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대법원, 법원행정처

재택근무 권고에 판사들 오히려 더 바빠졌다

전산화된 업무시스템 법원 외부에서는 접속 불가

리걸에듀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대법원이 판사들에게 주 1회 등 '재택근무'를 권고하고 있지만 판사들은 오히려 더 바빠진 분위기이다.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하다. 전산화된 업무시스템이 법원 외부에서는 접속이 불가능해 재택근무를 할 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판사들이 사무실 출근하는 날 일을 한꺼번에 몰아서 하느라 재택근무 때문에 사무실 야근을 해야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법원행정처 코로나19 대응위원회(위원장 김인겸 법원행정처 차장)는 11일 회의를 열고 이날까지로 권고됐던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휴정 권고를 더 이상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주 1회 이상 재택근무, 마스크 상시 착용, 외부 출장 자제, 회식 취소 또는 연기 등의 권고사항 등은 그대로 유지했다.

 

167297.jpg

 

문제는 전염병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한 고육지책인 재택근무가 물적 인프라 등의 부족으로 재택휴무로 전락하는 일이 드물지 않다는 점이다. 

 

한 부장판사는 "집에서는 법원 업무 시스템에 접속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사건 처리 지연 등을 막기 위해서는 재택근무일에 앞서 법원에 출근한 날 필요한 것들을 다해놓아야해서 야근까지 하고 있다"며 "(민사)사건기록 같은 것은 이동식 저장장치(USB)에 옮겨서 재택근무할 때 가져갈 수도 있지만, 그때그때 필요한 게 뭔지 예측이 어려울 뿐더러 여러가지로 업무를 하기에 애로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형사부에 근무하는 판사는 더 어렵다"며 "형사사건에 전자소송이 도입되지 않아 기록이 아직 모두 종이로만 되어 있어 사실상 집에서 일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재택 앞서 출근한 날 

필요한 일하느라 야근까지

 

다른 판사도 "사실상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처럼 집에서 일을 할 수 없어 오히려 재택근무 때문에 정상근무하는 날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며 "코로나 상황이 1년 이상 지속되면서 임시방편처럼 재택근무가 실시돼왔는데, 여건도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을뿐더러 판사 개인의 자율에만 맡겨 운영되는 실정이라 재택근무 제도에 대한 정비와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법원 사법행정자문회의(의장 김명수 대법원장)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사법행정자문회의는 지난 4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제11차 회의를 열고 '재택근무 실질화를 위한 의안'을 논의했다. 이날 자문회의는 재택근무 때에도 이용할 수 있는 업무용 가상PC 수 확보, 시스템 안정성 향상, 형사 전자소송 조기 도입, 형사기록 전자사본화 등을 아우르는 재택근무 실질화 여건을 마련할 필요성 등을 논의했다. 

 

하지만 실질화까지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보안 문제 때문이다.

 

‘형사기록’은 모두 종이

 집에서 일하기도 어려워

 

자문회의는 "법원 외부에서 법관통합재판지원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 업무용 가상PC 지급의 경우 현재 보유 회선이 제한되어 있고, 시스템의 안정성 및 보안 문제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법원 외부에서 시스템에 접속할 경우 그만큼 보안이 취약해지기 때문에 해킹을 당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한 부장판사는 "일반 기업에서도 다하고 있는 재택근무를 법원에서만 보안상의 이유로 하기가 어렵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며 "기술 문제보다는 예산과 정책적인 결단의 문제 아니겠느냐"고 했다. 

 

재택근무 확대와 관련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판사는 "재택근무가 실질화되고 더 확대되면 지방으로 발령 받은 판사들도 서울이나 다른 지역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근무가 가능해진다"며 "스마트워크 센터가 설립될 당시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발령난 판사들이 그 지역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대의 목소리도 높았다. 재택근무가 확대된다면 이런 부분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제도보완 필요하지만

 보안문제로 어려움 많을 듯 

 

현행 '사법부 유연근무제 실시 및 운영에 관한 예규'에 따르면 △시차출퇴근제 △시간제근무 △스마트워크형 온라인 원격근무 등이 유연근무제 방식의 일환으로 시행되고 있다. 

 

유연근무제는 소속 기관의 승인권자의 승인을 받아 이뤄지는 방식이다. 원격근무 때에는 보안서약서를 작성하게 돼 있는데 △지정한 근무장소에서 원격근무를 수행한다 △원격근무 수행 중 근무장소에 가족을 포함한 외부인 출입을 금지한다 △원격근무 수행 중 열람·작성·저장·출력한 문서는 철저히 관리하고 이를 외부로 유출하지 않는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한 원격근무 공무원은 업무수행 중 사적 사유에 의해서 임의로 근무장소를 무단이탈 할 수 없으며, 승인권자의 승인을 받지 않고 근무지를 이탈한 경우에는 국가공무원법 제58조의 직장 이탈 금지규정이 적용된다. 

 

사법행정자문회의는 3월 11일 열리는 12차 회의에서 '재택근무 실질화를 위한 의안'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이날 자문회의는 전산정보관리국으로부터 재택근무 실질화를 위한 시스템 정비 필요사항 등 관련 내용을 보고 받을 예정이다.

종합법무관리솔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