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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연 변호사의 알아야 보이는 법(法)

[김미연 변호사의 알아야 보이는 법(法)] 이중양도, 배임죄가 성립할까?

미국변호사

[2020.11.30.]



B는 사업을 하다가 급히 자금이 필요하다는 친구 A에게 5억 원을 빌려주면서, 이에 대한 담보로 A 소유의 아파트에 B 명의의 2순위 근저당권을 설정 받기로 약정하였습니다. 그런데 B가 확인해보니, A는 B가 아니라 C에게 채권최고액을 3억 원으로 하는 2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었습니다. B는 친구 A의 배신에 충격을 받고 A를 배임죄로 고소하였습니다. 과연 A는 배임죄로 처벌될까요?


먼저,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경우, 그때부터 매도인은 계약이 취소·해제되지 않는 한 매수인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으므로, 매수인에 대하여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되어,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 우리 대법원의 확립된 입장입니다. 즉, 매도인이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중도금을 지급받은 이후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고 등기를 마쳐주었다면, 매도인에게는 배임죄가 성립합니다(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위 판결의 다수의견은 부동산 이중매매 행위가 배임죄에 해당하는 이유로, 부동산이 국민의 경제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부동산 매매대금은 통상 계약금, 중도금, 잔금으로 나뉘어 지급되는데,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매매대금 중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지급하고도 매도인의 이중매매를 방지할 충분한 수단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점 등 거래 현실을 반영하였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법리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순위보전의 효력이 있는 가등기를 마쳐준 후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고 등기를 마쳐준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대법원은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순위보전의 효력이 있는 가등기를 마쳐주었더라도 이는 향후 매수인에게 손해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여 준 것일 뿐 그 자체로 물권변동의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매도인으로서는 소유권을 이전하여 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으므로,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은 변경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매도인의 배임죄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습니다(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9도16228 판결).


그렇다면 이 사건과 같이 저당권을 설정할 의무를 부담하는 채무자가 제3자에게 먼저 담보물에 대한 저당권을 설정한 경우는 어떠할까요? 대법원은 이러한 경우에 대해서는, 채무자가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채권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저당권을 설정할 의무는 ‘타인의 사무’가 아니라 계약에 따라 부담하게 된 ‘채무자 자신의 의무’라고 하여,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하였습니다(대법원 2020. 6. 18. 선고 2019도14340 전원합의체 판결). 이에 대하여 대법관 4인의 반대의견은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저당권을 설정하여 줄 의무는 자기의 사무인 동시에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에 해당하여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고, 그렇게 보는 것이 부동산의 이중매매, 이중전세권설정, 면허권 등의 이중처분에 관하여 배임죄를 인정하여 온 판례의 확립된 태도와 논리적으로 부합한다고 하였으나, 소수의견에 그쳤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A에게는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대법원은 채권담보 목적으로 부동산에 관한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대물로 변제하기로 한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한 경우에도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하였고(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 채무자가 부동산에 관한 담보신탁계약에 위배하여 신탁등기를 이행하여야 할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한 경우에도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하였습니다(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4도9907 판결).


부동산 외에 동산이나 주식이 문제된 사건에서, 대법원은 채무자가 대출을 받으면서 대출금을 완납할 때까지 채권자에게 채무자 소유의 동산을 양도담보로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하였으면서도 그 동산을 제3자에게 매각한 경우,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하였고(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양도인이 주권발행 전 주식을 2중 양도한 경우에도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하였습니다(대법원 2020. 6. 4. 선고 2015도6057 판결).


이처럼 이중양도의 배임죄 성립 여부에 대해서는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한 전원합의체 판결이 유독 많습니다. 대법원은 주로 ‘부동산’의 이중‘매매’계약에 한하여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고, 이중 담보권 설정이나 동산의 이중양도 등에 대해서는 ‘타인의 사무’인지를 엄격하게 해석하여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거래 현실 등 정책적인 요소가 투영된 판단으로, 미래에는 현실의 변화에 따라 달리 해석될 여지도 있을 것입니다.



김미연 변호사 (miyeon.kim@baru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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