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로펌

日 원전 오염수 방류… 국제재판소 제소 가능한가

배출 기준보다 훨씬 더 낮게 희석해 방류 한다지만
법조계 “일본의 결정은 국제법 위반소지 있다” 중론

미국변호사

일본 정부가 지난 13일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로 발생한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결정한 데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잠정조치(provisional measures) 요청과 제소 등을 지시하면서 법조계 안팎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외교적인 협의 뿐만 아니라 국제법 위반 여부에 대한 재판소의 판결을 받아보겠다는 것인데, 제소 가능성과 전망은 물론 바람직한 해결방법을 두고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169388.jpg

 

◇ 日 "2023년부터 방류"… 韓·中 등 강력 반발 = 일본 정부는 13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부지의 탱크에 저장된 오염수를 2023년부터 해양 방류한다는 계획을 담은 '처리수 처분에 관한 기본 방침'을 결정했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부 원자로가 손상되자 냉각수를 투입했는데, 이 냉각수에 빗물과 지하수 등이 유입되면서 발생한 오염수를 더 이상 저장할 공간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는 2년 뒤인 2023년부터 30년간 바다에 방류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방류하는 오염수를 일본 원전의 냉각수 삼중수소 배출 기준인 리터(ℓ)당 6만베크렐(㏃·방사능 활동 양을 나타내는 단위)보다 훨씬 낮은 1500㏃로 희석해 방류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 정부는 또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동의를 얻은 투명한 결정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인근 국가는 물론 후쿠시마 지역 주민들까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13일 곧바로 관계 부처 회의를 열고 일본 정부의 해양 방류 결정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시하며 관련 정보 공개와 검증을 촉구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14일 열린 청와대 내부회의에서 "일본의 결정과 관련해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잠정 조치와 함께 제소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잠정 조치는 일종의 '가처분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ICJ 제소위해 양국 동의 필요한데 

일본 동의 기대 못해 


◇ '잠정조치 등 제소' 가능할 듯 = 법조계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의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에 대해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법적 조치로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잠정 조치 요청'과 '유엔해양법협약 제7부속서상 중재재판소에 대한 중재재판 제소'를 꼽고 있다.

 

국제적인 사법기관에 특정 조치나 중재 또는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국제법적 위반 사항이 있는지 살펴야 하는데, 전문가들에 따르면 일본의 이번 결정은 국제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유엔해양법협약 제192조는 '각국은 해양환경을 보호하고 보전할 의무를 진다'고 일반적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특히 이 협약 제194조 2항은 '각국은 자국의 관할권이나 통제 하의 활동이 다른 국가와 자국의 환경에 오염으로 인한 손해를 주지 않도록 보장하고, 또한 자국의 관할권이나 통제 하의 사고나 활동으로부터 발생하는 오염이 이 협약에 따라 자국이 주권적 권리를 행사하는 지역 밖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보장하는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1990년 우리나라와 일본이 체결한 '대한민국 정부와 일본국 정부간의 원자력협력에 관한 각서'에는 양국이 체르노빌 사태 이후 IAEA에서 채택한 '핵사고의 조기통보에 관한 협약'을 적용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 협약 제2조는 자국의 결정이 주변국에 피해를 줄 우려가 있거나 주변국이 피해에 대한 우려를 호소하는 경우 그 문제에 대해 통지하도록 하고 있다.

 

소병천 아주대 로스쿨 교수는 "해당 규정에서는 환경영향평가 등 자국에서 검토한 정보를 주변국에게 알려야 하는 통지의무를 규정하고, 제6조에서는 추가 정보 또는 협의 요청에 신속히 응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며 "이미 일본은 이러한 조항들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재재판에 회부 뒤 

방류중지 잠정조치 요청은 가능

 

해양분쟁이 발생하면 1차적으로는 유엔해양법협약 제280조에 따라 양 당사국이 선택하는 평화적 수단에 의해 해결하기로 합의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현재 일본 정부는 우리 정부와 사전에 합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같은 협약 제287조상의 해결절차를 적용할 수 있다. 이 조항은 협약의 서명·비준·가입시 또는 이후 언제라도 협약의 해석이나 적용에 관한 분쟁의 해결을 위해 △국제사법재판소 △제6부속서에 따라 설립된 국제해양법재판소 △제7부속서에 따라 구성된 중재재판소 △제8부속서에 규정된 하나 또는 그 이상의 종류의 분쟁해결을 위해 그 부속서에 따라 구성된 특별중재재판소 등 4가지 수단 중 어느 하나 또는 그 이상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이 협약의 당사국이지만, 현재까지 해결 방안에 대해 선택하지 않았다.

 

박병도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기 위해서는 양국의 동의가 필요한데 현재 상황에서 한·일 동시에 동의할 가능성은 없다"며 "이 같은 경우를 가정해 유엔해양법협약에서는 분쟁당사자가 분쟁에 관해 동일한 분쟁해결절차를 수락하지 않았을 때 제7부속서에 따른 중재재판에 회부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처럼 시급한 문제에 대해선 중재재판 회부 뒤 유엔해양법협약 제290조에 따라 일본이 실제 오염수 방류를 실행하지 못하도록 중지해달라는 잠정조치를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요청할 수 있다. 중재재판에 회부돼 본안소송이 진행되려면 양 당사국에서 각 2명, 합의에 의해 1명의 재판관을 구성해야 하는데 통상적으로 이 과정만 6개월 이상 걸리는 등 재판 진행 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지난 2001년 영국이 아일랜드와 마주하고 있는 해안가인 셀라필드(sella field)에 목스(MOX·mixed-oxide fuel, 사용 후 핵연료에서 추출한 합성물질) 생산 공장을 허가하자, 아일랜드 측은 같은 해 10월 25일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른 중재재판을 신청하고, 같은 해 11월 9일 공정허가의 중지 및 핵폐기물의 해상운송 중지 등 잠정조치를 요청했다. 당시 재판소는 영국에게 아일랜드 해역에 발생할 수 있는 영향에 대한 추가 정보를 제공하고, 해양 오염 방지를 위한 조치 마련에 양국이 협력하라는 잠정 조치를 내렸다.

 

“법적 해결 실행 전

 외교적 해법 먼저 모색” 지적도

 

◇ "제소 신중해야" 목소리도 = 하지만 법적인 해결 방법을 실행하기 전에 최대한 외교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해양 방류 계획만 발표된 상태라 아직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상황에서 피해 여부 등을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고, 패소했을 때 오히려 일본에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소 교수는 "입증책임이 있는 쪽에 불리한 상황이라는 것은 명백하지만, 과학적 근거 외에도 회복이 불가능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사전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등 청구취지를 잘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만 소송기간이 길어질 수 있어 본안소송까지 가는 것보다 외교적 방안을 강구하는 방안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우리 정부에서는 오염수 방류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환경 훼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만약 패소한다면 우리로선 더욱 최악의 상황을 마주할 수 있기 때문에 소송제기는 신중해야 한다. 다만, 재판 준비를 통해 국제사회 여론을 환기시키는 것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종합법무관리솔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