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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라운지 커버스토리

[법조라운지 커버스토리] 도전 그리고 또 도전… 강한승 쿠팡 대표이사

“법조인은 새로운 영역에 도전 두려워 말아야”

미국변호사
"자신의 한계를 정하거나, 역량을 법조인으로 가두지 않았으면 합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역량을 넓혀가길 바랍니다."

강한승(52·사법연수원 23기·사진) 쿠팡 경영관리총괄 대표이사(사장)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그는 도전을 거듭하고 있다. 1991년 제33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1997년 판사로 임관한 뒤 2006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판사로서 국회에 파견돼 입법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2008년에는 주미대사관 사법협력관으로 미국에서 일했다. 이후 2011년 법원을 떠나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2년간 국정에 참여하고, 2013년부터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근무했다. 그리고 2020년 10월 그는 굴지의 테크기업 쿠팡 대표이사로 또다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4차 산업혁명과 언택트(Untact) 시대 도래로 급성장하고 있는 플랫폼 기업들이 최근 법조인들을 고위 임원으로 잇따라 영입하고 있는데, 강 대표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새로운 세계로의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를 지난달 21일 쿠팡 사무실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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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승(52·사법연수원 23기·사진) 신임 쿠팡 경영관리총괄 대표이사(사장)는 인권변호사로 활약한 아버지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아버지를 본받아 법조인이 되겠다는 꿈을 꿨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넓혔다. 강 대표의 아버지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전신인 '정법회' 창립 멤버인 강신옥(84·고시 11회) 변호사다.

  

법조인 아버지 보며 

자연스레 법조인의 꿈 가져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보며 법조인에 대한 꿈을 자연스레 가졌습니다. 미국의 유명한 법조인인 올리버 웬델 홈즈(Oliver Wendell Holmes Jr, 1841~1935) 연방대법관은 '로스쿨의 역할이 단지 법률 그 자체를 가르치고 변호사를 만드는 것을 넘어, 큰 틀에서의 법을 가르치고 위대한 법조인을 만드는 것(teach law in the grand manner, and to make great lawyers)이 되어야 한다'고 하셨는데, 아버지께서 저에게 그 말씀을 많이 하셨습니다. 과거 아버지가 한 언론 인터뷰에서 당시 사회에 대한 자조적 심정에서 '우리 아들은 나중에 법대 보내지 맙시다'라고 어머니와 얘기하신 부분이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법대에 진학하고 싶다는 뜻을 가졌습니다. 나중에 제가 법조인의 길을 걷자 아버지께서는 누구보다 가장 기뻐해주시고 지지해주셨습니다. 돌이켜 보면 저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가급적 다양한 경험과 관점을 포용하면서 살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국회의원으로도 활동하셨던 아버지 곁에서 다양한 세상을 접했던 영향이 아닐까 합니다."

  

판사로 임관된 후 

국회·주미대사관 파견 근무도 

 

1991년 제33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강 대표는 법원 시보와 군 법무관을 거치며 판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법조인으로서 어떤 길을 택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러던 중 법원 시보와 군 법무관을 하면서 판사가 되겠다고 마음을 굳혔습니다. 서울지법 서부지원에서 시보를 했는데, 당시 지원장님이 이용훈 전 대법원장님이셨습니다. 지원장으로서 직접 시보들이 작성한 판결문을 꼼꼼히 수정해주셨고 강평까지 해주셨죠. 군법무관으로 복무할 때는 송무를 담당하며 많은 재판부를 다녔어요. 그러던 중 당사자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며 충분한 변론 기회를 보장하고 신중한 고민 끝에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재판부를 경험했습니다. 그때 '나도 저런 판사가 되어야겠다'고 롤모델을 삼았습니다. 시보와 군법무관을 거치면서 법원에 좋은 인상을 가졌고, 판사직에 매력을 느꼈죠."

 

강 대표는 법조인으로서는 드물게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했다. 재판 등 사법부 업무는 물론 입법부(국회 파견근무), 행정부(청와대 법무비서관) 업무를 두루 경험했다. 영역도 국내와 국외(주미대사관 사법협력관)를 넘나들었다.


