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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20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11. 해상법

용선계약 서명란에 대리인 표시 없으면 계약 당사자로 봐야
침몰 선박 인양비용 청구… 이행의 가능성·필요성 인정 돼야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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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국법에 따른 항해용선자의 확정(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7다224807 판결)

(1) 사실관계

화주와 운송계약을 체결한 피고1은 이행을 위하여 선주인 피고2와 항해용선계약을 체결했다. 원고는 피고2에게 선박연료유를 공급했다. 원고는 피고2에 대한 채권회수를 위해 피고2가 화주에 대해 운임채권을 가진다고 주장, 그 채권을 압류하였다. 피고1도 화주에게 운임을 청구하였다. 화주는 피공탁자를 '피고1 또는 피고2'로 하여 운임을 공탁했다. 항해용선계약(영국준거법)에서 용선자가 화주인지가 문제되었다. 고객계정란에는 '화주를 위하여 피고1'과 서명란에는 '용선자를 위하여 피고1'이라는 문구가 병기되어 있었다. 원고의 공탁금출급이 가능하려면 항해용선계약이 피고2(선주)-피고1(화주의 대리인)-화주로 이어져야했다. 피고1은 자신이 화주에 대한 운송인으로서 출급권자라고 다투었다.

 
(2) 판시내용
용선계약서 본문에 대리인으로 볼 수 있는 표현을 기재하였으나 당사자의 서명란에 자격을 나타내지 않고 자신의 이름으로 서명한 경우에는 영국법상 서명란에 이름이 기재된 자를 계약의 당사자로 보아야 한다. 고객계정란에 기재된 표현 외에는 피고 1이 대리인으로 계약을 체결하였음을 명백히 하는 내용이 없고 화주가 피고 1에게 용선계약을 체결할 대리권을 위임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화주는 일관되게 선주인 피고 2와의 계약관계를 부인하므로 피고 1이 당사자로서 용선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3) 의견
영국법에 의하더라도 대리관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대리인에게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대리권을 수여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대리인이 동의함으로써 대리관계가 성립한다. 본 사안에서는 화주와 피고1 사이에 대리관계를 찾을 수 없다는 점을 근거로 대법원은 항해용선계약은 피고2와 피고1사이에 체결된 것으로 보았다. 결국 원고의 주장은 배척되고 화주가 공탁한 운임은 운송인인 피고1이 찾아가게 되었다.


2. 정기용선자의 연료유 대금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대법원 2019. 12. 27. 선고 2019다218462 판결)
(1) 사실관계

선주는 한진해운에게 선박을 정기용선하여 주었다. 한진해운은 회생절차신청을 했고 2016년 9월 1일 개시결정을 받았다. 이후 10월 20일 X선박에 대하여 용선계약해지 통고를 했다. 개시결정에서 해지일까지 50일 동안의 용선료 등 공익채권을 가진 선주는 관리인에게 청구했다. 관리인은 선박에 남았던 기름 대금 채권을 계약서 부속서 제33조(선주는 반선(返船)시 남아 있는 모든 선박 연료를 인수하고 이에 대한 비용을 지급한다)에 근거하여 이를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항변을 하였다. 선주는 남은 기름 대금정산 규정은 정상적 반선시에 적용되고 해지의 경우에는 적용이 없다고 항변하였다.

 
(2) 판시내용
정기용선계약에서는 용선자가 선박을 반선할 때에 선주에게 그 시점과 지점을 사전에 통지할 의무를 부과하고 또 선박을 인도받았을 때의 연료유의 양과 근접한 수준의연료유의 양을 유지하여 반선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런데 중도해지되는 경우에는 용선자가 선주에게 위와 같은 의무를 이행하기 불가능하다. 또한 선주가 잔존연료유를 인수하고 그 대금을 지급하도록 정한 부속서 제33조에서는 '인도'와 '반선' 이외에 정기용선계약의 중도해지에 의한 종료를 포함하고 있지 않다. 회생절차가 개시된 이후에 그 관리인이 용선계약을 해지한 경우 부속서 제33조는 적용되지 않는다.

 
(3) 의견
선주의 용선료채권 청구에 대하여 관리인은 한진해운이 정기용선자로서 가진 선박연료유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상계처리하려고 했다. 정기용선시 선박연료유는 정기용선자가 보급하여 그의 소유이다. 용선기간이 종료되어 선박을 인도할 때 선박으로부터 연료유를 빼내어 가져갈 수도 없다. 따라서 선주와 정기용선자 사이에 정산을 하는 약정을 둔다. 약정에 따르면 장소와 시간을 사전에 알려주어야 함에도 해지시에는 불가하므로 해지에는 적용이 없다고 대법원은 판시하였다. 결국 피고 한진해운은 자동채권이 없는 것이 되어 채권청구에 응해야했다.


