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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신간리뷰

[법조 신간리뷰] ‘이상한 재판의 나라에서’ (정인진 지음)

사법부의 어두운 풍경 신랄하게 파헤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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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정의와 연대의 도구가 되는 데 이 책이 작은 도움이라도 되기를 희망한다."

 

최근 '이상한 재판의 나라에서'를 출간한 정인진(68·사법연수원 7기·사진 오른쪽)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머리말에 이같이 밝혔다. '우리 사법의 우울한 풍경'이라는 부제목을 달고 있는 이 책에서 정 변호사는 총 5장에 걸쳐 오랜 세월 판사와 변호사로 일하며 답답해하고 분노하면서 직접 겪은 법조계 내부의 문제점들을 생생하게 드러내고 원인을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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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관예우, 어찌 볼 것인가(240쪽) = "전관예우 문제를 이야기하자면 복잡하다. 전관예우라는 것도 시대에 따라 다르고 기관과 사람과 사건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저자는 '법조계의 우울한 풍경'이라고 하면 필수적으로 나오는 문제인 '전관예우'를 한 챕터를 할애해 분석했다. 그는 단순히 전관예우를 '있다', '없다'로 답을 내리지 않고 다각도로 살폈다. 전관이 아닌 변호사가 갓 개업한 전관 변호사와 맞서서 쟁송을 벌이다가 지게 되면 이를 전관예우의 결과라고 생각할 수 있고, 전관 변호사가가 받아내는 판결이 의뢰인의 만족도가 높을 텐데 그것 역시 전관예우로 오해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또 저자는 오히려 전관예우라는 게 있다는 의뢰인의 믿음을 변호사가 이용하기도 하고, "진짜 문젯거리는 전관예우가 아니라 연고주의"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전관예우는 질기다"고 말하는 그는 전관예우 금지가 외부의 힘이 아닌, 법조계 내부의 자정 운동을 통해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우리에겐 왜 긴즈버그가 없냐고?(293쪽) = 지난해 9월 미국 연방대법관인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가 타계하자 어느 언론에서는 추모객 사진을 실으며 '우린 왜 이런 대법관이 없나'라고 썼다.

 

저자는 그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미국의 대법관과 우리나라 대법관의 차이를 살펴봤다. 분석 결과 미국의 연방대법관은 '소싯적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은 맹꽁이 수재'가 아닌, 각자의 분야에서 뛰어난 자질을 가졌음이 검증된 사람이라고 했다. 대법관 정원 13인을 나눠 중부, 호남, 영남 지역 출신에 안배하는 따위의 관행도 없다고 꼬집었다. 자기 진영에 유리한 판결이 나오면 '사법권 독립이 살아 있다'고 추켜세우고, 불리한 판결을 받으면 돌변해 '정권의 시녀'라고 막말하는 행태도 미국에는 없다고 했다.

 

저자는 '우리에겐 왜 긴즈버그가 없느냐'는 질문에 답한다. "내 손의 권력이 시험 성적에서 나온 것으로 믿는 전문가 집단에서, 기득권과 엘리트 의식을 떨치고 나설 용기 있는 인물이 먼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긴즈버그를 가지지 못한 또 다른 이유다."

 

◇ 사법행정권은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는가(228쪽) = "판사들 사이에서 재판에 대한 외부의 비판을 일체 거부하고 재판 평가에도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 마치 사법부 독립의 의미로 오해하는 풍조가 있다면 큰일이다."

 

저자는 '재판의 독립 침해'에 대한 소신을 밝힌다. 같은 유형의 사건임에도 판사마다 편차가 심해 소송 관계인들로부터 '재판이 복불복'이라는 불만이 나온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사법행정권을 행사하는 법원장이나 법원행정처의 조치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인정한다.

 

그렇지만 이 같은 조치가 자칫 재판의 독립 침해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재판의 독립'과 '판사의 책임'은 서로 충돌하지 않고 조화를 이루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재판의 독립을 해치는 일에 대해 철저한 단죄와 반성이 필요하지만, 사법권 독립에 대한 판사들의 인식 또한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 법관들에게 바라는 몇가지(252쪽) = 저자는 △법 기속성의 긍정 △법의 도구성에 대한 인식 △법리와 판례 맹종 문제 △법경제학적 시각의 필요성 등 4개 파트로 나누어, 과거 법관 재직 시절 겪었던 일을 소개하면서 경종을 울렸다.

 

교과서에 적힌 원칙인 '무죄추정의 원칙'을 무시하고 법원만 가면 펑펑 유죄 판결이 나오는 문제, 판례가 생겨난 사건의 사실관계를 면밀히 보지 않고 무작정 판례를 따르는 문제 등을 지적했다.

 

저자 자신이 판사일 때 저지른 '죄과'도 솔직하게 밝혀 진정성을 더했다.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후배 법관들이 되풀이 하지 않길 바라는 우려와 법관이 그저 판례나 찾는 율사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엿보인다.

 

그러면서 그는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법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서 법정에서 제왕적 권한을 행사하고 판결에서 자의적 판단을 내리는 법관은 유해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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