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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예방 인증심사 부적격 제품 처벌 강화해야”

강정기 수사관 논문서 주장

리걸에듀

대형 화재사건이 반복되는 주요 원인은 법정 인증 단계에서는 방재(防災) 기능을 갖춘 제품이 심사되지만, 실제로는 방재 기능이 떨어지는 값싼 불량 단열판이 시장에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실증 분석이 나왔다. 이렇게 유통돼 건물 등에 설치된 단열재는 화재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문제를 알아채기 어렵기 때문에 유통 단계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는 한편, 인증기관에 화재 위험이 큰 부적합 제품을 판매한 업체를 고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 사전예방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정기(사진) 대검찰청 법과학분석과 수사관은 최근 한국화재소방학회지에 게재한 '건축용 압출법 단열판(XPS)의 자기소화성에 대한 실험적 연구 및 제도적 관리에 관한 제언'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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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수사관은 화재사고, 방화사건, 다른 범행을 은닉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불을 지른 사건 등에서 사후 시뮬레이션에 비해 화재가 쉽고 크게 나는 것에 의문을 가졌다. 이에 강 수사관은 KS인증(한국산업표준)을 받은 대표 단열판 제품 5종을 선정해 시중에서 직접 구입한 뒤, 건물 외벽이나 주변에 불똥이 튀었을 경우 등을 가정한 실험을 했다. 

 

XPS는 시장의 60%를 차지하는 대표적 단열재다. 시공이 편하고 경제성이 높아 건물에 자주 사용되지만, 원료가 석유화학계열이어서 기본적으로 인화성이 높다. 때문에 불이 쉽게 붙지 않도록 하거나, 불꽃이 스스로 꺼지도록 하는 자기소화성 첨가제와 난연제를 일정 비율 이상 첨가해야 산업표준화법에 따른 법정인증을 받을 수 있다. 인증을 받은 시판 제품들은 소개 자료 등에 KS제품인증서를 게시하면서 표준규격에 적합하다고 알리고 있다. 하지만 용접기 불똥 등을 튀기는 실험결과 5개 중 3개 제품에서 불이 쉽게 착화·확산돼 법정 인증기준보다 화재가 쉽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량 단열판 시장에 유통

화재발생 전까지는 몰라

인증기관에 고발권한 줘야

 

강 수사관은 최돈묵 가천대 설비소방공학과 교수와 함께 연구한 이번 논문에서 "자기소화성이 없는 건축물 단열재는 작은 화염에도 쉽게 불이 붙고 급격히 확산되기 때문에 대규모 화재를 유발할 수 있다"며 "시중에 유통 중인 제품 일부에서 KS인증을 받을 당시와 제품 및 사양이 다른 제품이 제조·판매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KS인증과 사양이 다른 제품이 실제로 유통되는 원인이 KS인증 과정의 오류인지, 인증 이후 제조공정에서 (기업의) 고의 또는 과실이 존재하는지에 대해 (현 단계에서)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피해는 KS인증 제품에 자기소화성이 있음을 믿고 사용한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부적합 제품이 집과 건물에 사용되면서 화재사고가 대량의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증심사기준에 부적합한 제품을 제조·판매한 업체를 엄격히 처벌하는 규정을 (산업표준화법 등에)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적 사각지대가 화재 사건 피해 확대에 한 몫하고 있다는 진단도 내놨다.

 

강 수사관은 "산업표준화법과 시행령은 인증심사기준과 맞지 않는 품질 부적합한 제품에 대해 개선명령이나 표지정지 등 미온적 행정처분만 규정하고 있다"며 "인증심사 기준을 통과한 뒤 생산원가를 줄이기 위해 고의로 난연제 함량을 줄여 자기소화성 없는 제품을 제조·판매하더라도 (현행법상) 행정처분만 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원인으로 "실제 불량품 제조·판매 행위가 아닌 제품수거 명령 등 행정처분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등에만 3년 이하 징역과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형사처벌 규정을 뒀다"며 "단열재를 제도적으로 제대로 관리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증심사기준 부적합 제품을 제조·판매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인증기관이 관련기관에 (업체를) 고발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도 산업표준화법 등 관련법에 신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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