3. 좁은 수로의 정의(대전고법 2019. 9. 18. 선고 2019누10342 판결)
(1) 사실관계

충돌사고가 여수시 돌산도와 화태도 사이의 수역에서 발생하였다. 사고 장소는 여러 항구의 입출항 선박과 수역 통과 선박 등 통항이 많은 수역이고 가항수역의 폭은 약 0.5~0.6마일이다. C는 2017년 12월 2일 신기항(돌산도)에서 선장인 원고가 조종하여 맞은 편에 있는 마족항(화태도)을 향하여 출항하고 있었다. D와 충돌하였다. 중앙해심은 원고의 4급항해사 업무를 2개월 정지하였다. 원고는 대전고법에 중앙해심이 내린 징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2) 판시 내용
어떤 수로가 좁은 수로인지 여부는 해당 수로의 지리적 조건, 통항 선박의 종류와 크기 및 교통량, 해당 수역의 자연적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어떤 수로가 좁은 수로로 판단된다면 사고 선박의 크기나 항행 방향과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좁은 수로에서의 항법이 적용되어야 한다. 이와 달리 대형선박에게는 좁은 수로이지만 소형선박에게는 아니라거나 수로를 따라 항행하는 선박에게는 좁은 수로이지만 횡단하는 선박에게는 좁은 수로가 아니라고 본다면 항행하는 선박에 따라 항법이 달리 적용되어 법적 안정성을 해하기 때문이다.

 
사고 장소 가항수역의 폭은 약 0.5~0.6마일이다. 대법원은 가항수역의 폭이 약 0.5마일인 여천군 남면 해상 금오수도를 좁은 수로로 판단한 바 있다. 실무상 어떤 선박이 항해중 좌측이나 우측으로 회두하기 위해서는 해당 선박길이의 약 8배에 해당하는 공간이 필요하고 2대의 선박이 자유롭게 항해하는 데 필요한 최소 공간은 선박 길이의 16배로 보고 있다. 사고 장소 인근 가항수역은 C 정도 길이인 선박 2척의 자유로운 항행이 이루어지기에도 충분하지 않다. 사고 장소인근은 좁은 수로에 해당한다.

 
(3) 의견
좁은 수로는 선박이 항해하기에 폭이 좁은 곳으로 특별한 항해상 주의의무가 부과된 곳이다. 폭의 넓이로 결정하는 것이 통상인데 선박은 길이가 긴 선박과 짧은 선박이 동시에 존재한다. 개개의 상황에 따라 좁은 수로를 정할 것인지 아니면 일괄 정할지가 문제된다. 법원은 한번 좁은 수로로 정하여지면 그대로 따라야하지 구체적 선박의 길이로 변경되어서는 아니된다고 보았다. 법적 안정성을 위하여 타당한 판단이다(대법원 2020. 1. 6. 심리불속행기각).


정기 용선자가 도산절차 개시된 경우 

용선의 잔존유류는 자동채권 안돼

‘좁은 수로’는 자연조건 등 고려 결정

통행 선박에는 일률적 항법 적용


4. 화물입출항료의 의미(대법원 2020. 2. 27. 선고 2017두37215 판결)
(1) 사실관계

피고 인천항만공사는 2014년 4월 16일 원고에게 항만시설사용료(화물입출항료) 1200만원을 부과하는 처분을 하였다. 그 사용료에는 화물이 직접 적·양하되는 항만시설 뿐만 아니라 정박지와 항로 등의 사용료도 포함되었다. 화주는 화물입출항료의 징수대상시설에 항로나 정박지 등과 같은 수역시설을 포함시킨 해양수산부'항만공사가 징수하는 사용료 및 임대료의 세부 구분 등에 관한 규정(인천항만공사 규정 제242호)'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주장하면서 취소소송을 제기하였다. 원심법원은 항만시설의 사용료인 화물입출항료는 화물을 양·적하하는 항만시설을 사용한 경우에만 부과되어야 한다는 등의 근거를 들어 청구를 인용하였다.

