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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I는 공정이용(fair use)의 대상인가

리걸에듀

[2021.04.16.]



미국 연방대법원은 4월 5일(미국 현지시간) 구글과 오라클이 10년 넘게 다투어 온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 자바 (Java)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에 관한 저작권 침해소송에서 구글이 패소한 원심을 뒤집고 6대2로 구글에 승소 판결을 안겨주었습니다.


다수의견의 스티븐 브라이어 대법관은 ‘중요한 것은 레시피이지 그 레시피가 들어 있는 서랍이 아니다’는 비유를 들면서 구글이 자바API 패키지의 일부를 복제한 행위가 ‘공정이용 (fair use)’에 해당하여 구글의 행위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IT산업에 대한 미국 연방대법원의 시각을 잘 보여주는 이 판결은 미국 공정이용 법리에 따라 입법화된 한국저작권법 제35조의5(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의 해석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1. 사안의 개요

구글은 모바일 기기용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OS)를 개발할 때, 37개의 자바API와 연관된 코드 약 11,500줄을 복제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사용하였습니다. 자바를 개발한 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인수한 오라클은 2010년 구글을 상대로 API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보상금 90억 달러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소송의 주요 쟁점은 크게 (1) 37개 자바 API에 대해 저작권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와 (2) 저작권이 인정될 수 있다면 구글의 복제행위가 저작권법상 ‘공정이용’에 해당되는지 여부였습니다.



2. 소송의 진행경과

(1) 1차 판결

2012년 선고된 1심 최종 판결은 API에 대해 저작권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면서 공정이용 여부에 대한 심리없이 오라클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오라클이 항소한 2심에서 항소법원(CAFC)은 자바 API의 저작권을 인정하면서 구글의 행위가 저작권법상 공정이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것을 요구하며 사건을 1심 법원에 환송하였습니다. 이에 대한 구글의 상고허가신청은 기각되었습니다.


(2) 2차 판결

환송된 1심에서 법원은 공정이용의 4가지 요건 모두에 대해 구글에 유리하게 판단하여 구글의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하였습니다. 그러나 항소법원(CAFC)은 1심의 판결과 반대로 구글의 공정이용 항변을 배척하고 오라클의 청구를 인정하였습니다. 연방대법원은 구글의 상고허가신청을 받아들였습니다.



3. 연방대법원 판결: 공정이용의 4가지 요건에 대한 판단

연방대법원 판결은 자바API에 저작권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명시적인 판단을 하지 않고, 저작권이 있다는 가정하에, 구글의 행위가 저작권법상 공정이용에 해당되는지의 쟁점에 집중하였습니다.


공정이용은 ① 저작물 이용의 목적과 성격, ② 저작물 자체의 성격, ③ 저작물 전체 대비 사용된 부분의 양 및 중요성, ④ 저작물의 이용이 해당 저작물의 잠재 시장과 가치에 미치는 영향의 4가지 요건을 종합하여 판단하는데, 이들 요건 모두에 대해 연방대법원은 6대2의견으로 구글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1) 저작물 이용의 목적과 성격

연방대법원은 구글의 이용이 변형적 이용(transformative use)이어서 공정이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즉 구글이 API를 사용한 목적은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이고,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의 사용과 유용성을 확장하기 위함이며, 프로그래머들에게 스마트폰 환경을 위한 매우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도구를 제공하기 위함인바, 구글의 이러한 사용은 저작권 전체의 기본 헌법적인 목적인 창의적인 발전과 부합하는 변형적 이용에 해당한다고 하였습니다.


(2) 저작물 자체의 성격(nature)

연방대법원은 선언코드(declaring code)와 실행코드 (implementing code, 프로그램의 실행을 담당하는 코드)의 차이에 중점을 두면서, 실행코드가 음식의 창의적인 ‘레시피(recipe)’라면 선언코드는 그러한 레시피가 들어있는 ‘파일캐비닛, 서랍 및 파일’에 비유될 수 있는데, 구글은 실행코드 자체는 직접 개발하고 자바 API의 선언코드만 복제하였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3) 저작물 전체 대비 사용된 부분의 양 및 중요성

연방대법원은 구글이 복제한 코드는 전체 API 코드의 약 0.4%에 해당될 뿐이고 복제된 부분의 목적 역시 앞에서 설명한 변형적(transformative)인 목적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구글의 행위가 공정이용에 해당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4) 저작물의 이용이 해당 저작물의 잠재 시장과 가치에 미치는 영향

연방대법원은 오라클의 잠재적인 수익손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복제로 얻을 수 있는 공공의 이익이 새로운 표현의 창의적 생산에 기여하는 점과 이러한 이익을 손실과 비교했을 때의 상대적인 중요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4. 결론 및 시사점

연방대법원의 판단은 컴퓨터 프로그램에 있어 기능적 파일의 경우 전통적인 저작권 개념을 이에 그대로 적용하긴 어렵고,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재구현하기 위한 구글의 행위는 공정이용으로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연방대법원은 API가 가지는 의의를 고려하여 저작권자에게 부여된 독점권 보다 기술진보 및 공익을 중요시하는 판결을 내린 것으로 보이는데(중요한 것은 레시피이지 그 레시피가 들어 있는 서랍이 아니다!), 한국 저작권법 제35조의5(저작물의 공정한 이용)가 미국 공정이용 법리를 수용하여 제정된 이상 한국에서도 이와 같은 경향을 보일 것인지는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공정이용 여부에 대한 판단은 법리와 사실을 모두 고려해야 하므로, 해당 판결이 절대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는 오해는 피하고, 추후 사례별로 신중히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권동주 변호사 (djkwon@yoonyang.com)

김정규 변호사 (jgkim@hwawoo.com)

임철근 변호사 (cglim@hwawoo.com)

김윤선 미국변호사 (yskim@yoon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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