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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안 된 검·경 수사권 조정… 사건처리 ‘갈팡질팡’

‘수사권 조정’ 시행 100일 점검

리걸에듀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시행된 지 4월 10일로 100일을 맞았지만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A변호사는 최근 한 피의자의 변호를 맡았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경찰이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이 보완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경찰로 돌려보냈는데, 이후 사건열람 홈페이지(형사사법포털, KICS)에서 사건을 찾을 수 없게 된 것이다. A변호사는 "사건이 감쪽같이 사라졌는데도 검·경 담당자 모두 (이유를) 모르겠다고만 하니 의뢰인 앞에서 환장할 노릇"이라며 "나처럼 '사건 망실' 사태로 곤혹스러워하는 변호인들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전산 시스템 미비 때문에 발생한 상황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새로운 형사시스템에 대한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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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변호사도 난감한 일을 겪었다. 강간 혐의로 고소당한 의뢰인을 경찰 단계에서부터 변호했는데, 사건 처리가 지연돼 여러차례 경찰 수사관에게 신속한 처분을 요청했다. 그런데 해당 경찰 수사관이 이 피의자를 강간 혐의 외에도 준강간, 위력에 의한 간음 등 두 가지 혐의를 더 추가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것이다. B변호사는 "경찰이 증거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면밀히 파악한 뒤 혐의를 특정해 송치해야 하는데, 자신이 없으니 '아무거나 맞아라'하며 백화점식으로 혐의를 이것저것 갖다붙여 검찰에 사건을 던진 것"이라며 "이런 일이 반복되면 형사사법제도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게 되고, 피의자나 피고소인은 그만큼 더 불필요하게 괴로운 상황을 맞아야 한다"고 우려했다. 이 사건은 검찰이 보안수사를 요청해 경찰로 돌아갔지만, 해당 경찰서에서는 이전에 이 사건을 수사하고 송치했던 팀이 또다시 이 사건을 맡았다.

 

검찰 보완수사 요청한 사건 

‘열람 페이지’서 증발


C변호사도 답답함을 토로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단계에서 검찰 단계로 넘어가는 사건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사건들이 장기간 지연되는 추세가 뚜렷해서다. C변호사는 "넉 달만에 경찰로부터 불송치 결정문을 받아보고 왜 이런 사태가 빚어지고 있는지 이해하게 됐다"며 "해당 결정문에는 사실관계를 맞추고 법리를 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했는데, 원래 검찰에서도 공소장보다 불기소 결정문을 쓰기가 더 어렵다는 말을 많이 한다. 경찰이 수사권 조정 시행 이후 트집을 잡히지 않기 위해 (각 경찰서별로) 불송치 결정문 작성 업무 담당자를 배치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해보지 않았던 일을 하는 데다 인력난에까지 시달리고, 법률가가 아닌 담당자도 다수라 어려움을 겪고 있어 사건 처리에 그만큼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소당한 강간혐의 피의자에 

유사한 혐의도 추가

 

수사권 조정 시행 이후 100일을 넘기고 있지만 실무 현장에서 이처럼 우려했던 혼란이 현실화되면서 사건 당사자는 물론 변호사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사지휘권 폐지 등 검사의 지휘통제력이 약해진 틈을 타 경찰 수사 현장에서 위법·탈법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검찰 단계로 가는 사건 확 줄고 

처리지연도 뚜렷

 

한 변호사는 "폭행 등 단순 형사사건보다 (사건이 복잡한) 경제범죄에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이런 식으로 계속 가다간 특정 사건을 계기로 형사사법체계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폭주할 수 있다"며 "고소인 등의 이의제기가 빗발치기 시작하고, 수사기관이 이를 감당하지 못해 사건을 뭉개기 시작하고,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돌아가지 않는 가운데 실력 있는 수사관들은 성과는 적고 업무는 많은 일선 수사팀을 기피하는 일련의 사태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수사현장에서 

수사관 위법·탈법행위 만연 우려도

 

경찰에서는 업무폭주로 인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경찰 출신 변호사는 "(수사권 조정 이후 새로운 형사사법체계에 걸맞는) 형사사법통합망 전산시스템도 완비되지 않은 상태"라며 "범죄대응 역량이 집중되지 못하고 낭비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검찰에서 맡던 사건들이 경찰로 넘어오니 사건 수가 늘고, 경찰이 맡는 경우에도 송치를 하든 불송치를 하든 사건기록을 원칙적으로 검찰에 보내야 하기 때문에 관련 문서량이 폭증하면서 일선 경찰서에서는 복사업무가 급증해 담당 수사관이 대량의 문서를 직접 복사하면서 업무를 처리하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며 "복사전문 직원을 비치해달라는 요구는 여러차례 묵살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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