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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촌

백화점 위탁판매원의 근로자성 유무

대법원 2020. 6. 25. 선고 2020다207864

미국변호사

[2021.03.10]



I. 사안의 개요

피고는 의류제품 제조·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서, 피고가 생산한 의류제품을 백화점 내 매장에서 판매하기 위하여 국내 다양한 백화점 운영회사들과 백화점 입점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원고들은 피고와 사이에, 백화점 내 피고의 매장에서 원고들이 위 매장을 운영하여 피고의 상품을 판매하고 피고로부터 그 매출실적에 대한 일정 비율의 위탁판매 수수료를 지급받기로 하는 내용의 위탁판매계약을 체결하였고, 그에 따라 백화점 내 피고 매장의 매장관리자로서 매장관리 및 상품판매 등의 업무를 수행해 왔습니다.


원고들은 위 판매업무를 종료한 이후, 자신들이 피고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피고에 대하여 퇴직금 등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II. 대상판결의 내용

1. 관련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①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②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③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④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⑤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⑥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⑦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의 입장입니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참조).


2. 대상판결의 판시내용

대상판결은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체결된 '위탁판매계약서'에는, 근로자성을 긍정할 수 있는 요소와 부정할 수 있는 요소가 혼재되어 있음을 인정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대상판결은 ① 피고가 공급할 상품의 종류와 수량을 결정하고, 원고들은 원칙적으로 피고로부터 공급받은 상품만을 계약된 장소에서 피고가 정한 금액으로 판매하여야 하는 점, ② 원고들은 피고의 기준에 따라 광고 또는 디스플레이 등을 시행하여야 하고, 피고의 판매 및 판촉광고 행사에 협조하여야 하며, 피고는 필요한 경우 원고들에게 매장 간 상품이동을 요청할 수 있는 점, ③ 원고들은 피고가 정하는 바에 따라 상품 재고 내역을 상세히 기재하여 보관하여야 하고, 피고가 요구하는 경우 제시하여야 하며, 피고는 필요한 경우 재고실사를 할 수 있는 점의 사정은 근로자성을 긍정할 수 있는 요소이지만, ① 피고가 원고들에게 매월 상품 판매실적의 일정비율을 위탁판매 수수료로 지급하는 점, ② 원고들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판매원을 직접 고용하고, 이에 수반되는 급여 등 노동관계법이 정한 사용자 책임을 부담하는 점의 사정은 근로자성을 부정할 수 있는 요소라고 보았습니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원고들이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위탁계약서의 문구보다 '근로제공의 실질'에 따라야 한다고 판시하며, 근로제공의 실질에 관해 아래와 같은 사실관계를 인정하였습니다.


① 피고는 1999년경 이전 피고의 정규직 직원들을 백화점 내 매장에 파견하여 상품을 판매하게 하였다가 일괄적으로 사직하게 한 후 위탁판매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방법으로 신분을 강제 전환하기도 하였으나, 원고들은 이들과는 달리 처음부터 위탁판매계약에 따른 매장관리자의 지위만을 유지하여 왔다. ② 피고가 원고들의 근태관리를 하거나 휴가를 통제하지 않았고, 징계권도 행사하지 않았다. ③ 원고들은 매장 상황에 따라 필요한 판매원을 직접 채용하여 근무를 관리하면서 급여를 지급하였고, 피고는 이에 관여하지 않았다. ④ 원고들은 판매원으로 하여금 일정 정도 자신을 대체하여 근무하게 할 수 있었고, 겸업을 하기도 하였다. ⑤ 피고는 원고들에게 매출실적에 따른 수수료를 지급하였는데, 그 수수료의 상한이나 하한이 존재하지 않았다. ⑥ 원고들은 피고가 무상으로 사용하게 한 비품을 제외한 매장 운영에 필요한 나머지 비품을 구입하거나 비용을 부담하였다. ⑦ 피고가 매장 내 상품의 진열방식을 구체적으로 지시하고 피고가 정한 가격에서 임의로 할인하여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였으며, 특정 매장의 재고물품을 다른 매장으로 보내게 하는 조치를 지시하였으나 이러한 관리방식은 개인사업장인 대리점주에 대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사실관계에 나타난 아래의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들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1) 원고들이 피고와 체결한 위탁판매계약서에 나타난 근로자성을 긍정할 수 있는 요소들은 피고에 의해 독립적인 개인사업자인 대리점주에게도 유사하게 시행되었으므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가리는 중요한 사항이라고 볼 수 없다.