법원 떠나 청와대 법무비서관 거쳐 

변호사의 길로

 

특히 2006년 국회 파견 근무 경험은 그의 식견을 한층 넓혀준 계기가 됐다. "국회에서도 많은 경험을 했습니다. 2006년 법원행정처 기조실 판사로 법제사법위원회에 2년간 파견 근무하면서 입법과정이나 행정부처 업무는 물론이고, 각 상임위에서 다루는 다양한 과제들을 고민해볼 수 있었습니다. 각 부처 공무원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배우는 것도 많았습니다. 저는 당시 판사라는 직업과 사법부 역할에 굉장한 의미를 두고 있었는데, 국회에서 일하며 사법부 말고도 우리나라에 중요한 영역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각자의 영역에서 훌륭한 인재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됐죠. 그러던 중 주미 대사관에 자리가 생겼고, 그곳에서도 한번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배 판사님께서 '재판을 너무 오래 비우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시기도 했지만,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주미 대사관 사법협력관으로 지원했습니다."

 

그의 도전은 해외에서도 계속됐다. 2008년 외교통상부에 파견돼 주미 대사관 사법협력관으로 근무했고, 그곳에서 미국 사법부에 대한 존경과 신뢰는 공정성과 투명성, 독립성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배웠다. 


변호사로서 

테크기업 관련 자문·소송 많이 맡아

 

"존 로버츠 미 연방대법원장과 오코너 대법관을 직접 뵀고, 미국 판사들과 교류하면서 미국의 사법제도에 대해 많이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그 때의 경험을 법률신문에 연재하기도 했죠. 법률신문 연재를 읽고 '내용이 재밌다. 미국 법조 이해에 도움이 된다'는 격려를 많이 받았습니다. 당시 미국 사법부는 국민들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는 곳이었습니다. 저는 신뢰의 원천이 무엇인지 궁금했고, 결국 판사 선발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이나 조직 운영의 독립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게됐습니다. 미국 사법부는 역사적으로 많은 경험을 통해 이 같은 공정성, 투명성, 독립성이 잘 축적돼 있었던 것이죠. 법률신문 연재를 통해 이러한 점들을 우리나라에 소개했습니다. 미국 사법부에는 '연방사법회의'라는 것이 있고, 가장 큰 의사결정기구입니다. 그런 것들이 최근 우리나라에도 유사한 형태로 도입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강 대표는 주미 대사관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2011년 판사를 사직하고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일하게 됐다. 사법부에서 행정부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이다. 


2018년 쿠팡의 로켓배송사업 

항소심 승소 이끌어 

 

"2011년 판사를 사직하고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갔습니다. 국회 파견 근무와 미 대사관 업무를 마치고 2010년, 오랜만에 법원으로 돌아와 재판을 하며 즐거움과 보람도 있었지만, 마음 한 켠에는 갈증도 있었습니다. 주미 대사관은 우리나라 정부의 축소판입니다. 정부 요직 인사들과 모여 국정을 논의하며 간접적으로나마 행정부 경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쌓은 경험을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당시 청와대에서 법무비서관 제의가 왔고, 더 큰 곳에서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지원하게 됐습니다. 행정부 일원으로서 정부가 나아가는 방향에 맞춰서 필요한 조언을 하는 역할이었죠. 법률만으로 해결될 문제들이 아닌, 여러가지 종합적 상황을 고려해 정무적 판단을 내려야하는 자리였습니다."

 

청와대 근무를 끝낸 그는 2013년 다시 한 번 변호사라는 새로운 옷으로 갈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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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서 정무적인 영역에서 일했기 때문에 다시 법원으로 돌아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쌓은 경험을 가지고 민간영역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일하게 됐습니다. 변호사로서 테크기업 관련 자문과 소송을 많이 담당했습니다. 쿠팡은 물론이고 외국의 IT회사 등 정보통신기업들을 주로 맡아 위기관리나 법률자문을 했습니다. 법원과 국회, 주미 대사관, 청와대, 로펌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일하면서 깨달은 점이 있다면, 각 영역마다 필요한 마음가짐이나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크게보면 법률전문가로서 일하는 것이기 때문에 업무의 성격이 대동소이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영역별로 맡은 업무의 성격은 전혀 달랐습니다. 새로운 곳에서 처음 겪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그것 역시 빨리 적응하는 것이 능력입니다. 다만, 법조인으로서의 판단력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업무 영역은 다르지만 그들이 저에게 법조인으로서 바라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늘 리걸마인드를 유념하고 업무에 임해야하죠."