 

(2) 판시내용
항만의 주된 기능은 선박이 항만 내에 안전히 입항하여 정박하고 항만 내에서 하물을 적·양하하는 데 있다. 전자의 경우 선주에게 선박입출항료를 부담시키고 후자의 경우 화주에게 화물입출항료를 부담시켜 항만시설 설치비용에 대한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라 항만시설을 이용한 데 대하여 사용료를 부담하게 하는 것이 항만법의 입법취지이다. 이처럼 항만시설사용료 제도는 해당 항만시설의 사용으로 인해 특별한 이익을 얻는 자에게 사용료를 부담시키고자함에 그 취지가 있다.

 
선박의 안전한 통항을 위하여 항로는 충분한 폭과 수심이 확보되어야 한다. 선박은 주로 화물의 운송을 위하여 항로를 사용하므로 항로의 정비는 결국 선박과 화물의 공동 안전을 확보하는데 선박이 화물을 적재한 경우에는 화물적재톤수에 따라 안전수심 유지를 위하여 추가적 준설이 필요할 수도 있으므로 (중략) 항만시설을 사용하는지 여부는 수익자 부담의 원칙에 따라 항만시설의 사용으로 인하여 특별한 이익을 누리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화물을 양·적하할 목적으로 항로 등을 사용함으로써 얻는 편익은 선주 뿐만 아니라 화물의 처분권자인 화주도 함께 누리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항로 등 수역시설의 사용료를 선주 뿐만아니라 화물을 양·적하할 목적으로 항로 등을 사용한 화주에게도 일부씩 부담시키는 것이 항만법령이나 항만공사법령의 위임취지에 반한다거나 수익자 부담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3) 의견
항만공사법에 의하면 항만공사는 항만공사가 관리하는 항만시설을 사용하려는 자로부터 사용료를 징수할 수 있다. 항만공사법 시행령은 사용료의 종류를 선박료, 화물료, 여객터미널 이용료, 전용 사용료로 정하고 항만공사가 징수할 수 있는 사용료의 세부 구분 및 내용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해양수산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 위임에 따른 항만공사가 징수하는 사용료 및 임대료의 세부 구분 등에 관한 규정은 사용료 중 화물료를 '화물입출항료'와 '화물체화료'로 세분하고 화물입출항료의 징수대상시설에 수역시설을 포함시켜 구체적인 산정기준을 정하고 있다.

 
원고는 항만공사가 부과한 화물입출항료에 항로·정박지의 사용료가 포함된 것은 항만공사법의 위임의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서 무효라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화주가 수출입하는 화물은 항만시설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항로와 정박지와 같은 항구안의 다른 시설도 사용한다고 보았다. 항로와 정박지는 선박을 운항하는 선주에게만 편익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화주에게도 제공된다는 것이다. 수익자부담의 원칙에 의하면 화주에게 항로와 정박지의 사용료를 징수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보았다.


5. 부적절한 예인방식으로 인한 감항능력 결여(대법원 2020. 6. 4. 선고 2020다204049 판결)
(1) 사실관계

원고는 예인선의 소유자이다. 용선자는 부선들을 상해에서 탄자니아까지 예인·운송하기 위하여 2013년 10월 2일 원고와 사이에 예인선을 빌렸다. 용선계약은 토우콘 예선약관의 선복운임을 조건으로 하고 있다. 원고와 피고 보험자는 2013년 10월 7일 보험기간 1년으로 하는 선박보험계약(영국준거법)을 체결하였다. 예인선은 부선을 예인 중 2013년 12월 29일 말레이시아 해역에서 침몰하였다. 예인방식 등의 위험성, 출항의 위법성 등으로 인하여 감항능력이 결여되어 있었으므로 피고들은 면책된다고 주장하였다.


(2) 판시내용
영국 해상보험법 제39조 제4항은 "어느 선박이 부보된 해상사업에서 통상 일어날 수 있는 해상위험을 견디어낼 수 있을 만큼 모든 점에서 상당히 적합할 때에는 감항능력이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중략) 감항능력은 특정 항해에서의 특정한 사정에 따라 상대적으로 결정되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동법 제39조 제5항은 "기간보험에서는 피보험자가 선박이 감항능력이 없음을 알면서도 항해하게 하였다면 보험자는 감항능력이 없음으로 인하여 발생한 일체의 손해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영국 해상보험법상 선박 기간보험에서 감항능력 결여로 인한 보험자의 면책요건으로서 피보험자의 악의(privity)는 피보험자가 선박의 감항능력 결여의 원인이 된 사실뿐 아니라 그 원인된 사실로 인하여 해당 선박이 통상적인 해상위험을 견디어 낼 수 없게 된 사실, 즉 감항능력이 결여된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감항능력이 없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아는 것뿐만 아니라 감항능력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갖추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고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원심은 "이 사건 선박의 예인방식은 원양항해와 겨울철 계절의 특성에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등 이 사건 선박은 이 사건 항해에서 통상적인 위험에 견딜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하여 감항능력이 결여되었다. (이 결여는) 사고와 인과관계가 인정된다. 원고는 항해의 개시 당시 이 사건 선박의 감항능력 결여의 원인이 된 사실과 그 원인된 사실로 인하여 (중략) 감항능력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갖추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대로 발항하도록 하였다. 피고는 보상할 책임이 없다"고 판시하였다.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