2) 피고가 원고들의 근태관리를 하지 않고, 원고들이 판매원으로 하여금 일정 정도 자신을 대체하여 근무하게 할 수 있는 등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종속성 및 전속성의 정도가 약하다.

3) 원고들은 판매실적에 따라 상한 또는 하한이 없는 수수료를 지급받아 판매원의 급여, 일부 매장 운영 비용을 지출하여야 하므로, 일정 정도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하였다고 보아야 하고, 위 수수료를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으로 보기 어렵다.



III. 대상판결의 의의

보통 백화점에 입점하여 물건을 판매하는 업체(제품 납품업체)는 백화점 운영회사와 특약매입거래계약(백화점 운영회사가 매입한 상품 중 판매되지 아니한 상품을 반품할 수 있는 조건으로 제품 납품업체로부터 상품을 외상 매입하고 상품판매 후 수수료를 공제한 상품판매대금을 납품업체에게 지급하는 방식(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2조 제5호)) 또는 임대차계약(제품 납품업체가 백화점 운영회사로부터 백화점의 일정 공간을 임차하고 백화점이 판매대금을 수령 및 집계한 후에 임대료를 공제한 나머지 판매대금을 제품 납품업체에 지급하는 방식) 등을 체결하고 백화점 내 일정 공간의 매장을 배정받은 뒤 그 매장에서 물건을 판매하게 됩니다. 백화점 위탁판매원(사건에 따라 '판매관리자' 또는 '중간관리자'라고 불리기도 합니다)은 제품 납품업체와 위탁판매계약 등을 체결한 뒤 위 백화점 내 매장에서 상품 판매 및 매장관리 등의 업무를 하는데, 이러한 백화점 위탁판매원이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서는 여러 사건에서 공방이 있어왔습니다.


대법원은 대상판결에 앞서 이 사건에서와 마찬가지로 백화점 내 매장에서 넥타이, 스카프, 가방 등을 제조, 수입, 판매하는 업체와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한 백화점 위탁판매원의 근로자성이 문제된 사건에서 그 근로자성을 인정한 반면(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5다59146, 62456, 63299 판결), 대상판결의 백화점 위탁판매원과 의류 및 피혁 제품을 제조하여 판매하는 회사와 판매대행계약을 체결한 백화점 위탁판매원의 근로자성을 부정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20. 7. 9. 선고 2020다20783 판결).


백화점 위탁판매원의 경우 그 업무장소, 근무시간이 대체로 백화점 운영회사의 결정에 사실상 구속되고 있고, 업체별 차이가 존재하기는 하나 제품 납품업체가 브랜드 관리 차원의 매장관리, 재고관리 업무를 수행하고, 제품 판매가격 결정 권한도 대부분 제품 납품업체가 가진다는 점에서 외견상 유사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서로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보이는 백화점 위탁판매원의 근로자성에 관한 판단이 달라지는 이유는, 대상판결이 설시한 바와 같이 백화점 위탁판매원에게는 근로자성을 긍정할 수 있는 요소와 부정할 수 있는 요소가 혼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이 백화점 위탁판매원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위 대법원 2015다59146 판결 등 사안과 사실관계상 구분되는 점은 ① 피고가 원고들의 휴가를 통제하지 아니한 점, ② 피고가 원고들을 상대로 징계권을 행사한 적이 없는 점, ③ 피고가 개별 매장에서 원고들과만 위탁판매계약을 체결하고 그 매장의 판매원 채용 등에 전혀 관여하지 아니한 점, ④ 판매실적에 따라 원고들에게 지급되는 수수료의 상·하한이 없었던 점 등입니다. 대상판결은 근로자성 판단에 관한 기존의 법리에 따라 위와 같은 사정을 근로자성을 부정할 수 있는 요소로 보아, 원고들 근로관계 실질상 그 근로자성이 부정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이해됩니다.


대상판결은 근로자성 인정여부는 계약서의 형식 또는 문구보다는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여야 함을 재차 확인하면서, 근로관계의 실질에 관한 구체적 사실관계의 차이, 근로자성 인정요소나 부정요소에 대한 입증의 정도에 따라 근로자성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윤여선 변호사 (ysyun@yulch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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