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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초대석

[목요초대석] ‘2020년 올해의 수사관’ 선정 조문영 전문관

“디지털 범죄 엄단할 대응 방안 모색하는 계기되길”

미국변호사

"집단적 성착취 범죄는 피해자의 인격을 파괴합니다. 박사방을 범죄집단으로 형사처벌한 선례가 유사범죄를 엄단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박사방' 사건에서 혐의 입증을 위한 증거를 체계적으로 구축한 공로로 '2020년 올해의 수사관'에 선정된 조문영(53·사진)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수사관(전문관)의 말이다. '박사방' 주범인 조주빈은 2019년 5월부터 2020년 2월 검거 전까지 피해 여성들을 협박해 성착취 영상물을 촬영한 뒤 텔레그램을 통해 판매·유포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 범죄집단 조직, 범죄수익 은닉 혐의 등이 인정돼 징역 45년을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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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조주빈 등에게 범죄단체조직죄 등의 혐의를 적용하는 데 주력한 끝에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하지만 수사과정 초기 검찰은 조주빈과 다수 피의자들이 △'박사방'이 가입과 탈퇴가 자유로운 점 △박사방 구성원들이 서로를 몰랐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하며, '박사방'이 범죄단체가 아니고 자신들은 범죄단체임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하면서 난관에 부딪혔다.

 

조 수사관은 동료들과 함께 휴대전화 포렌식, 계좌추적, 성착취물 채증자료 분석 등 중요 증거자료를 체계적으로 구축했다. 특히 여러 박사방 중 유료방에 해당하는 '하드코어방'을 분석해 성착취물의 실시간 제작 정황을 잡았다. 52개 이상의 박사방에 흩어진 피해자를 특정·분류한 다음 수사·재판에 필요한 중요 입증자료도 마련했다.

 

"박사방 사건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 여성아동범죄조사부 전체가 텔레그램에 가입했습니다. 성착취물 획득이 구성원들의 공통 목표임을 입증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디지털 공간에서 발생한 박사방 사건은 기존 성범죄와는 다릅니다. 피해자 수가 엄청나게 많고, 자료가 방대하며, 체증과정과 절차에서도 큰 차이가 납니다. 박사방 조직원들은 텔레그램의 강력한 익명성과 보안성 뒤에 숨었습니다. 온라인의 비대면적 특성은 이들이 갖고 있던 악마성을 극대화시켰고, 피해자에 대한 죄책감은 최소화됐습니다. 디지털 범죄를 전담하는 상시 부서를 구성하는 등 대응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시점입니다."


증거 자료 체계적 구축

 ‘박사방’ 혐의 입증 공로

 

'박사방' 수사팀은 수많은 사건기록에 현출된 다수 피해자의 이름과 사진에 2차 피해방지를 위한 가림작업을 하는 등 인권보호에도 각별히 노력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조 수사관은 "수사기관이 피해자의 말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메신저나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하는 회사들도 성착취물 유포·확산 현상에 경각심을 갖고, 이 같은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사방 재판이 시작되자 변호인들의 증거기록 복사 신청이 쇄도했습니다. 각 피의자마다 기록이 30~40권에 달했기 때문에, 피해자 사진과 이름 등 신원보호에 필요한 정보 역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았습니다. 기록이 방대하고 피의자가 다수이기 때문에, 꼼꼼한 조치 없이 사건기록이 여러 사람의 손을 타다 보면 피해자 실명 유출 등 인권 침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텔레그램 대화방 속 이름을 가리기 위해 검정색 테이프를 2㎜ 이하 크기로 잘라 일일이 손으로 붙였습니다."

 

조 수사관은 26년 근무기간 중 약 16년을 형사부에서 근무한 베테랑이다. 1996년 9급 검찰 공무원으로 입직하던 당시 250명 중 여성은 그를 포함해 3명뿐이었다. 앞서 1990년부터 광주지검에서 3년여간 근무했지만 아이를 갖자 일을 그만뒀다. 그래서 첫째 출산 이후 다시 시험을 봐서 재입사했다.


2차 피해 방지 위해 

기록물 가림작업도 꼼꼼히

 

2018년부터 근무한 서울중앙지검 여조부에서는 연출가 이윤택씨의 극단 여성 단원들에 대한 26년에 걸친 성폭력 사건, 법무부 재수사 권고에 따른 고(故) 장자연씨 강제추행 사건,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아동학대 및 가정폭력 사건 등 주요 성폭력·아동학대 사건을 담당했다.

 

이러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지난해 7월 서울중앙지검 여조부 전문관에 보임된 조 수사관은 "여성아동범죄 분야 전문성을 좀 더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며 "제도가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도 일가정 양립에 어려움을 겪는 검사와 수사관이 많다"고 했다.

 

전문관은 장기근무를 통한 전문 수사관 육성 제도로, 전문성 심사를 거쳐 선발되면 승진가점과 수당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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