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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법원행정처

법원 홈페이지 판결 공개 서비스 ‘개점휴업’

전국법원 작년 한 해 동안 올린 판결문은 총 859건

미국변호사

전국의 각급 법원이 홈페이지를 통해 시행하고 있는 '주요 판결' 공개서비스가 일부 법원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개점 휴업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공보판사들의 업무가 많고, 일선 판사들이 판결문 공개에 소극적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판결문 공개를확대해 법원 신뢰를 높이겠다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방침과 어긋날 뿐만 아니라 국민들이 법률생활에 참고할 수 있는 판결문을 가장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길을 차단하고 있는 것이라는 비판이 법조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23일 대한민국 법원 대국민서비스 홈페이지(https://www.scourt.go.kr/portal/main.jsp) '전국법원 주요판결' 코너를 확인한 결과, 전국 일선 고등법원과 지방법원이 2020년 한 해 동안 홈페이지에 올려 공보한 주요 판결문은 총 859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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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각급 법원은 국민들의 법률생활에 도움을 주고 알권리 확대를 위해 법원 홈페이지 대국민서비스를 통해 주요 판결을 소개하고 있다. 각급 법원의 공보판사 등이 해당 법원에서 선고가 난 주요 사건의 판결문을 선별해 사건 관계인의 이름과 주소 등 개인정보에 대한 비실명화 작업을 거친 후 홈페이지에 올리는 것이다. 다만, 서울가정법원을 비롯한 전국 가정법원은 판결 공개 서비스를 아예 하지 않거나 요지만 공개하고 있다. 가사소송법 제10조가 '가정법원에서 처리 중이거나 처리한 사건에 관하여는 성명·연령·직업 및 용모 등을 볼 때 본인이 누구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정도의 사실이나 사진을 신문, 잡지, 그 밖의 출판물에 게재하거나 방송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 39.6%가 울산지법

나머지 법원은 간헐적 공개


문제는 이곳이 하급심 판결문을 가장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열린 창구'인데도 불구하고 법원별로 판결문을 게시하는 양이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지난해 '전국법원 주요판결' 코너에 올라온 판결문 859건 가운데 무려 39.6%에 해당하는 341개의 판결문이 울산지방법원이 올린 판결문이다. 울산지법 한 곳이 열 건 중 네 건을 올린 셈이다. 반면 대전고법과 대전지법은 지난해 판결문을 단 한 건도 올리지 않았다. 나머지 대부분의 법원들은 간헐적으로 판결문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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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관계자는 "법원홍보업무에 관한 내규에 따라 주요 판결 소개 업무는 각급 법원 공보담당자가 담당하고 있다"며 "법원마다 사정이 있기 때문에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판결문의 양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공보판사 경험이 있는 한 부장판사는 "법리적으로 중요하거나 국민들에게 의미가 있는 판결은 아무래도 해당 재판을 한 재판부가 가장 잘 알 수밖에 없는데, 판결을 한 판사들이 이를 공보판사에게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는다면 놓칠 수밖에 없다"면서 "사건 당사자들 문제도 있지만, 판결이 알려지는 것 자체를 꺼려하는 분위기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공보판사들 업무과다로

 일선 판사는 공개에 소극적

 

또 다른 부장판사는 "법원 홈페이지 내 주요 판결 게시판이 방치돼 있다시피해 사무감사 때도 지속적으로 지적을 받아왔다"며 "공보는 결국 국민과 법원의 소통 창구인데 그 기본이 되는 판결문 공보를 보다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법원은 2003년부터 종합법률정보(http://glaw.scourt.go.kr) 시스템을 통해 선례적 가치가 있는 주요 판결들을 선별해 사건 관계인의 이름과 주소 등 개인정보를 지우는 비실명화 작업을 거쳐 판결문을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공개되는 판결문도 전체 대법원 판결의 3.2%, 각급 법원 판결의 0.003%가량에 불과해 비판이 잇따랐다.

 

국회는 지난해 11월 판결문 공개 범위를 미확정 사건 판결서까지 포함하는 내용의 민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해 2023년 1월 1일부터는 민사·행정·특허 사건은 미확정 판결서까지 공개될 예정이지만 비실명화 조치와 이를 위한 인적·물적 인프라 확충 등 예산 확보까지 갈 길은 요원하다.

 

“판결 게시판 방치”

사무감사 때도 지속적 지적받아


이런 상황 속에서 법원 밖에서 판결문을 공개하는 서비스를 제공해 호평을 받는 기관도 있다.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달부터 공단이 보유한 산업재해 관련 판결문을 온라인으로 볼 수 있도록 하는 산재판례정보 웹서비스를 시작했다. 공단은 산업재해 관련 판례 웹사이트(sanjaecase.kcomwel.or.kr)를 통해 공단이 가진 관련 판결문 2만9000여건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하급심 판결문은 소송 과정 뿐만 아니라 소송을 제기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데에도 중요한 자료가 되는데 현재로서는 접근방법이 극히 제한적이라 양질의 판결문을 얻기가 어렵다"며 "미확정 판결문 공개의 법적 근거까지 마련된 만큼 법원이 보다 적극적으로 판결문 공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판사는 판결로 말한다'는 법언이 있다. 법조인은 물론 국민들은 판사들이 내린 판결문을 참고해 법률생활 등의 준칙으로 삼는 것"이라며 "판결문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아 국민들이 보기 어렵다면 애써 내린 판결의 효용이 반감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원칙적으로 법원 판결문은 모두 공개돼 누구나 보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래야 사법부와 법관에 대한 견제와 감시도 더욱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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