 
(3) 의견
영국 해상보험법상 기간보험에서는 해상사업의 어떠한 단계에서든 선박이 감항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묵시적 담보는 인정되지 않지만 피보험자가 부보 선박이 감항능력이 없음을 알면서 선박을 감항능력 없는 상태로 항해하게 한 경우에는 보험자는 감항능력 결여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면책된다. 보험자가 선박의 감항능력 결여를 이유로 보험금 지급의무가 면하기 위해서는 ① 선박이 발항 당시 감항능력이 결여된 상태이어야 하고 ② 손해의 전부 또는 일부가 감항능력의 결여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어야 하며 ③ 피보험자가 선박의 감항능력이 없음을 알고 있어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예인선이 상하이에서 탄자니아까지 부선 3척을 예인·운송하던 중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보험자들은 이 사건 소송에서 감항능력의 결여, 적법성 담보 위반 등 여러 가지 면책사유를 주장하였다. 원심과 같이 대법원도 부적절한 예인방식에 따른 감항능력 결여에 따른 면책을 인정하였다. 보험자가 선박의 감항능력 결여를 이유로 보험금 지급의무가 면하기 위해서는 피보험자가 선박의 감항능력이 없음을 알고 있어야 하는데 '안다(악의)'는 의미를 대법원은 분명히 했다.


항만 입·출항료는 선주·화주 모두 부담

 수익자 부담원칙 위배 안 돼

운송인 아닌 자가 발행한 스위치 선하증권은

선의 취득자에게도 효력없다


6. 운송인이 아닌 자가 발행한 스위치 선하증권의 유효성(대법원 2020. 6. 11. 선고 2018다249018 판결)
(1) 사실관계
중개업자 C는 중국의 수출자와 코일 21개를 수입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코일을 다시 태국의 K에게 매도하였다. 중개무역중 2건의 선하증권이 발행되었다. 중국의 수출자와 운송계약을 체결한 H는 제1 선하증권을 발행하였다. 제1선하증권에는 '송하인: 중국의 수출자, 수하인: 우리은행의 지시인 통지처: C '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제1선하증권을 수령한 C는 태국의 수입자로부터 대금을 받기 위하여 피고에게 제2선하증권을 발행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피고는 '송하인: 중국의 수출자, 수하인: 타이은행의 지시인, 통지처:K '로 기재된 제2선하증권을 발행하고 자신이 운송인란에 서명했다. 피고는 서류발급비용으로 250달러를 수령했다.

 
한편, 화물이 검사결과 비를 맞은 것이 판명되어 태국의 수입자는 일부 수령을 거부하고 보험자는 피보험자인 수입자에게 손해를 배상해주었다. 원고 보험자는 제2선하증권을 발행한 피고에게 손해배상을 구상청구를 하게 되었다.

 
원심은 1심과 달리 피고는 제2선하증권의 발행인으로서 선하증권의 문언증권성에 따라 제2선하증권을 선의로 취득한 수입자 K에 대하여 운송인으로서 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하였다.


