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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책] ‘눈을 기다리는 이유’

평범한 생활에서 찾아낸 삶의 의미 시(詩)로 엮어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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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에 몸담은 지 십여 년이 경과할 무렵 일주일 단위로 반복되는 습관 같은 일상 -기록검토, 재판진행, 판결문 작성, 선고, 기록검토, 재판진행 - 에서 벗어나 뭔가 새로운 걸 하고 싶었다. 문자와 논리로 살아가는 현실에서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건 주변에 있어 당연시 되는 사람과 사물에 관하여 조금 다른 시각으로 살펴보는 것이었다.

관찰 과정에서 가까이 있는 사물 중에 있으나 마나 한 것은 하나도 없고, 제각기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나아가 우리 삶의 진리는 어디 거창한 곳에 완전한 모습으로 존재한다기보다는 싱겁기 그지없는 일상 속에 부스러기처럼 듬성듬성 박혀 있고, 그러한 자잘한 조각을 통해 조금은 가늠해 볼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

그런 의미 내지 진실의 발견은 사물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일종의 ‘뒤집어 보기’를 통하여 가능하다고 생각되었다. 이점은 재판을 할 때 사건을 전형적인 틀에 꿰맞추어 도식적으로 이해하지 않고 다양한 방향에서 입체적으로 접근하고자 했던 노력이 도움을 주었다.

그리하여 가까이 있는 사물과 현상에서 포착된 아이디어를, 논리가 아닌 감성으로, 설득이 아닌 공감의 시각에서 찬찬히 분석하고 그 결과를 시(詩)라는 형식의 글로 표현해 보았다(그 결과물이 타인을 공감케 할 수 있는지를 알기 위해 먼저 아내와 아이들에게, 그다음엔 주변 사람들에게 읽게 한 후 그들이 보인 반응에 비추어 독단에 빠져 있는 건 아닌지 곰곰이 되뇌며 고치고 정리하였다).

시는 대상을 보고 느낀 자신의 심상(心想)을 함축적으로 전달함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생각 내지 공감할 수 있는 여백을 두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색과 성찰을 통해 얻은 결과물을 축약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그런데 처음에 쓴 것들은 형식 면에서 시보다는 짧은 수필에 가까웠다. 축약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보니 당연한 것이었다. 길게 쓴 글에서 핵심적인 착상이나 표현을 나타내는 부분 이외의 것들을 버리는 게 쉽지 않았고, 삭제하기에 너무 애착이 가는 것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시의 형태를 갖추려면 과감하게 줄여야 했다. 글감이 떠오르면 일단 길게 써보고 다시 그것을 줄이고 다듬는 훈련을 거듭했고 그 과정에서 조금씩 시의 모양을 갖추게 되었다(지금도 조금 복잡한 내용이 담긴 글을 쓸 때는 여전히 이런 방식을 따르고 있다).

또한 내용 면에서는 몇 십 년 몸에 밴, 구체적 타당성에 부합하는 결론을 내고자 하는 습관은 글에도 그대로 반영이 되어 늘 교훈적(딸아이 표현에 의하면 탈무드 같은), 도덕적으로 결말을 맺거나 아니면 도덕적 정의를 전제로 한 반성문 같은 글이 되었다. 그러한 습관을 고치는 게 생각보다 어려웠다. 조금만 신경을 덜 쓰면 또 다시 권선징악으로 돌아가 버리는, 직업적 습관은 무섭기까지 했다.

지난 삼년 여 동안 작성한 졸시를 모아 두 번째 시집 ‘눈을 기다리는 이유’를 내게 되었다.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어려움을 완전히 극복하였는지는 의문이지만, 나름 발견하였다고 감히 생각하는, 매일 반복되는 평범한 생활에서 찾아낸 삶의 의미 조각들을 지금도 어려운, 시의 형식을 통해 발표를 해 본다. 미흡한 부분에 대하여는 앞으로 더욱 열심히 듣고, 읽으며 꾸준한 사색과 성찰을 통해 보완해 나갈 것을 약속드린다.


강태훈 부장판사 (수원지방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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