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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소법 교과서 내용 또 바꾸라고?… 형사법학계 ‘멘붕’

중수청 신설 등 여권발 검찰개혁 시즌2 파장

미국변호사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등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불리는 여권발 검찰개혁 시즌2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형사법학자들도 '멘붕(멘탈 붕괴)'에 빠졌다. 관련 이슈에 대한 법리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도 논란이지만, 학자로서의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형사사법체계의 대변동을 6개월~1년여에 걸쳐 연구해 새로운 교과서에 반영했는데, 또다시 3개월 만에 재수정해야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10여권의 형사소송법 관련 교과서 개정판이 발간됐거나, 이달 중 발간될 예정이다. 사례집이나 변호사시험, 공무원시험 준비를 위한 수험서 등을 포함하면 규모는 훨씬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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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판에는 올 1월부터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제도 변화와 수사준칙 등 실무규정에 대한 자세한 해설이 담겼다. 가장 큰 변화는 검사와 경찰이 형사사법시스템에서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이다. 개정 전 형사소송법 제195조와 제196조는 검사는 범죄 혐의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 범인·범죄사실·증거를 수사해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사법경찰관은 모든 수사에서 검사의 지휘를 받도록 했다. 하지만 올 1월 1일부터 시행된 개정 형사소송법 제195조는 검사와 사법경찰관이 수사·공소제기·공소유지에 관해 서로 협력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경찰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규정한 조항은 삭제 됐다.

 

검경수사권 조정 따라

형사사법체계 대대적 변화

 

형사법학계도 기존에는 검사를 '수사 주재자'로, 경찰을 '수사 보조자'로 정의했다. 수사권 조정 이후에는 이론이 아직 확립되지 않은 상태이지만, 상당수 형소법 교과서는 6대 중대범죄 수사권을 전제로 검사를 '수사 주재자'로, 경찰을 '수사의 주체'로 변경했다. 경찰을 '수사 주재자'나 '종결자'로 서술하면서, 검사에게는 '보충적 수사권이 있다'고 서술한 교과서도 있다.

 

새 교과서에 반영 3개월 만에 

또 수정해야 할 판

 

한 로스쿨 교수는 "상명하복 관계였던 검사와 사법경찰관리의 지위가 협력관계로 명시된 것이 가장 큰 변화"라며 "교과서에서 수사 주재자를 경찰로 바꿨다. 경찰에 수사종결권이 부여됐기 때문에 기존의 송치를 송부로 바꾸는 등 용어 변화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과서 개정판을 내면서 수사 주체를 일일이 검사에서 경찰로 바꿔야 했다"며 "책임에 대한 서술을 바꾸면서 정합성을 재구성 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았다"고 토로했다.

 

수사가 검사를 중심으로 한 지휘구조에서 다수 수사기관의 협력·경쟁체제로 바뀌면서 '검찰-경찰-특별사법경찰-공수처' 등 수사기관 간 관계정립도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또 보완수사·재수사·이의제기권 등 새로운 제도가 대폭 늘어난 점, 실무가들도 수시로 참고하는 형소법 교과서는 다른 학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엄격한 체계적 완결성을 요구한다는 점 등도 교과서 개정작업의 강도가 증대한 원인이다.

 

변호사시험 등 수험서 포함하면 

규모는 더 커져 

 

법학 교과서는 실무와 연계된 특성 때문에 서술 순서나 목차도 중요하게 여겨진다. 이에 따라 상당수 교과서에서는 검사와 경찰 수사를 기재하는 순서를 포함한 형식체계도 대폭 변경됐다. 일부 개정판에는 지난 1월 출범한 공수처 관련 법 조항과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검사 작성 피신조서 증거능력 배제에 따른 변화도 미리 반영됐다.

 

로스쿨 객원교수로 활동하는 한 변호사는 "(변동 요인이 너무 많아) 책을 함부로 안 내고 있다"며 "변호사시험을 준비하는 로스쿨생들에게도 올해가 공부하기 가장 힘들 것"이라고 했다.


검찰·경찰·공수처 등 

수사기관 관계정립도 과제

 

지방의 한 로스쿨 교수는 "검찰 수사권이 완전 폐지되거나 중수청 등 신설 기관이 난립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아직 엄두도 못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수청 신설을 위해서는 검사가 공소관으로서 수사지휘권을 행사할 것인지 등 많은 논의가 전제되어야 한다"며 "학문이 실무를 뒤쫓기 마련이지만 하기 지금은 거대 여당이 너무 달려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헌법 교수는 "수사권 조정 제도가 시행된 지 3개월도 채 되지 않아 현재도 법 개정에 따른 효과 내지는 부작용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은 상태"라며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법과 제도를 바꾼다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시행된 지 얼마 안 된 법을 또다시 바꾸는 것 자체가 졸속개정"이라며 "면밀한 검토와 보완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신동운 인하대 로스쿨 명예교수는 급격한 형사사법체계 변화에 대한 우려감을 표명하면서도 "법을 고치는 것은 입법부의 역할이고, 이를 반영·연구 하는 것은 법학자의 임무"라며 "수사권 조정이 아니라도 해마다 교과서를 개정해 가장 업데이트 된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1년에 두세번 제도가 바뀌더라도 (법학자는) 충실히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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