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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사법 시스템의 대대적 변화… 피해자들은 ‘답답’

수사권 조정 100일… 쟁점과 대안은

리걸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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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시행된 지 100일을 넘기고 있지만 아직도 일선 현장에서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대대적인 형사사법시스템 변혁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의 조직과 인력, 전문성 등이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삐걱대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일각에서는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등 합리적으로 재조정하기 위한 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면서 부실 수사는 물론 경찰 등 일선 수사기관에 대한 감독 기능이 약해져 수사현장에서 발생하는 위법·탈법행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 경찰 "책임수사 체계"… 법조계는 "책임회피 수사체계" 지적 = 올 1월 1일부터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이 10일로 시행 100일 맞았다. 수사권 조정에 따라 우리나라 형사사법제도는 수사에서 기소에 이르는 전(全) 과정을 검사가 책임지고 지휘하던 구조에서, 6대 중대범죄를 제외한 대부분의 형사사건에서 경찰이 1차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갖는 구조로 바뀌었다. 형사사건 수사 절차에서 검사의 영향력이 축소되고 경찰의 수사 독립성이 강화된 것이다. 수사권 조정 이전에는 수사지휘권을 바탕으로 모든 형사사건에서 법률가인 검사가 경찰을 통제했다. 하지만 지금은 검사는 지휘 대신 경찰에 보완수사 등을 요구할수만 있다. 예컨대 경찰이 송치 결정을 내리면, 검사는 사건을 검토한 뒤 부족한 부분에 대한 보완수사 요청을 할 수 있다. 경찰이 내사종결한 사건은 검찰이 사실상 관여할 방법이 없게 됐다.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리면, 사건은 원칙적으로 종료된다. 다만 검찰은 90일 한도에서 검증을 거쳐, 문제가 발견되면 재수사 요청을 할 수 있다. 이 요청이 있으면 경찰은 재수사할 의무가 있지만 이 같은 검사의 재수사 요청은 1회로 제한된다. 다만 재수사 뒤에 공소시효 판단 등 큰 오류에 대해서는 송치요구를 할 수 있다. 경찰이 수사 중이거나 수사중지한 사건에 대해 검사가 시정조치 요구를 할 수 있지만, 이것도 법령위반, 인권침해, 현저한 수사권 남용 등 엄격한 요건이 필요하다.

 

복잡해진 수사권 제도에 대한 

안내 절차 등 미흡

 

한 변호사는 현행 수사권 제도를 "복잡하기 짝이 없다"는 한마디로 비판했다. 그는 "(변호사로서도) 경찰 불송치 사건을 어디에서 열람·복사 청구를 해야 하는지, 선임계는 어디에 내야 하는지, 이의신청서를 내면서 선임계를 내야 하는지 등 명확한 게 별로 없다"며 "의뢰인도 모르고, 나도 잘 모를 정도"라고 토로했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수사 진행 및 처리 속도가 엄청나게 더뎌진 것이 피부로 느껴질 정도"라며 "예전에 비해 처분이 빨리 나오지 않고, 절차안내도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에 따라 사건과 기록이 검·경을 오가는 과정에서, 서로 사건을 미루는 핑퐁게임이 발생하고 있다"며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사건을 처리하려는 사람이 줄어드는 구조, 열심히 일하려는 검사와 수사관을 낙담시키는 구조다. 서로 책임을 미루는 사이 불의의 피해자나 묻히는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고 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경찰 단계에서는 이유 없이 사건을 반려하거나, (피해자에게) 증거를 더 찾아오라고 하는 사례가 많다"며 "수사주체인 경찰을 믿을 수가 없다는 불안감 때문에 고소·고발 대리와 피해자 대리가 활황 조짐을 보인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경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시행 초기 혼선은 이미 예상된 것"이라며 "올 상반기 정도를 지나 검찰과 경찰, 변호사업계 모두 바뀐 제도에 적응하기 시작하면 모두 해결될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하라는 가이드 라인을 준 뒤, 특별한 이유 없이 검사가 불기소 하는 경우가 있다"며 "검찰은 (이런 방식으로) 여전히 수사종결권을 행사하고 있는데, 전관 변호사가 개입한 게 아닌지 의심스러운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 땐 

사건 미루며 핑퐁게임


◇ 불송치 결정문 부담… '사건처리 지연' 불만도 = 경찰도 원칙적으로 수사종결권을 갖게 되면서 불송치 사건 처리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수사권 조정 이전에는 경찰이 기소의견이든 불기소의견이든 모든 사건을 검찰로 송치하고, 검사가 최종적으로 기소·불기소 여부를 판단해 수사종결권을 모두 가졌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책임소재가 명확했지만, 수사권 조정 이후 대부분 비법률가인 경찰도 수사 종결에 대한 판단을 하게 돼 우려의 시선도 많다.


