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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촌

중국 법인간 대금미지급으로 인한 한국 모회사에 대금지급 청구, 한국 법원에서 가능

미국변호사

[2021.05.12.]



1. 들어가며

최근 중국 법인간의 물품공급계약상 물품대금의 미지급이 핵심적으로 다투어진 사건에서 한국 법원의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하는 대법원 판례가 나왔습니다. 4개의 중국법인이 물품공급계약상 상대방인 또 다른 중국 법인이 물품대금을 지급하지 않자, 중국 회사법상의 연대책임 조항에 따라 한국에 있는 모회사에 물품대금의 지급을 청구한 사건으로, 본 사건에서 대법원은 이 사건과 대한민국간의 실질적 관련성과 당사자들의 예측가능성 등을 두루 검토하여 대한민국 법원의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하였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아래에서 살펴보겠습니다.



2. 사안의 개요

이 사건의 원고들은 중국에 본점을 두고 있는 중국 회사들이고, 피고는 대한민국에 본점을 두고 있는 대한민국 회사였습니다. 피고는 중국법에 따라 중국에 자회사 A전자를 설립하고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원고들은 A전자와 물품공급계약을 체결하고 물품을 공급하였으나 A전자가 물품대금을 일부 지급하지 않자, 중국 회사법 상 모회사의 연대책임 조항에 근거하여 피고에게 미지급 물품대금을 지급할 것을 청구하는 소를 대한민국 법원에 제기하였습니다.



3. 원심의 요지

이 사건은 국제사법 제2조 제1항의 실질적 관련성과 당사자들의 재판관할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는데, 원심은 실질적 관련성과 예측성 가능성을 모두 부인하였습니다. 원심은, 이 사건에서 분쟁이 되는 사안을 A전자의 원고들에 대한 미지급 물품대급 채무의 존재와 그 액수로 판단하고, 물품공급계약의 당사자인 원고들과 A전자는 모두 중국에 본점을 두고 있는 중국회사이고, 계약의 체결, 물품 공급과 대금 지급 등이 중국에서 이루어졌으며, 관련 서류가 모두 중국어로 작성되어 심리에 필요한 중요한 증거방법이 중국에 있다는 사실 등을 고려하여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나아가, 이와 같이 실질적인 관련성이 없는 상태에서 원고들과 A전자 사이의 물품공급계약에 따른 분쟁에 있어 A전자의 주주가 대한민국 회사이고 그 주된 사무소가 대한민국에 있다는 우연한 사정만으로 대한민국 법원에 국제재판관할권을 인정할 시 당사자들의 재판 관할에 관한 예측가능성을 침해할 수 있다고 보아, 대한민국에 국제재판관할권이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4. 대상 판결의 요지

반면, 대법원은 원심의 실질적 관련성과 예측가능성에 대한 판단 모두를 반박하며 대한민국에 국제재판관할권이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1) 실질적 관련성과 관련하여

먼저, 국제사법 제2조 1항에서 요구하는 “실질적 관련성”은 기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을 인용하여 대한민국 법원이 재판관할권을 행사하는 것을 정당화할 정도로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과 관련성이 있는 것을 뜻하는 것이며, 당사자의 공평, 재판의 적정, 신속과 경제 등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원칙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05. 1. 27. 선고 2002다59788 판결, 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6다33752 판결, 대법원 2021. 2. 4. 선고 2017므12552 판결 참조). 그리고 민사소송법 관할 규정은 국제재판관할권을 판단하는데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작용하며, 다만 국제재판관할 특수성을 고려하여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에 부합하도록 수정하여 적용해야 할 경우도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피고의 주소지에 보통재판적을 인정하는 민사소송법 제2조, 법인, 그 밖의 사단 또는 재단의 주된 사무소 또는 영업소가 있는 곳에 법인 등의 보통재판적을 인정하는 민사소송법 제5조 제1항을 고려하면, 이 사건에서 피고의 주된사무소의 소재지가 대한민국에 있다는 사실로 인해 실질적 관련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피고는 중국에 자회사인 A전자가 있어 사실관계 파악에 큰 무리가 없고, 대한민국에서도 영업활동을 하고 있으므로 대한민국에서 소송을 진행하더라도 피고의 소송상 편의와 방어권 보증에 있어 중국법원에 비해 더 불리하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나아가, 다소 특이한 점은 대법원이 실질적 관련성을 판단함에 있어 원고들의 의사를 존중할 필요성을 언급하였다는 점입니다. 대법원은 중국에서 이루어진 물품거래에 따른 물품대금 지급 소송을 대한민국에서 진행할 경우 증거의 수집과 제출, 소송수행 등에서 지리적, 언어적 불편함을 겪게 될 수 있음을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이를 감수하면서 원고들이 스스로 대한민국 법원에서 재판을 받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으므로, 원고들의 의사 또한 존중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2) 예측가능성 관련하여

대법원은 원심에서 언급한 “예측가능성”과 관련하여 법정지 법원에 소가 제기되는 것에 대하여 합리적으로 예견할 수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며, 피고의 주된 사무소가 대한민국 법원에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피고들이 대한민국 법원에 이 사건 소가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을 예측하지 못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에 더하여 피고의 재산이 대한민국에 있다는 점에서 원고들이 승소할 경우 당사자의 권리구제나 재판의 실효성 측면에서 대한민국 법원의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하는 것이 재판의 적정과 신속이념에 부합한다고 보았습니다.


