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대한변호사협회

“최적화 된 맞춤서비스”, “등록 심사기준 등 허술”

‘변호사 전문분야 등록제도’ 지난 10년의 明·暗

리걸에듀

2010년 대한변호사협회가 도입한 '변호사 전문분야 등록 제도'가 시행 11년째를 맞았지만 변호사업계에서는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변호사 업무의 전문화를 통해 국민들에게 최적화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도 많지만, 등록 심사기준 등이 애매하거나 허술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양적인 성장도 중요하지만 질적인 개선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166736.jpg

 

◇ 전문 변호사 등록, 10년새 '6.7배' 증가 = 변호사 전문분야 등록 제도는 2010년 대한변협이 전문분야를 등록·관리함으로써 변호사의 전문화를 요구하는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고 변호사들 간 자유경쟁을 통해 전문성을 극대화해 법률수요자의 요구에 부합하는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었다. 개별 변호사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국민이 자신의 사건에 가장 적합한 법률전문가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돕겠다는 뜻도 포함됐다.

 

2021년 1월 5일을 기준으로 전문 변호사로 등록한 건수(변호사 1인당 최대 2개 전문분야까지 등록 가능)는 구(舊) 전문분야 42건(38명), 신(新) 전문분야 4842건(3357명) 등 총 4884건(3395명)에 달한다. 제도 도입 첫해인 2010년 725건에 비하면 10년새 6.7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등록건수, 10년새 725건서 4884건으로

 6.7배 늘어

 

대한변협은 제도 시행 초기 58개 전문분야를 두었으나 등록기준을 엄격하게 해야 한다는 지적 등에 따라 구 전문분야는 22개로 축소하면서 새롭게 전문분야를 61개로 개편해 전문분야가 신·구 둘로 나누어졌다. 다만 현재 구 전문분야에 추가 등록하는 사람은 없고 신 전문분야를 중심으로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신 전문분야 등록 건수도 양적으로 크게 성장하고 있다. 2016년 1402건에서 2017년 1656건, 2018년 2317건, 2019년 3598건, 2020년 4842건으로 매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전문분야 등록 요건은 대체로 △법조경력 3년 이상 △최근 3년 내에 해당 전문분야 관련 교육을 14시간 이상 이수할 것 △최근 3년 내 전문분야별로 요구되는 사건수임 건수 이상의 사건을 수임할 것 등이다.

 

변협 심사를 거쳐 전문분야 변호사로 인증된 변호사는 '형사법 전문 변호사', '이혼 전문 변호사', '부동산 전문 변호사', 'IT 전문 변호사' 등 자신이 등록한 전문분야 전문 변호사라는 명칭 등을 광고 등에 사용해 홍보할 수도 있다.

 

전문분야 형사법 1356명 최다

 이혼·가사법 등 순

 

한 변호사는 "로펌 소속이 아닌 개업 변호사나 청년 변호사 입장에서는 변협 인증을 받아 광고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장점이 크다"며 "고객 입장에서도 자기 사건에 가장 적합한, 그것도 변협에서 공인한 '전문 변호사'를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된다. 특히 개별 변호사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고객들의 알 권리를 충족하는 측면에서도 매우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현재 가장 많은 변호사가 등록한 전문분야는 '형사법'으로 1356명의 변호사가 등록했다. 이어 △이혼(517명) △가사법(433명) △부동산(405명) △도산(260명) △민사법(260명) △건설(204명) △재개발·재건축(173명) △손해배상(154명) △행정법(117명) △노동법(103명) 등의 순이다.

 

반면 법인세와 상속증여세 분야는 각 1명, 무역, 영업비밀, 종교 분야는 각 2명, 관세, 소년법, 중재, 해외투자 분야 등은 각 4명의 변호사만이 전문분야 등록을 했다. 국제관계법, 국제조세, 조선 분야를 전문분야로 등록한 변호사는 아직 한 명도 없다.