‘불기소 결정’ 설득력 잃으면 

형사사법제도 불신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불기소 자체도 기소권의 일부"라며 "불기소 결정문은 단순한 사실관계의 나열이 아니라 고도의 법률적 관점이 들어가야 하고, 민사법적 법률지식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불기소 결정문에) 설득력이 없으면 이해가 안 되고 답답한 피해자들의 불복이 늘어난다"며 "불기소 결정이 설득력을 갖지 못하면 형사사법제도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문제는 경찰 조직 내 (실력) 편차가 크다는 점"이라며 "누가 사건을 맡느냐에 따라 수사와 처분의 질이 크게 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경 협력’ 요체는 

형식적 평등 아닌 실질적 협력

 

◇ "법 다시 개정" 지적도 = 여기에 내년 1월부터는 검사 작성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도 제한되기 때문에, 수사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혼선이 조기에 해결되지 않으면 그 여파가 법원 재판으로까지 이어질 우려도 높다는 지적이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사 작성 피신조서의 증거능력이 제한되면 실무적으로는 과거에 비해 경찰이 작성한 피신조서의 위상이 반사적으로 높아지게 되는데, 경찰 내 법률전문가 수는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이 13만 명에 달하는 거대 조직이라고 하지만 실제 수사와 수사 종결 관련 업무에 투입되는 인력은 극히 적은 형편"이라며 "고소·고발 사건 담당자와 담당부서, 수사관 수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형사사건 전문인 한 변호사는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이 움츠러들고 경찰이 우세해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수사권 조정을 기관 간 알력싸움으로만 보는 프레임"이라며 "일이 줄어들어 업무가 여유로워진 형사부 검사와 검찰 수사관들은 경찰이 얼마나 잘하나 보자며 관망하고 있고, 업무량이 늘어난 경찰에서는 경제팀 등 수사팀 기피 현상도 일부 발생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부작용을 국민만 모른다. 수사권 조정은 기관 간 견제와 분업을 통해 사건을 더 꼼꼼하게 보는 것을 전제로 하는데, '꼼꼼'은 정량이 아닌 정성적 개념"이라며 "검찰은 경찰의 사건을, 경찰은 검찰의 사건을 열심히 할 유인이 없다. 제도설계가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검찰의 직접 수사범위 재조정”

 법 개정 요구도


입법적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검찰은 5억원이 넘는 사기범죄만 직접수사를 할 수 있는데, (금액 등 수사주체를 나누는) 기준이 모호하고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5억원 이상 사기범죄는 직접수사 할 수 있는데, (사기 범죄에 흔히 병행되는) 문서위조범죄는 직접수사를 할 수 없다"며 "(범죄자는) 여러가지 범죄가 결합돼 하나의 범죄를 형성하고, (수사기관은) 하나의 범죄사실 단서에서 출발해 전체 범죄를 파악해가기 때문에,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면 제도가 비현실적으로 짜여져 있다"고 지적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업무상 경찰의 지향점은 범인을 잡는 것, 검찰의 지향점은 유죄 판결을 받는 것에 맞춰져 있었다"며 "결정적 차이는 재판을 얼마나 고려한 수사를 하느냐다. (검찰 내에서도) 검사는 공판을 담당하거나 공판에 관여하게 되면서 법적 능력이 향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 결과와 법리를 배제한 수사는 중구난방일 가능성이 높고,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중복수사와 수사남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경찰이 노하우 전수를 요청할 때 검찰이 실질적으로 공유·협력해야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경 협력체제의 요체는 형식적 평등이 아니라 상호보완과 실질적인 협력"이라고 덧붙였다.

 

 

강한·박솔잎 기자   strong·soliping@

종합법무관리솔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