수임사건 인연

 ‘쿠팡 총괄대표’로 새로운 도전

 

강 대표는 변호사로 일하며 2018년 서울고법에서 "쿠팡이 운영하는 로켓배송 서비스는 국토교통부의 허가가 필요한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이끌어 냈다. 그렇게 변호사와 의뢰인으로 만난 쿠팡과의 인연은 그를 더 큰 도전으로 이끌었다. 옷차림도 판사, 공무원, 변호사 때 줄곧 입었던 정장을 벗고 자유롭고 실용적인 체크무늬 남방과 베이지색 면바지로 갈아입었다. 그가 쿠팡 대표로서 새로운 영역에 진출하는 것은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법조인이 플랫폼 기업으로 진출은 

시대적인 흐름

 

"2015년 의뢰인으로 쿠팡을 만나 로켓배송 관련 소송을 수행해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그때 쿠팡과 인연이 닿아 이후에도 자문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쿠팡이라는 회사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게됐고 회사에 대한 애정도 생겼습니다. 그러던 차에 아예 회사에 직접 들어와서 일을 하는 길을 선택을 하게 됐습니다. 이곳에서 법무 뿐만 아니라 경영관리까지 총괄하는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일어나는 각종 비즈니스 관련 법률 리스크를 검토하고 법률적인 관점에서 조언과 판단을 내리며 해결책을 찾는 역할은 물론, 경영 전반적인 부분을 담당하고 있죠. 복장도 그렇고 호칭도 닉네임으로 직함없이 부르다보니 아직은 약간 어색합니다(웃음). 젊어지는 느낌이랄까요. 재밌게 적응하고 있습니다. 변호사로서 기업을 자문해왔지만, 그동안 경험해왔던 직역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곳입니다. 특히 쿠팡이 테크기업이다보니 업무내용이라든지 조직이라든지, 가장 앞서가는 형태의 회사잖아요. 그런 새로운 곳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사실 있었습니다. 아직 적응해가는 과정이긴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는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변호사로서 수년간 자문해왔던 회사이기 때문에 이해를 쉽게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신사업에 새로운 규제보다 

기존질서와 조화 필요

 

강 대표는 법조인들이 플랫폼 기업으로 진출하는 시대적 흐름은 예견된 일이고,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경영에 있어 법률적인 업무는 이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 됐고, 기업 역시 이같이 인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법조인들의 기업 진출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급성장하고 있는 테크기업은 새로운 산업분야이기 때문에, 기존의 법적 관점에서는 해결이 어려운 이슈들이 계속 생겨납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책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법률가들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죠. 존 로버츠 미국 연방대법원장이 한 대학에서 강연을 하며 '앞으로 10년 동안 법조계에 닥쳐올 가장 큰 이슈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기술 발전에 따른 사회 변화를 기존 법 제도와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지, 새로운 기술발전에 따른 사회현상들을 기존의 법으로 어떻게 해석 적용할 것인지가 가장 큰 이슈'라는 취지의 답변을 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테크기업들이 최근 법률가들을 많이 영입하는 현상도 설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신(新)사업분야에 새로운 법률이나 규제를 만드는 것보다, 기존 법률과 정신에 입각해 자유로운 사업이 형성될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들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규제보다는 기존 질서와 새로운 사업영역의 조화로운 해석이 필요하죠."

 

폭넓은 시야·공정한 판단은 

법조인의 중요한 덕목

 

강 대표는 후배 법조인들에게 자신의 역량을 한계 속에 가두지 말고 새로운 영역으로의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사내변호사는 기업에서 변호사 이상의 역할을 해야합니다. 변호사는 법률가로서 자문을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만, 사내변호사는 기업의 일원으로서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법률지식을 갖춰야 하고, 도전정신과 창의성도 겸비해야 합니다. 법률적인 시각에 국한되지 않고, 회사 전반을 이해하는 능력을 갖춰야 사내변호사로서 더 큰 인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사내변호사가 아닌 법조인들도 기계적·형식적으로 법을 적용·해석하는 역할에서 탈피해, 큰 관점으로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폭넓은 시야를 가지고 큰 틀에서 공정한 판단을 내리는 능력이 법조인으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자신의 한계를 정하거나, 자신의 역량을 법조인으로 가두지 않았으면 합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자신의 역량을 넓혀가는 것이 좋죠. 거시적·장기적 관점에서 생각했으면 합니다. 법조계가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지만 후배들이 당장 눈앞의 것을 생각하기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판단하고 도전한다면 더 밝은 미래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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