(2) 판시내용
선하증권은 운송물의 인도청구권을 표창하는 유가증권으로 운송계약에 기하여 작성되는 유인증권이고 상법은 운송인이 송하인으로부터 실제로 운송물을 수령 또는 선적하고 있는 것을 유효한 선하증권 성립의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으므로, 운송물을 수령 또는 선적하지 아니하였는데도 발행한 선하증권은 무효이다. 스위치 선하증권도 운송물을 수령하고 발행하여야 하므로 발행권자는 원칙적으로 운송계약의 당사자로서 원 선하증권을 발행한 운송인으로부터 선하증권의 교부를 위임받은 자이어야 하고 권한 없는 자가 발행하는 경우에는 적법한 선하증권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제3자가 아무런 원인관계 없이 원 선하증권만을 교부받았다고 하여 운송물의 점유가 이전되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할 수 없다. (중략) 무효인 스위치선하증권을 발행한 경우 운송인이 아닌 자가 그 문언증권성에 따라 발행인으로서 스위치 선하증권을 선의로 취득한 자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도 볼 수 없다. 운송인이 아닌 자가 발행한 이 사건 제2선하증권은 선하증권으로서 발행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여 적법한 선하증권으로 볼 수 없다. 운송인의 지위에 있지 아니한 피고가 이 사건 제2선하증권을 발행하였다고 하여 새롭게 이 사건 화물에 대한 운송을 인수하였다고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피고는 이 사건 화물에 대한 운송계약을 체결한 운송인이 아니므로 이 사건 화물을 운송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나아가 운송인이 아닌 자가 발행한 이 사건 제2선하증권이 적법한 선하증권이 아니라서 유가증권으로서 효력이 없는 이상 이를 선의로 취득한 자에 대하여 발행인으로서의 책임을 부담한다고도 볼 수 없다.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의견
스위치 선하증권은 이미 발행된 선하증권을 교체하거나 변경을 가하는 선하증권이다. 본 사안의 경우 원 선하증권이 있고 필요에 의하여 제3자가 또 다른 선하증권을 발행했다. 제3자는 정당한 선하증권발행인이 아니기 때문에 그는 선하증권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그가 소지인에 대한 채무자도 아니다. 다만, 그가 제2선하증권을 발행했기 때문에 그로 인하여 수하인이 손해를 입었다면 불법행위책임을 그에게 물을 수 있게 된다. 중개무역업자인 C는 권한없는 자에게 제2의 선하증권을 발행하도록 했고 그로 인하여 수하인이 손해를 입었기 때문에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게 될 것이다.

 

7. 침몰선 인양비용의 처리(대법원 2020. 7. 9. 선고 2017다56455 판결)
(1) 사실관계

2010년 4월 21일 아스팔트를 실은 피해선박과 가해선박(과실비율 70%)이 충돌해 피해선박이 침몰하자 여수해경서장은 적재된 기름의 이적을 지시하는 명령을 피해선박의 선주에게 내렸다. 동 선주는 2015년 가해선박의 선주에게 장래 제거비용을 청구하였다. 원심은 이 사건 피해선박에 대한 구난명령 및 제거명령은 여전히 그 효력을 유지하고 있으므로 원고는 그에 필요한 비용 상당의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판단해 원고의 피고에 대한 선체인양비용 청구를 받아들였다.

 
(2) 판시내용
불법행위를 이유로 배상하여야 할 손해는 현실로 입은 확실한 손해에 한하므로 가해자가 행한 불법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제3자에 대하여 채무를 부담하게 된 경우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그 채무액 상당의 손해배상을 구하기 위해서는 채무의 부담이 현실적 확정적이어서 실제로 변제하여야 할 성질의 것이어야 한다. (중략) 그러나 행정처분이 있은 이후 행정처분을 이행하기 어려운 장해 사유가 있어 오랫동안 이행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해당 행정관청에서도 이러한 사정을 참작하여 그 이행을 강제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고 불이행 등 상태를 방치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중략) 행정처분의 존재뿐만 아니라 그 행정처분의 이행가능성과 이행필요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이 사건 선박이 수심 90미터의 해저모래에 파묻힌 상태로 침몰해있었기 때문에 각 행정명령의 이행이 장기간 이루어지기 어려웠고 행정관청에서도 그 불이행에 대하여 오랫동안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아니하였다. 침몰된 이 사건 선박을 제거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상당히 어렵고 막대한 비용을 필요로 하여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볼 수 있거나 각 행정명령의 발행을 필요로 하였던 위험요소들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아니하여 행정명령이 취소 또는 철회될 여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원심은 위와 같은 사정에 관하여 심리하지 아니한 채 (중략) 원고에게 여전히 제거명령에 따른 선박제거의무가 있으므로 그에 필요한 비용 상당의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원심 판단에는 잘못이 있다.


(3) 의견
선박이 침몰하여 항해 혹은 환경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게 되면 행정청이 선주에게 제거명령을 내리게 된다. 행정청이 제거명령을 내렸지만 행정청도 선주도 이를 이행하지 않고 세월이 흘렀다. 침몰선의 선주는 제거비용의 과실비율에 따른 청구를 가해선박의 선주에게 제기했다. 대법원은 행정처분이 유효한 것일지라도 현실적 확정적 손해가 발생한 것인지에 관한 판단에는 (ⅰ) 행정처분의 존재뿐만 아니라 (ⅱ) 그 행정처분의 이행가능성과 이행필요성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원심판단은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보아 원심을 파기환송 하게 되었다.

 

 

김인현 교수 (고려대 로스쿨)

종합법무관리솔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