(3) 준거법과 국제재판관할과의 관계

마지막으로, 물품계약의 준거법과 국제재판관할권의 관계에 관하여, 대법원은 준거법은 어느 국가의 실질법 질서에 따라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 적절한지의 문제인 반면, 국제재판관할권은 분쟁이 된 사안에 대하여 당사자의 공평, 재판의 적정, 신속과 경제 등에 비추어 어느 국가의 법원에 재판관할을 인정할 것인지의 문제로서, 둘은 서로 다른 이념에 따라 지배되는 것으로 보고, 이 사건 법률관계의 준거법이 중국 회사법이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이 사건 소와 대한민국 법원사이의 실질적 관련을 부정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5. 중국법상 회사의 채무에 대한 주주의 책임

한편, 참고로 중국법상 회사의 채무에 대하여 주주가 책임지는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중국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유한책임회사나 주식회사의 경우에 주주는 유한 책임만을 부담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서는 다음 사항을 유의해야 합니다.


첫째, 중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등록자본금(registered capital) 제도를 실시하고 있어서 일정한 금액을 출자하겠다고 약정(등록)하고도 실제로는 단계적으로 출자가 가능하여, 등록자본금과 실제납입자본금(paid-in capital)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중국 회사법에 대한 중국 최고인민법원의 사법해석(<중국 최고인민법원 회사법 사법해석3> 제13조 2항)에서는 “출자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완전히 이행하지 않은 주주에 대하여, 회사의 채권자가 이와 같이 주주가 출자를 하지 않은 원금 및 이자 범위 내에서 회사가 상환하지 못한 부분의 채무에 대한 보충적인 배상책임을 질 것을 청구할 경우 인민법원은 이를 지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주주가 아직 실제로 출자하지 않은 중국회사의 등록자본금 금액의 범위 내에서는 중국 회사의 채무에 대해서 주주가 실질적인 연대책임을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중국회사가 청산절차에 들어가는 경우에도 적용되어, 중국 회사법 사법해석(<중국 최고인민법원 회사법 사법해석2> 제22조)에서는 회사가 해산 시 주주가 납부하지 않은 부분의 출자는 청산재산으로 하며, “회사의 재산이 채무를 상환하기에 부족할 경우 채권자가 출자를 하지 않은 주주 및 회사 설립 시 다른 주주 또는 발기인에 대하여 출자를 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회사의 채무상환에 대하여 연대책임을 부담할 것을 주장할 경우 인민법원은 이를 지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둘째, 우리나라에서 판례로 인정되는 법인격 부인이론이 중국에서는 회사법에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즉, 중국 회사법은 “회사법인의 독립적인 법인지위와 주주의 유한책임을 남용하여 회사 채권자의 이익을 해쳐서는 안 된다. 회사 주주가 회사법인의 독립적인 지위와 주주의 유한책임을 남용하여 채무를 회피하여 회사 채권자의 이익을 심각하게 해칠 경우 회사의 채무에 대하여 연대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중국 회사법 제20조)고 규정하고 있고, 특히, 1인 주주인 회사인 경우에는 “1인 유한책임회사의 주주가 회사재산이 주주 자신의 재산과 독립적인 재산임을 증명하지 못할 경우 회사의 채무에 대하여 연대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중국 회사법 제63조)고 규정하여 입증책임까지도 전환하고 있음을 주의해야 합니다.



6. 대상 판결의 의의 및 시사점

이 사건은 국제재판관할의 판단 기준에 해당하는 ‘실질적 관련성’의 구체적인 내용을 다양한 각도에서 검토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먼저 민사소송법상의 관할 규정과, 피고의 소송상 편의와 방어권 측면에서 관련성이 존재하는지를 검토하고, 대한민국 법원에서 재판을 받겠다는 원고들의 의사까지도 실질적 관련성을 판단함에 있어 고려될 수 있음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였습니다. 나아가 피고의 재산이 대한민국내에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재판의 실효성을 검토하였고, 동시에 준거법과 국제재판관할의 문제는 서로 다른 이념에 따라 지배되는 것으로 준거법인 외국법이라는 사실만으로 실질적 관련성을 부정할 수 없음도 명확히 밝혔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사건은 외국적 요소가 있는 소송을 대한민국 법원에 소를 제기하는 당사자가 국제재판관할권을 주장함에 있어 검토하여야 할 내용을 종합적으로 정리해놓은 판결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 본건 대법원 판결의 영향으로 향후에 중국회사의 채권자들이 중국회사의 한국 주주에 대하여 우리나라 법원에 소를 제기하는 사례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중국에 자회사 또는 합자회사를 두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으로서는 앞에서 살펴본 중국법 이론과 실무에 비추어 볼 때 중국 회사의 채무에 대해서 연대책임을 부담하게 될 위험성이 있는지를 잘 살펴보고, 필요한 경우 사전에 예방조치를 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백윤재 변호사 (yjbaek@yulchon.com)

강현규 변호사 (hgkang@yulchon.com)

변웅재 변호사 (ujbyun@yulchon.com)

주영애 외국변호사 (yazhu@yulch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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