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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

EU의 인권·환경·거버넌스 실사 의무화 법안

미국변호사

[2021.04.30.]



1. 배경

EU에서는 국내에서보다 빠르게 인권실사가 의무화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지난 3월 EU 의회는 EU 집행위원회에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인권·환경·거버넌스 실사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포함한 결의를 절대 다수의 동의로 채택했습니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미 본 결의와 별개로 의무적 인권실사를 포함한 법률안을 2021년 상반기에 EU 의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EU 집행위원회와 EU 의회의 의지가 모두 확고한 만큼, 인권실사 의무 도입 범위 및 일정이 2021년 내 가시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EU에 본사가 위치한 다국적기업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거나, EU 역내에 ‘비재무정보 보고지침’(NFRD) 적용 대상 법인을 둔 국내 기업은 종전에 인권침해 위험이 제기된 사업을 대상으로 인권실사 시범 실시를 고려하는 등 대비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2. 본 법안의 지위와 효력

지난 3월 EU 의회가 채택한 법안의 정식 명칭은 “기업 실사와 기업의 책임(corporate due diligence and corporate accountability)에 대한 EU 집행위원회에 대한 권고를 포함한 2021. 3. 10. 자 유럽의회 결의안” 입니다.


대한민국국회와 달리 EU 의회에는 일반적 법안제출권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례와 같이 EU 의회가 EU 집행위원회가 특정 법안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를 채택하면, EU 집행위원회는 원칙적으로 1년 안에 관련 법안을 제출하거나 차년도 업무계획에 포함하여야 합니다.


이번 결의에 포함된 인권·환경·거버넌스 실사 의무화 법안은 지침(directive)의 형태입니다. 지침이란 시행 즉시 EU 회원국 국내에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규정’(regulation)과 구별되는 개념으로, 개인이 아닌 회원국을 구속하는 법률입니다. 따라서 향후 이 법이 채택되더라도, 구체적인 기업의 의무는 지침에 따른 각 회원국의 국내법 제·개정을 통해 창설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지난 3월 독일 여당연합 내각 정부가 3,000명 이상 고용 기업에게 인권실사를 의무화하는 공급망관리법안(Supply Chain Act)을 채택하는 등 현재 EU 주요 국가에서 이미 인권실사 의무화 또는 유사 입법 절차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진출 국가에 따라 인권실사 의무화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습니다.



3. 주요 내용

가. 적용 대상(Articl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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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소기업(small and medium-sized undertakings)

선행 입법례인 ‘프랑스 인권·환경 실사 의무화법’(French Duty of Vigilance Law)이 국내에서 5,000명 이상을 고용한 대기업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과 달리, 법안은 상장된(publicly listed) 중소기업 또는 고위험(high-risk) 중소기업에도 적용됩니다.


법안이 고위험 중소기업을 명확히 정의하지는 않았으나, 최소한 주석, 탄탈룸, 텅스텐, 금, 코발트 등 ‘분쟁광물’ 채취가 공급망에 포함된 산업은 지침 적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EU 의회가 법안 서문에서 책임광물에 대한 OECD 가이드라인과 아동 노동에 대한 네덜란드법을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고, 미국 등 인권실사를 법제화하지 않은 국가도 광물 공급망에 대해서는 아동 노동·강제 노동 등 인권 침해를 막기 위한 규제를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자제품의 제조 및 판매 전반, 특히 반도체·배터리·ICT기기 등을 제조 및 판매하는 기업이 이에 해당됩니다.


2) 대기업(large undertakings)

한편 대기업(large undertakings)은 위험도에 상관 없이 모든 산업군에서 적용 대상이 됩니다. 법안은 대기업의 기준을 명확히 하지 않으므로, 각국 국내법에 따라 상이한 기준이 설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법안이 대기업에 관하여 아래 기준을 인용하고 있고, 프랑스 실사의무화법이 각국의 입법과정에서 모델로 검토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아래 기준에 해당되는 규모의 기업은 법안의 적용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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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기업의 실사 의무(Article 1, 4)

1) 개요

법안은 UNGPs와 유사한 체계로 실사의무를 정의합니다. 다만, 실사의 대상을 인권뿐 아니라 환경과 거버넌스(Good governance)까지 확장한 것이 특징입니다.


