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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 공판준비명령 논란' 임종헌 前 차장 재판부 "다른 의도 전혀 없었다"

임 전 차장 변호인 "적절한 공판준비명령인지 의문… 의견 내는 것 자체가 부적절"

리걸에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임종헌(61·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1심을 맡고 있는 재판부가 최근 공판준비명령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13일 공판준비기일에서 "다른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해명에 나섰다. 이 재판부는 지난달 23일 선고한 이민걸(60·17기)·이규진(59·18기) 전 부장판사에 대한 유죄 판결에 대한 의견을 제출해달라는 이례적인 공판준비명령을 임 전 차장 측에 내려 적절성 논란을 불러왔다. 임 전 차장의 변호인은 이날 공판준비기일에서 "적절한 공판준비명령인지 의문"이라며 "(이민걸 전 부장판사 등에 대한 유죄판결에 대해) 의견을 내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재판장 윤종섭)는 13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임 전 차장에 대한 5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2018고합1088).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기 때문에 임 전 차장은 이날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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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먼저 논란이 된 공판준비명령에 대한 의견을 묻는 것으로 이날 공판준비기일 절차를 시작했다.

 

재판부는 "지난달 31일 형사소송법 제266조의15에 따라 이 사건을 공판준비절차에 부쳤고 형사소송법 제266조의6 4항에 따라 검사와 변호인에게 공판준비에 필요한 사항에 관한 서면의 제출을 명했다"며 검찰과 임 전 차장 측에 공판준비명령에 관한 의견을 밝혀달라고 했다.

 

앞서 윤 부장판사는 자신이 선고한 이민걸·이규진 전 부장판사에 대한 유죄 판결의 의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리해 서면으로 제출해달라고 검찰과 임 전 차장 측에 지난달 31일 통보했다. 윤 부장판사는 당시 3가지의 '상정 가능한 의견'을 예시로 제시했다. △첫째는, 관련 사건(이민걸·이규진 전 부장판사 1심 사건을 지칭) 판결 선고는 그저 '참고 판결'이 하나 생긴 것에 불과해 기피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니 이를 신경쓰지 않고 심리가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둘째는, 관련 사건 판결은 잠정적인 심증을 전면적으로 개시한 것과 마찬가지로, 재판부 구성원이 실질적으로 동일하기에 향후 개시된 심증에 기속될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 의견을 반영해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셋째는, 관련 사건 판결은 이 사건에서 중간판결을 선고한 것과 마찬가지여서 기피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측은 이날 "관련 사건 판결 선고의 의미와 관련해서는 참고 판결에 불과하다는 것이 검사의 기본 입장"이라며 "본건 심리는 향후 관련 사건 판결과는 관계없이 독립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장이 공판준비명령에서 언급한 것처럼 관련 사건과 본건이 겹치는 부분이 있어 재판부가 해당 쟁점에 대한 잠정적 심증을 개시한 것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볼 수도 있다"며 "하지만, 이는 심증에 불과하므로 추후 검사와 변호인이 증거와 법리에 대해 공방하고 재판부가 이를 종합적으로 검토함으로써 관련 사건에 기속되지 않는다면, 본건에 대한 심리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여 검사로서도 관련 사건 판결을 참고하면서 본건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임 전 차장 측 변호인은 의견 제출을 거부했다. 변호인은 "이번 공판준비명령은 관련 사건 판결 선고가 어떤 의미로 여겨질 수 있는지 검사나 피고인에게 의견을 밝히라는 것이 취지"라며 "과연 관련 사건 판결 선고의 의미에 대해 피고인 측에 의견을 밝히라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관련 사건 판결 선고의 의미에 대해 피고인 측이 의견을 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돼 말씀드릴 것이 없다"며 "관련 사건은 언론보도를 통해 대략적으로 알고 있지만, 판결문을 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판장인 윤 부장판사는 공판준비명령의 취지를 설명했다.

 

윤 부장판사는 "지난 3월 31일자 공판준비명령으로 1항에서 재판 심리방식을 재고하게 된 배경을 말했고, 3항에서 향후 본건 심리와 관련해 관련 사건 판결 선고가 당사자에게 어떤 의미로 여겨질 수 있는지 당사자가 실제로 어떻게 여기고 있는지에 대한 의견을 구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알겠지만 형사32부는 지난 3월 관련 사건에 대한 판결을 선고했다"며 "그 직후 재판부 구성원 모두가 몸과 마음이 지쳐 힘들었지만 피고인과 변호인이 관련 선고를 어떻게 여길지 고민하게 됐고, 그것은 향후 심리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해 예정된 본건 공판기일을 추정으로 변경하고 3월 31일자 공판준비명령에 그러한 고민을 담은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재판은 소송관계인들의 재판부에 대한 신뢰 속에서 진행돼야 하고, 바로 그 신뢰를 얻고자 했던 것이기 때문에 공판준비명령 2항에서도 '이 법원은 관련 사건을 판결했다고 해서 이에 귀속돼 향후 심리를 진행할 생각이 없다'고 했고, '오히려 항후 본건 심리에서 당사자의 주장을 경청해서 관련 사건 판결이 잘못됐다면 본건 심리에 참고하겠다'고 밝혔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윤 부장판사는 이날 재판 말미에 "재판장이 끝으로 한 말씀 더 드린다"며 "대한민국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한다'고 돼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여기 앉아있는 형사36부 재판부 구성원 모두가 대한민국 헌법 제103조가 정한 법관"이라며 "지금까지도 그래 왔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각자가 판사로서 헌법과 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심판할 뿐"이라며 이날 공판준비기일을 마쳤다.

 

한편 임 전 차장의 변호인은 이날 "김명수 대법원장이 2017년 10월 '판사 블랙리스트 재조사'와 관련해 일선 판사 10명을 면담한 사실이 남아있는지 대법원과 법원행정처에 사실조회를 신청한다"고 밝혔다. 앞서 조선일보는 지난 2월 윤 부장판사가 당시 판사 10명 중 한 명으로 김 대법원장과의 면담에 참석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을 반드시 진상규명해 연루자들을 단죄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보도했다.

 

임 전 차장의 변호인은 "관련 내용이 사실이라면 피고인 입장에서는 우려할 수밖에 없다"며 "임성근 전 부장판사 사표 사건과 관련해 김 대법원장이 보인 이중적인 태도에 비춰볼 때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관련자에 대해 중형을 선고하라는 의중이 이 사건 재판부의 신설 및 구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충분하기 때문에 재판의 공정성 우려를 해소시키는 차원에서라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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