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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시험 바꿔야 법학교육 정상화… 출제 전담기관 필요"

천경훈 서울대 교수, '변호사시험 개선방안' 심포지엄서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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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도 변호사시험 출제만 전담하는 상설전문기관이 필요하다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재와 같이 변호시사험에 임박해 법무부 위촉을 받은 소수의 출제위원이 외부와 단절된 상태로 문제를 출제하는 방식은 문제의 질적 수준과 공정성 측면 등에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로스쿨협의회(이사장 한기정)은 1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변호사시험 제도의 바람직한 개선방안'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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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천경훈(49·사법연수원 26기)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변호사시험 제도의 개선방안'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주요 수험서에 언급된 판례는 민사법 2334개, 형사법 4032개, 공법 2341개 등 모두 8707개에 이른다"며 "이처럼 현행 변호사시험은 학생들에게 법적인 사고를 연마하기보다는 판결요지를 얇고 넓게 암기해서 '아는 척' 답안지에 표출하라는 메시지를 매우 강력하게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천 교수는 "현행 변호사시험 제도는 운이 아닌 실력에 의해 합격자를 비교적 정확하게 선별하고 학생들과 교수들에게 경쟁압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출제 내용에 있어서 지나치게 판례에 경도되어 있고 피상적인 암기 위주로 출제되고 있다"며 "변호사시험 과목 일변도의 학습편향이 가속화됨으로써 학생들 사이에서는 '판결요지'에 대한 무비판적 추종 현상이 심해지면서 비판적·분석적 사고가 제약될 뿐만 아니라 진로선택에 있어서도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기보다 국내송무 집중 현상을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록형 시험은 '존대말로 쓰는 사례형'에 불과해 독자적 의의가 반감되고, 융합형 출제의 외관을 좇다보니 오히려 문제가 파편화된다"며 "현행 변호사시험은 미래의 변호사에게 요구되는 진정한 실무능력을 키우는데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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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교수는 현행 변호사시험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시험을 목전에 둔 시기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변호사시험의 출제를 전담하는 인력과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행 변호사시험은 시험이 임박한 시기에 법무부 법조인력과의 위촉을 받은 소수의 출제위원이 외부와 접촉이 단절된 상태에서 출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며 "문제은행이 있지만 제10회 변호사시험 공법 기록형과 같은 공정성 문제 등 품질과 비밀이 충분히 관리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사시험을 비롯한 의료인 자격시험의 경우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법'에 따른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서 민간위탁을 받아 진행한다"며 "다수의 전담 연구인력이 지속적으로 문제은행을 관리해 문제를 추가·삭제·변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학적성시험 및 변호사시험 모의시험 출제경험이 누적된 로스쿨협의회가 변호사시험 출제를 전담하는 역할을 수행할 후보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예산 및 인력의 확충과 25개 로스쿨과 법조실무가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수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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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교수는 또 사례형과 기록형은 수기(手記)) 형태가 아닌 컴퓨터로 응시할 수 있도록 해서 손 글씨 작성에 따른 수험생과 채점자의 무용한 수고를 덜어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이미 20여년 전부터 수험용 소프트웨어를 미리 설치한 응시자의 개인 노트북을 이용해 로스쿨 중간·기말고사 및 변호사시험을 치르도록 허용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의 다수 주(州)처럼 각자 위험부담 하에 자신의 노트북에 수험용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도록 하는 방법, 주무부서에서 응시자에게 노트북을 당일 임대하는 방법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록형의 경우에는 쟁점을 간소화하되 실제 기록과의 근접성을 늘리고, 판사실무가 아닌 변호사실무에 부합하는 서면작성을 요구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선택과목은 별도의 사례형 시험을 치르는 것보다는 일정한 학점 이수를 요구하는 것이 고사 관리비용을 절감하고 로스쿨 교육의 정상화에도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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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자로 참석한 정진아(49·31기) 사법연수원 교수는 "변호사시험에서도 법조문과 종합법률정보 등 판례정보가 탑재된 컴퓨터를 제공해 시험의 주된 평가요소를 쟁점 파악, 법률의 해석과 적용에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현재 신임 법관 임용과정에서도 이러한 평가방식을 채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주 인하대 로스쿨 원장은 "난이도 조정 및 변호사시험 관리 업무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로스쿨협의회가 법무부로부터 변호사시험 출제업무를 위탁받을 필요가 있다"면서 "법무부가 2025~2026년쯤 CBT(Computer Based Test) 방식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이를 더 앞당길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동형(58·22기) 영남대 로스쿨 원장은 "변호사시험 과목 일변도의 학습편향 등과 같은 문제는 로스쿨 과정이 3년이라는 너무 짧은 기간으로 이뤄져 있다는 점에도 기인한다"며 "약학대학과 마찬가지로 로스쿨을 4년제로 운영하는 것을 깊이 있게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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