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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날 특집

[법의날 특집] 검찰 범죄수익환수 현황은

“범죄수익환수 통합법제 마련해야” 목소리 높다

미국변호사

최근 범죄가 조직화·글로벌화·복잡화되면서 체계적인 범죄수익환수 시스템 구축이 범죄대응을 위한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펜데믹으로 국제공조를 통한 범죄수익환수 작업이 지연되고 있는 데다, 가상화폐 등에 대한 실질적 몰수·추징과 같은 새로운 현안에 대한 해법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본보는 제58회 법의 날을 맞아 범죄대응의 핵심 기제로 떠오른 범죄수익환수의 현황을 살펴보고 발전 방향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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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별법에 분산, 실무 혼선 = 우리나라 범죄수익환수 제도의 뿌리는 조선시대 몰관(沒官)과 해방 전 일본 형법에 도입된 몰수 제도다. 몰관은 몰수(범죄로 취득한 장물을 몰수), 적몰(사면을 받은 경우 몰수한 재산을 돌려주는 것), 추징(장물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 가액을 납부) 등으로 나뉜다. 형법 제41조, 48조, 49조는 범죄행위의 수단이 된 재산 자체를 박탈하는 몰수를 형벌의 한 종류로 규정하고 있지만,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큰 틀의 변화 없이 지금까지 이어져 범죄수익환수 문제에 대해 일반인은 물론 법률전문가들의 관심도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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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우리나라는 영미법계와 달리 민사몰수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범죄의 유인동기가 되는 재산적 이익 취득을 원천 봉쇄하기에 불리한 시스템이라는 지적이 많다. 대신 일련의 대형사건과 사회적 상황에 따른 특별법<표>으로 특정 범죄영역에 대한 범죄수익환수 범위와 방식을 규정하는 식으로 대처해왔다. 이처럼 임기응변식으로 관련 법·제도들이 제·개정되면서 실무상 혼선이 크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제기돼 범죄수익환수와 관련한 통합법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범죄수익 환수 작업의 근거가 되는 현행법은 형법 외에도 '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1995년 제정)', '마약류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특례법(1995년)',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2001년)', '불법정치자금 등의 몰수에 관한 특례법(2005년)',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2008년)' 등 5개에 이른다.

 

범죄의 조직화·글로벌화 따른 

범죄대응 위한 핵심과제  


◇ 확정판결 전까지 환수 못해… '돌립몰수제' 도입 주장도 = 최근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땅투기를 했다는 신도시 투기 의혹 사건을 두고 관련 범죄수익환수를 위한 법 개정이 다시 논의되고 있다. 공무원과 공기업 관계자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 거래를 하거나 토지보상을 노리고 부정행위를 할 경우 강력히 처벌함과 동시에 부당이득을 철저히 환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한 변호사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발이 거센 상황에서 부동산 업무를 하는 공기업 직원 등의 투기 의혹이 잇따라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며 "하지만 현행법체계로는 관련 범죄수익환수가 불가능하고 보전처분을 통한 선제적 범죄수익 확보도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 관련 법을 신속히 개정해 범죄수익을 철저히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또 다른 변호사는 "최근 부동산 투기 문제가 불거지가 관련 범죄수익을 환수하기 위한 법안들이 쏟아지고 있다"며 "이 같은 땜질식, 여론몰이식 입법은 결국 형사법체계 정합성을 해치거나 예기치 못한 또다른 문제를 불러올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민사몰수’ 인정 안돼

 재산적 이익취득 원천봉쇄에 불리

 

범죄수익만 별도로 몰수할 수 있는 독립몰수제를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법원이 검사의 기소와 독립해 몰수·추징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되, 이미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에도 적용하도록 하는 내용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백 의원은 "몰수는 부가형적 성격으로 되어 있다"며 "범인이 사망하거나 소재불명 등으로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경우에는 범인의 재산 등을 몰수할 수 없다. 불법성이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로 존재한다면 형사절차상 공소에 필요한 절차적 요건을 실질적·형식적으로 구비하지 못한 경우에도 법원이 몰수·추징을 명령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범죄수익만 별도로 몰수”

 독립 몰수제 도입 주장도


◇ 가상화폐, 검찰 환수는 단 3건 = 최근 가상화폐 등 변동성과 유동성이 큰 디지털 자산이 늘고 있어 이와 관련한 범죄와 범죄수익환수 대응 체계도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법무부·국세청·경찰청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그동안 사기·도박·성착취물 제작 범죄 등에 이용됐다가 수사기관에 압수된 가상화폐는 약 200억원 상당이다. 법조계에서는 현금과 달리 자금흐름을 쫓기 어렵고 과세대상에서도 제외되어 있는 가상화폐의 특성을 고려하면, 실제 범죄에 사용된 경우가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몰수된 가상화폐를 국고로 환수한 사례는 2017~2020년 3건에 그친다. 수원지검은 지난 3월 음란물 사이트 운영자로부터 몰수한 191.3 비트코인을 매각해 122억9400여만원을 국고로 환수했다. 부산지검은 지난 2019년 10월 2.44 비트코인을 처분해 2400여만원을,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019년 12월 3.19 비트코인을 처분해 3000여만원을 환수했다.

 

가상화폐 환수사례는 단 3건뿐

 대응체계 정비도 절실

 

경찰이 지난 한 해 범죄에 사용된 가상화폐에 대해 보전신청을 한 건수는 총 8건이다. 관련 범죄는 횡령·마약·도박·사기·성착취물 배포 등이며, 비트코인 80여개와 기타 코인 약 40만개가 전부다.

 

국세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상자산 강제징수 제도를 시행 중이다. 체납자가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지급 받을 '가상자산 매매대금 반환 청구 채권'에 대해 압류·추심을 하는 방식이다. 지난 3월말 기준 국세청이 현금을 징수하거나 채권을 확보한 인원은 총 2416명이며, 액수는 366억원이다.

 

해외 범죄수익환수 작업도 난항을 겪고 있다. 해외에 숨겨놓은 비자금을 국내로 되찾아오기 위해 지난 2018년 출범한 해외불법재산환수 합동조사단은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과 국정농단 사태에서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 등에 대한 해외 범죄수익환수 작업을 일단락하고, 대상을 전반적인 자금세탁 및 범죄수익 은닉 행위로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환수한 금액과 추징보전액 간 격차가 큰 데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제공조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글로벌화·디지털화로 해외로 유출되는 범죄수익은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며 "실질적 환수액이 늘 수 있도록 범죄수익환수 인력을 보강하고, 관련 법제도를 정비해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한·박솔잎 기자   strong·soliping@

종합법무관리솔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