 

166736_1.jpg

 

◇ '애매한 전문 기준' 비판도 = 고객들의 선택을 돕고 알 권리를 보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변호사들이 자신을 알리고 전문성까지 높일 수 있는 등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전문분야가 너무 무분별하게 만들어졌다는 비판과 분야별로 요구하는 관련 사건 수임 건수가 달라 문제가 있다는 지적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신(新) 전문분야 61개 가운데에는 저작권과 지적재산권법, 가사법과 이혼 등 광범위한 분야로 묶을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각 전문분야의 구분이 확실하지 않아 선택에 제약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고객이 전문 변호사를 선택하는 데도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개업 변호사 

“변협이 인증한 전문변호사”에 자부심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저작권을 다루면 당연히 다른 지적재산권 분야도 맡기 마련인데, 분야가 너무 세분화되어 있어 관련 분야를 전반적으로 다룰 수 있는 변호사의 업무 범위를 오히려 좁히는 것 같다"며 "전문 변호사라고 하면 특히 고객 입장에서도 하나 혹은 두 가지 특정 분야만 다룰 수 있는 변호사로 인식해 도리어 영업에 방해가 될 수 있어 전문변호사 등록을 일부러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문분야마다 요구되는 사건수임 수가 다른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가사법과 건설, 교통사고, 도산, 민사법, 부동산, 이혼, 형사법 분야 등은 해당 분야 전문 변호사로 등록하려면 이전에 30건 이상 관련 사건을 수임한 이력을 내야 한다. 하지만 노동법과 저작권, 특허, 상속 분야 등은 20건, IT와 스타트업, 방송통신 분야 등은 10건만 관련 사건수임 내역을 밝히면 된다. 


전문분야 구분 확실하지 않아 

변호사 선택에 혼란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사건의 종류에 따라 난이도가 다르고 요구되는 전문성의 정도가 다 다르다. 그런데도 적게는 10건 정도의 사건수임 건수와 관련 교육이수만 갖고 해당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변호사라고 평가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고객들이 '전문 변호사'라는 호칭에만 이끌려 오히려 전문성이 덜한 변호사를 찾아갈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다른 변호사는 "분야마다 사건 수가 많고 적은 것은 변호사라면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른바 '비주류'라고 볼 수 있는 분야의 사건은 전체 사건 수 자체가 적기 때문에, 전문분야 등록 요건에 현재와 같이 차등을 두는 방향이 옳다"고 주장했다.


전문분야 너무 세분화로 

도리어 사건 수임에 방해 

 

◇ "양적·질적 성장 모두 이뤄야" = 변호사업계에서는 양적 성장과 함께 질적 성장을 모두 견인할 수 있도록 전문분야 등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방법론에서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등록요건과 심사기준을 지금보다 더욱 강화해 실질적인 전문 변호사를 양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규제 완화를 통해 다양한 변호사들이 전문 변호사 대열에 합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대한변협이 2019년 5월 전체 회원을 대상으로 전문분야 등록 제도에 관한 의견을 수렴하는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조사에 참여한 623명의 변호사 중 24%(105명)는 심사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심사기준의 다양화가 필요하다는 응답도 24%(103명)에 달했다. 심사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견해도 12%(53명)였다. 이 밖에도 △전문분야 개선 △연수기회 마련 △1인당 등록 가능한 분야 수 확대 △제도 홍보 필요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각 분야 마다 요구되는 

수임건수 다른 것도 문제로

 

정형근(64·사법연수원 24기) 경희대 로스쿨 원장은 "청년변호사 입장에서는 스펙의 하나로 전문분야 등록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데, 무작정 심사기준을 강화한다면 이들에게 불이익으로 돌아갈 수 있다"며 "실제 사건을 의뢰했던 고객의 입장에서 해당 변호사를 전문가라고 느낄 수 있는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 국민들은 변호사의 전문성을 따지기보다 여전히 지인의 추천이나 온라인 광고 문구를 보고 변호사를 찾는 경우가 많다"며 "아직도 변호사를 선택할 때 법조 경력이나 출신 학교, 사법연수원 기수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면 전문분야 등록제도의 실효성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다른 로스쿨 교수는 "현재 법조계에서도 점차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보다 스페셜리스트(specialist)가 더 주목을 받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일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전문 변호사' 제도가 기능을 하는 것"이라며 "현재 우리 사회와 법조계 동향을 지속적으로 파악해 전문 변호사 등록을 위한 요건들을 점검하고 실질적인 운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합법무관리솔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