"라는 단서를 달았다.

 

하지만 중노위가 직접적인 근로관계가 없는 하청업체 근로자에 대해서도 원청업체가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를 처음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후폭풍은 만만치 않다.

 

◇ 중노위가 판단한 주요 근거는 '현대중공업 부당노동행위 사건' = 중노위는 이번 판정에서 2010년 대법원 판결을 제시하며 CJ대한통운의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이 판결은 대법원이 현대중공업의 사내하청 근로자에 대한 원청 사용자성을 처음으로 인정한 사례로 알려져 있다.

 

해석 통해 사용자 개념 넓히면 

법체계에 혼란 가중

 

당시 대법원은 "근로자의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관해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개입하는 행위를 했다면 그 시정을 명하는 구제명령을 이행해야 할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2007두8881).

 

하지만 전문가들은 CJ대한통운 사건과 당시 현대중공업 사건은 성격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법리를 적용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현대중공업 사건은 부당노동행위 중에서도 사용자가 노조의 설립이나 운영에 개입해 문제가 되는 '지배·개입'에 따른 부당노동행위 경우임에 반해, CJ대한통운 사건은 '단체교섭 거부' 형태의 부당노동행위라는 것이다.

 

◇ 법조계 "중노위 결정 문제점 많아" = 오태환(55·사법연수원 28기)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이번 중노위 판정은 원청이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노동조합법상 사용자가 될 수 있느냐가 쟁점"이라며 "중노위가 사용자성 인정 근거로 제시한 대법원 판결은 협력업체 직원들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할 지위에 있는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있는데, 여기에도 법리적인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먼저 사용자의 개념이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이 거의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는데 이번 중노위 판정은 근로기준법상 사용자가 아닌데도 노동조합법상 사용자가 될 수 있다고 인정하고 있어 명시적 규정 체계에 반하는 해석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당 대법원 판결은 일본의 판결을 참고한 것으로 보이는데, 일본의 경우에는 부당노동행위를 형사처벌은 하지 않고 원상회복주의만 취한다"며 "그런데 우리나라는 형사처벌을 하기 때문에 사용자성의 문제가 형사처벌의 구성요건 해당성과 관련돼 근로기준법과 똑같은 내용을 가진 노동조합법 개념을 이처럼 해석을 통해 확장시키면 법이 아니고 해석을 통해 형사처벌 대상을 넓히는 문제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노위 판정처럼) 해석을 통해 사용자 개념을 넓히면 법 체계에 혼란이 가중되고, 원청 입장에서는 어디까지 교섭을 해야되는지 범위 확정이 어려워진다"고 했다.

 

사안별로 사용자성 달리 

인정도 법적안정성 허물어

 

박지순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단체교섭에 따른 근로조건 개선에는 사실적 요소와 법리적 요소가 섞여있는 부분이 있다"며 "근로조건 개선을 도모하는 것이 단체교섭 제도의 일반적인 목적인데, 그런 관점에서 지금까지 대법원이 어느 정도는 사용자성을 확대해 온 측면이 없지 않지만, 단체교섭에 대해서까지도 지배·개입 부당노동행위처럼 확대한 사례는 아직까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단체교섭은 근로조건의 향상과 개선을 계약 내용으로 구성하는 것이므로 1차적으로 근로계약의 당사자가 단체교섭의 상대방이 돼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라며 "중노위처럼 사안별 해석을 통해 사용자성을 달리 인정하게 되면 법적 안정성을 무너뜨리게 되고, 결국 현장에서 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 사용자성에 대한 표준 법리는 = 법조계 전문가들은 1995년 대법원 판결(95누3565)을 사용자성 이슈와 관련한 표준 법리로 꼽는다. 당시 대법원은 "단체교섭의 당사자로서 사용자라 함은 근로자와의 사이에 그를 지휘·감독하면서 그로부터 근로를 제공받고 그 대가로서 임금을 지급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근로계약 관계를 맺고 있는 자를 말한다"고 판시했다. 이 때문에 중노위가 이러한 표준화된 법리를 역행해 무리한 해석을 감행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법조계

 “표준화된 법리 역행… 무리한 해석” 

비판

 

조상욱(51·28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중노위가 배포한 판정요지 자료를 보면, 단체교섭을 하기 위한 당사자가 되려면 해당 조합의 근로자가 최소한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가 있어야 된다는 취지의 판결 두 개가 소개돼 있는데, 그것이 현재 일반적으로 법조계에서 이해하는 내용"이라며 "그런데, 중노위의 (최종) 판정 내용은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되면 그에 근거해 노조에 단체교섭 권리를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중노위가 기존 판결과 배치된다는 점을 알면서도 그렇게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노사관계에서 초래될 혼란같은 것들이 얼마나 생길지가 걱정스럽다"며 "실질적 지배력이 있다고 인정하면 불법파견 문제까지 생길 수 있어 그때마다 노동위원회가 문제를 해결하고, 노동위 판정은 또다시 법원 판결의 취지와 맞지 않기 때문에 사용자가 불복해 소송으로 이어지는 분쟁의 악순환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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