나아가 실사의무의 효과성·책임성 확보 방안으로 (1) 각국에 감독기구를 둘 것 (2) 기업이 기업활동 또는 배출을 통해 야기하였거나(caused) 기여한(contributed to) 부정적 효과에 대한 민사적 손해배상청구를 가능하게 할 것 (3) 지침에 따라 마련된 국내법 위반에 대한 벌금(제재) 부과 규정을 둘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2) 실사의 정의(Article 1)

본 법안은 ‘실사’의 대상 영역을 인권(Human rights), 환경(Environment), 거버넌스(Good governance)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실사란 기업이 위 3가지 영역에 대한 부정적 영향(adverse impact)을 ① 식별·평가하고(identify, assess), ② 이를 예방, 중단 또는 완화(prevent, cease, mitigate)하며, ③ 관련 조치의 효과성을 모니터링하고(monitor), ④ 이를 보고 및 설명하며(communicate, account for), ⑤ 적절한 대응 및 피해 구제(address, remediate) 조치를 시행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사의 범위는 실제로 일어난 부정적 영향뿐 아니라 잠재적 위험도 포함(potential or actual adverse impact)하고, 해당 기업의 활동, 가치사슬, 사업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위험에 미칩니다.


3) 실사 전략의 수립 및 이행(Article 4)

본 법안에 따르면, 회원국은 후속 입법을 통해 기업이 효과적으로 실사를 수행하여 기업 운영 및 사업관계에서 발생하는 인권·환경·거버넌스에 관한 부정적 영향을 줄이도록 해야 합니다.


법안 적용 대상 기업은 모두 실사 전략을 수립하고 이행하여야 합니다. 다만, 모든 직접적 사업관계가 EU 역내에서 이루어지는 대기업이거나 중소기업이 인권·환경·거버넌스에 대한 영향을 식별하고 평가하려는(identify and assess) 노력에 최선을 다했는데도 어떤 잠재적·실제적 부정적 영향에도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면, 이러한 결론 및 근거에 대한 선언(statement)을 함으로써 실사를 갈음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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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가치사슬 및 사업관계에 대한 실사 의무 등(Article 4, paragraph 7-9)

본 법안의 주요한 특징은 기업이 자신의 활동뿐만 아니라 가치사슬(value chain) 또는 사업관계(business relationship)에 대해서도 실사 의무 등을 부담한다고 규정한 점입니다.


본 법안에 따르면, ‘사업관계’란 자회사(subsidiaries), 공급사(suppliers), 하청업체(sub-contractors) 등 대상 기업 운영 또는 재화·서비스 생산에 직접적으로 연결(directly linked to) 되어 있는 관계입니다. ‘가치사슬’은 이보다 폭넓은 개념으로, 직·간접 사업관계를 포괄하며 대상 기업에 재화나 서비스를 공급하는 자뿐 아니라 대상 기업으로부터 재화나 서비스를 공급받는 자도 포함합니다(Article 3).


본 법안은 기업이 자신의 활동뿐 아니라 가치사슬(value chain)에 대해서도 실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가치사슬 실사’(value chain due diligence)의 범위는 광범위할 수밖에 없습니다. 본 법안도 서문(preamble) 부분에서 “가치사슬에 참여하는 모든 기업을 추적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고 언급합니다. 이에 본 법안은 기업이 가치사슬에서 부정적 영향의 발생 가능성과 중대성, 기업의 구체적 상황(가치사슬의 길이와 규모, 기업의 역량, 영향력 등) 등을 고려하여 비례성·적합성을 갖춘 방법으로 실사를 할 것을 요구합니다.


또한 본 법안은 기업이 사업관계(business relationship)의 상대방으로 하여금 기업의 자체 실사전략과 부합하는 인권·환경·거버넌스 정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업은 상대방과의 합의(framework agreement), 계약(contractual clauses), 행동강령(code of conduct), 감사(audit) 등을 통해 자사의 실사 전략을 사업관계 전반으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본 법안은 기업이 구매 정책(purchase polices)을 통해 인권·환경·거버넌스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라. 이해관계자 참여(Article 5)

본 법안은 기업이 실사의 수립 및 이행 단계에서 이해관계자들과 효과적이고, 의미 있으며, 충분한 정보가 뒷받침되는 대화를 실시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이해관계자란 기업이 인권·환경·거버넌스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개인이나 집단을 의미합니다. 본 법안은 인권옹호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도 이해관계자의 정의에 포함합니다. (Article 3) 이해관계자의 대표적 사례로 임직원, 지역사회, 아동, 선주민, 시민사회, 노동조합, 주주를 들 수 있습니다.


