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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법원행정처

불경기 속 당사자들 소송비용 회수 ‘안간힘’

작년 1심 소송비용확정 신청 4만3642건 접수

리걸에듀

#. A씨는 소송과정에서 법원이 신체감정신청을 채택함에 따라 신체감정을 받았다. 이를 위해 A씨는 약 보름간 병원에 입원해 감정을 위한 각종 검사를 받았고 관련 비용으로 500만원을 병원에 지급했다. 그런데 소송비용액확정 결정에서 A씨가 지출한 입원비 등은 소송비용액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A씨는 즉시항고를 했다. A씨는 결국 입원비 등 500만원을 포함한 소송비용액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소액사기를 당한 B씨는 고민 끝에 나홀로 소송을 하기로 했다. 소송에서 승소해 확정판결을 받은 B씨는 판결문 주문에서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는 문구를 발견했다. B씨는 대법원 전자소송 사이트에서 소송비용 계산기를 통해 산정한 금액을 근거로 원심법원에 소송비용액 확정 신청을 한 뒤 10만원가량을 돌려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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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소송비용액 확정 신청 사건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송비용액 확정 신청은 이전에는 주로 소송비용액이 큰 경우 이뤄졌는데, 최근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늘고 있는 추세다. 특히 변호사업계 불황이 이어지면서 소송비용을 회수하는 것 또한 새로운 틈새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전체 민사소송 수에 비해서는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라 제도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0년 2만3911건에서 

거의 2배 수준 늘어

 

◇ 10년 만에 2만건가량 증가 = 7일 대법원에 따르면 2020년 1심 소송비용액 확정 신청 사건은 4만3642건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전인 2010년 2만3911건보다 1만9731건이 늘어나 2배 가까이 늘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과거에는 소가(訴價)가 큰 대형사건들에서나 소송비용액 반환이 주로 문제가 됐는데 최근에는 그렇지 않은 사건들에서도 소송비용을 확정받고 그에 대해 다투고 있다"며 "변호사업계가 어려워지면서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변호사도 "이전에는 대부분 승소냐, 패소냐에만 신경을 썼는데, 지금은 여기서 더 나아가 소송비용을 받는 것까지도 중요한 영역이 되고 있다"며 "다만 소를 취하하거나 구체적인 케이스에 따라 소송비용을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는 변호사들도 정확히 모르는 부분이 많다"고 했다.

 

소송비용액 확정 신청이 늘고 있지만, 한해 제기되는 전체 소송 건수에 비하면 아직도 미미한 수준이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1심 민사 본안사건 합의·단독사건은 25만5597건이 처리됐는데, 같은해 소송비용액 확정 신청은 4만2428건이 접수됐다. 항소 여부에 따라 판결이 확정되는 때가 다르기 때문에 연도별 확정판결 대비 소송비용액 확정 신청 건수의 비율을 산정하기는 어렵지만, 판결이 선고되는 건수에 비해 소송비용액을 돌려받는 사건의 숫자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한 부장판사는 "소송비용액도 당연히 당사자가 가져가야 할 권리인데, 관련 절차를 잘 알지 못하거나 번거롭다는 이유로 잠자는 소송비용액수가 적지 않다"며 "액수와 상관없이 소송당사자들이 꼭 찾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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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송비용 패소자 부담 원칙, 변호사비용은 '대법원 규칙' 따라 = 민사소송법 제98조는 '소송비용은 패소한 당사자가 부담한다'고 규정해 소송비용 패소자 부담원칙을 세우고 있다. 또 같은 법 제109조 1항은 '소송을 대리한 변호사에게 당사자가 지급하였거나 지급할 보수는 대법원규칙이 정하는 금액의 범위안에서 소송비용으로 인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016년 민사소송법 제109조 1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한 바 있다(2013헌바370 등). 헌재는 당시 "패소한 당사자가 부담해야 할 소송비용액을 높게 만들기 때문에, 경제력 차이에 따라 소송제도를 이용하는 기회에 차별이 생길 수 있다"면서도 "소송비용 패소자 부담과 변호사보수의 소송비용 산입은 정당한 권리자의 재판청구권 보장과 적정한 사법제도 운용이라는 중대한 공익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합리적 근거가 있는 것이므로, 이를 두고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민사소송법 제99조 및 제100조에 따라 승소자도 소송비용을 일부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 △승소자가 권리를 늘리거나 지키는 데 필요하지 않은 행위로 말미암은 소송비용 또는 상대방의 권리를 늘리거나 지키는 데 필요한 행위로 말미암은 소송비용 또는 △당사자가 적당한 시기에 공격이나 방어의 방법을 제출하지 않았거나 △기일이나 기간의 준수를 게을리 했거나 △그 밖에 당사자가 책임져야 할 사유로 소송이 지연된 때 등이다. 

 

소를 취하하는 경우에는 민사소송법 제114조에 따라 소송을 취하한 사람에게 소송 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데, 통상 승소했을 때 받을 수 있는 비용의 절반가량을 받을 수 있다. 

 

“잠자는 소송비용액 많아 

제도 적극 이용 필요”

 

◇ 신체감정 위한 입원비도 소송비용에 포함 = 소송비용에는 △변호사 선임비용을 비롯해 △인지액 △송달료 △증인여비 △검증·감정비용 등이 포함된다. 소송 과정에서 법원의 명령에 따라 신체감정을 받은 A씨가 지출한 입원비 등도 소송비용액에 포함된다. 

 

대법원도 "법원의 감정명령에 따라 신체감정을 받으면서 법원의 명에 따른 예납금액 외에 그 감정을 위해 당사자가 직접 지출한 비용이 있다 하더라도 이는 감정비용에 포함되는 것으로서 소송비용에 해당한다"며 "당사자가 소송비용으로 지출한 금액은 소송비용확정의 절차를 거쳐 상환받을 수 있다"고 결정한 바 있다(2017라1028). 

 

대리인을 선임하지 않고 나홀로 소송을 한 B씨도 소송비용을 돌려받을 수 있다. 대법원 전자소송 홈페이지 내 소송비용계산기를 통해 계산한 소송비용을 포함한 신청서를 제출하면, 법원은 상대방(피고)에게 이에 대한 이의신청을 할 것을 통보한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소송비용이 확정된다. 확정결정이 된 소송비용에 대해서는 즉시항고를 제기할 수 있는데, 즉시항고는 확정결정이 고지된 날부터 1주일 이내에 해야 한다. 만약 상대방이 확정된 소송비용을 지급하지 않는다면 B씨는 소송비용액 확정 결정을 근거로 강제집행을 할 수도 있다. 소송비용 상환 청구권은 소송비용의 부담을 정하는 재판이 확정된 날로부터 10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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