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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서울중앙지검장'… 법조계 안팎서 싸늘한 시선

미국변호사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에 대한 불법출국금지 사건 수사팀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재판에서 명예를 회복하겠다"며 버티기에 들어가 법조계 안팎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현직 서울중앙지검장이 피고인 신분이 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인 데다, 자신이 소속된 검찰로부터 기소된 지검장이 무죄를 주장하며 계속 검찰 업무를 지휘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 사건을 수사해온 수원지검 수사팀(팀장 이정섭 부장검사)은 지난 12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이 지검장을 서울중앙지법에 불구속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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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팀은 "이 지검장이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으로 근무하면서 안양지청 수사팀 검사들이 진행하던 김 전 차관에 대한 긴급출금 과정의 위법행위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지 못하게 하는 등 안양지청 수사팀 검사들의 수사권 행사를 방해하고 이들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공소제기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

헌정사상 최초 피고인 신분… "업무지휘 부적절" 비판

"재판에서 명예회복"… 사실상 자진사퇴 가능성 일축

대검, 감찰·징계 대상인 비위에 해당 여부 등 검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배당… 재판 진행 주목

 

이 지검장은 당시 안양지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김 전 차관 출금 사건을 수사하던 검사들로 하여금 수사를 포기하도록 만든 혐의를 받는다. 이와 함께 마치 당시 안양지청 수사팀 스스로 관련 수사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처럼 보이게 할 목적으로 관련 보고서 수정을 지시한 혐의도 받는다.

 

하지만 이 지검장은 기소된 당일 "당시 수사 외압 등 불법행위를 한 사실이 결코 없다"며 "향후 재판절차에 성실히 임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맞섰다. 그러면서 이튿날인 13일에는 자신이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변필건)가 수사 중인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관련 고발 사건 등에 대해 검사윤리강령 및 검찰청 공무원 행동강령에 따라 회피·이해관계 신고를 했다. 본인이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하고 있는 김 전 차관 관련 사건 보고를 받지않겠다는 것인데, 사실상 자진 사퇴 가능성을 일축하고 버티기에 돌입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김 전 차관 사건과 연관된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이다. 대검 과거진상조사단 소속 이규원 검사는 지난 2019년 김 전 차관에게 성접대한 건설브로커 윤중천씨를 면담한 뒤 허위보고서를 작성해 언론에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당시 이 검사가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연락하면서 '김학의 별장 성접대 사건'을 부각하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당시 대검 반부패부장이었던 이 지검장이 무리하게 외압을 행사했다면, 이같은 배경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사윤리강령 제9조는 검사는 취급 중인 사건과 자신의 이해가 관련됐을 때 사건을 회피하도록 하고 있다. 검찰청 공무원 행동강령 제5조에 공무원 자신이 직무 관련자인 경우 이해관계를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이 지검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는 이어지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일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이 지검장 본인이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를 요청했고, 그 결과 기소 권고가 나왔다"며 "법무부의 입장도 있을 수 있겠지만 본인 스스로가 좀 결정할 필요도 있지 않나 보인다"고 했다. 다만 백 의원은 '이 지검장 스스로 내려와야 한다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김학의 사건은 실체적 정의와 절차적 정의가 충돌하는 부분이 있어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2일 의원총회에서 "법을 어긴 피고인이 법을 집행하도록 용인해서는 안 되고, 자리에서 배제하고 쫓아낼 것은 쫓아내는 것이 책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웅 의원도 "이 지검장 사건은 공직을 오염시킨 사건"이라며 "검찰이 존재하는 건 절차적 정의를 지키라고 있는 것인데 그걸 어겼다는 건 도둑질한 경찰이 계속 경찰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검도 이 지검장에 대한 직무정지 요청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은 이 지검장의 혐의가 감찰·징계 대상인 비위에 해당하는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검장의 수사 외압 혐의가 중징계 대상이라고 판단하면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이 지검장의 직무정지를 요청할 수 있다.

 

검사징계법은 △검사가 정치활동 등을 하거나 △직무상 의무를 위반 또는 직무를 게을리한 경우 △직무 관련 여부에 상관없이 검사로서의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를 한 경우 징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검찰총장은 해임, 면직 또는 정직 사유에 해당한다고 인정되는 사유로 조사 중인 검사에 대해 징계청구가 예상되고, 그 검사가 직무 집행을 계속하는 것이 현저하게 부적절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무부장관에게 그 검사의 직무 집행을 정지하도록 명하여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무부장관은 이 요청이 타당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2개월의 범위에서 직무 집행의 정지를 명해야 한다. 법무부장관은 검찰총장의 요청이 없더라도 징계 혐의를 받고 있는 검사에 대한 직무집행 정지를 직권으로 명할 수도 있다.

 

아울러 법무부장관은 직무집행 정지 명령을 한 다음 조사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해당 검사를 2개월의 범위에서 다른 검찰청이나 법무행정 조사·연구를 담당하는 법무부 소속 기관에서 대기하도록 명할 수도 있다.

 

다만 검사에 대한 수사와 감찰·징계는 통상 함께 진행되는 게 일반적이라는 점에서 대검의 이번 감찰·징계 검토가 이 지검장의 기소에 따른 원론적인 수준에서 진행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 대검이 직무정지를 요청하더라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이를 수용할지도 미지수다.

 

전례없는 사태에 법조계에서는 이 지검장을 유임시키고 있는 것에 대해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의 직권남용이자 직무유기"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검사는 "이 지검장의 경우 형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됐다는 점에서 검사징계법상 감찰사유인 '법령위반'에 해당한다"며 "기소를 했는데 감찰은 안 한다는 건 매우 드물다"고 말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 지검장이 검찰 소환을 여러차례 불응했음에도 대검이 수원지검 수사팀 보고 내용을 승인하고 기소 방침을 정했다는 건 이미 모든 객관적인 증거가 확보됐다는 걸 의미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이 지검장에 대한 직무배제나 감찰·징계 절차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은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의 직권남용이자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변호사는 "이 지검장이 자신이 관련된 사건에 대해 회피신청을 했다는 건 다른 사건은 보고 받겠다는 뜻인데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소를 승인한 대검 입장에서 이 지검장에 대한 감찰과 징계 절차를 개시하지 않는다는 건 모순"이라며 "직무정지는 직위해제가 아니다. 이 지검장 또한 정말 떳떳하다면 징계위원회 등에서 자신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는 게 맞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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