법안은 특히 노동조합의 참여를 강조합니다. 당사국 정부는 실사의 수립 및 이행에 노동조합이 참여할 권리를 보장하여야 합니다. 기업은 사업 규모와 맥락에 적합한 방식으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대표와 대화를 실시하여야 합니다.(동조 제1항) 기업은 노동자의 대표에게 실사 전략과 그 이행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여야 하고, 단체교섭권을 존중하여야 합니다.(동조 제4항)


마. 고충처리제도(Article 9)

UNGPs는 기업 내 고충처리제도(grievance mechanism)의 역할을 강조합니다. 고충처리제도는 기업에게 리스크에 대한 조기경보 역할을 하고, 부정적 영향에 대하여 일회성 실사가 아닌 지속적인 식별과 대응이 가능하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또 길고 비용이 많이 드는 사법절차를 택하지 않더라도, 기업이 이해관계자와 대화를 통해 부정적 영향을 신속하게 해소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줍니다.


이에 본 법안은 기업이 모든 이해관계자가 해당 기업이 인권·환경·거버넌스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합리적 우려를 개진할 수 있는 고충처리제도를 마련하여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이러한 제도는 UNGPs에 따른 효과적 고충처리제도의 기준을 만족하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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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 손해배상책임(Article 19)

본 법안의 중요한 의미는 기업 활동으로 야기된(caused) 인권·환경·거버넌스에 대한 부정적 영향 이외에도 기업이(협력사 등을 통해) 기여(contributed to)한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도 민사적 손해배상책임(civil liability)을 지도록 한다는 데 있습니다. 회원국은 후속 입법을 통해 기업이 ‘작위 또는 부작 위’(acts or omissions)를 통해 ‘야기’하거나 ‘기여’한 부정적 영향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고 구제조치를 취하도록 보장해야 합니다.


기업이 공급망에서 ‘기여’한 인권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은 지난해 11월 스위스 헌법 개정 시 사회적 논쟁 및 국민투표 끝에 삭제되었던 내용으로, 법안의 내용 중 가장 주목을 받은 부분입니다.


기업이 기여(contributed to)한 인권 침해 또는 환경 영향에 대해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다면, 기업은 해외 자회사가 일으킨 불법행위에 대하여 법인격분리 원칙을 주장할 수 없게 됩니다. 또한 지배구조가 연결되어 있지 않은 해외 협력사에 대해서도, 가치사슬에서 인권침해 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실사를 포함한 주의의무를 다했다는 것을 입증하지 않으면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됩니다.


다만, 기업이 본 법안에 따른 주의(due care)를 다했음을 증명할 경우 부정적 영향의 손해배상책임으로부터 면제될 수 있습니다. 이는 기업이 인권·환경·거버넌스 실사를 실시할 법적 유인을 명확히 한 것으로 평가되는데, 구체적 내용은 개별 회원국의 후속 입법을 통해 구체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적으로 본 법률안에 따라 개별 국가에서 실사의무화법이 통과될 경우, 노동·인권·환경 거버넌스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제3세계 국가에 제조공장 등의 사업장을 둔 기업은 철저한 인권실사 없이 손해배상청구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 벌금 등 제재(Article 18)

법안은 기업이 본 지침에 따라 수립된 국내법을 위반하는 경우 회원국은 비례성에 부합하는 제재(sanctions)를 부과하여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다만 구체적 제재 수준은 국내법에 따라 정해질 예정이므로, 법 제정 이후 주요 국가의 입법 추이를 지켜보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임성택 대표변호사 (stlim@jipyong.com)

김영수 변호사 (yskim37@jipyong.com)

민창욱 변호사 (cwmin@jipyong.com)

신유정 변호사 (yjshin@jipyo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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