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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법원, 임종헌 前 차장에 “이민걸 前 실장 등 유죄판결에 관한 의견 제출하라”

법원, 임종헌 前차장에게 공판준비 명령서 발송

미국변호사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임종헌(61·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1심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재판장 윤종섭 부장판사)가 임 전 차장 측에 지난달 23일 선고된 이민걸(60·17기)·이규진(59·18기) 전 부장판사에 대한 유죄 판결에 대한 의견을 제출해달라는 공판준비명령을 내려 법조계에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이 재판부는 두 사람에 대해 유죄 판결을 선고한 이후 돌연 임 전 차장에 대한 공판일정을 취소하고 13일을 공판준비기일로 지정, 궁금증을 자아냈었다. 재판부는 유죄 판결에서 피고인들과 임 전 차장과의 공모관계를 인정했었다.

 

9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사건 재판장인 윤 부장판사는 자신이 선고한 이민걸·이규진 전 부장판사에 대한 유죄 판결의 의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리해 서면으로 제출해달라고 지난달 31일 임 전 차장 측에 통보했다. 윤 부장판사는 그러면서 3가지의 '상정 가능한 의견'을 예시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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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는, 관련 사건(이민걸·이규진 전 부장판사 1심 사건을 지칭) 판결 선고는 그저 '참고 판결'이 하나 생긴 것에 불과해 기피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니 이를 신경쓰지 않고 심리가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둘째는, 관련 사건 판결은 잠정적인 심증을 전면적으로 개시한 것과 마찬가지로, 재판부 구성원이 실질적으로 동일하기에 향후 개시된 심증에 기속될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 의견을 반영해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셋째는, 관련 사건 판결은 이 사건에서 중간판결을 선고한 것과 마찬가지여서 기피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3가지 상정 가능한 사안 예시 

제시하며 의견 물어

 

윤 부장판사는 '제시한 예시의견 외에도 임 전 차장에게 다른 의견이 있다면 그 의견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는데, '선택한 의견에 대한 논증 외에도 다른 의견에 대한 논박까지 포함해 의견을 밝혀주는 것이 좋겠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에 관해 정면으로 다룬 대법원 판결은 없는 것 같다'면서 '관련 사건 판결을 선고했다고 해서 이를 중간판결로 여기고 실제로 이에 기속돼 향후 심리를 진행할 생각은 전혀 없고, 오히려 향후 이 사건 심리과정에서 당사자의 주장을 더욱 경청해 혹시 관련 사건 판결의 잘못된 부분이 드러나면 그와 달리 판단할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당사자의 입장에서 볼 때에는 중간판결을 선고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보인다는 의견도 가능한 입론(立論)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법조계는 "이 같은 공판준비명령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매우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 그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을 내놨다.

 

유사 쟁점가진 판결 놓고 

피고인 견해 묻는 건 처음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아무리 공범관계가 언급됐다고 하더라도 엄연히 다른 유사한 쟁점을 가진 판결에 대해 피고인의 의견을 묻는 것은 듣도 보도 못한 일"이라며 "그것이 해당 사건 진행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 일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존에 했던 관련 사건 판결 내용에 대한 사실관계나 법리, 추가적 쟁점에 관한 의견을 내라고 했으면 모르겠지만, 해당 판결의 성격이 무엇인지에 대해 묻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피고인이 재판부가 제시한 의견들 중 특정한 의견을 선택해 의견을 개진하면, 이를 그대로 따르겠다는 것인지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부가 피고인에게 물어볼 수 있는 내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법조계 “전례가 없는 일”

 배경 싸고 다양한 해석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도 "재판에 있어 중요한 것은 선입견과 편견을 배제하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공판을 통해 밝혀진 사실만 갖고 판단하는 것"이라며 "원칙적으로 법원조직법상 형사32부와 36부가 사무분담표에 같은 구성원이라도 실제로 같은 사람이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형사36부는 그 사건이 별개의 사건이라는 것을 전제하지 않고 얘기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임 전 차장 사건을 심리하는 형사36부와 이민걸·이규진 전 부장판사에 대한 유죄 판결을 내린 형사32부 재판부 구성원이 물리적으로는 같지만, 각 사건에 있어 그들은 법정에서 서로 다른 사람이 돼야 하는 것"이라며 "앞 사건에서 공범 중의 한 명이 유죄를 받았더라도 뒷 사건에서 무죄라고 주장할 수도 있고, 또 법원이 앞 사건에서 유죄를 했지만 뒷 사건에서는 전혀 다르게 결론내릴 수도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형사소송법상 '법원은'이라고 돼 있는 연유는 그 법원이 임 전 차장이나 이민걸·이규진 전 부장판사에게 모두 다른 법원이기 때문"이라며 "절차를 밟아 검사가 증거를 내면 그때 가서 따지면 모를까 무슨 전심도 아니고 상당히 부적절한 요구"라고 지적했다.


“사전 재판부 기피신청문제 

털기 위한 목적” 지적도

 

'이민걸 전 부장판사 등에 대한 유죄 판결로 재판부에 대한 기피신청이 제기될 수 있으므로, 기피신청 문제를 털고 가기 위한 목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다른 변호사는 "사실을 심리하고 판단해야 할 재판장이 이런 의견을 구하는 것 자체가 매우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며 "하물며 기피신청이 들어온 상황도 아닌데 재판부가 미리 선제적으로 기피신청 운운할 이유가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공판준비기일은 증거조사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할 것인가 등 증거방법에 대한 논의를 위해 하는 것"이라며 "혹시 있을지 모를 임 전 차장의 기피신청에 대비해 원래의 제도 취지와 전혀 맞지 않는 내용을 요구하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반면 한 로스쿨 교수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긴 하다"면서도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재판부가 내린 조치라면 문제를 삼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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