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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판례

원자력발전소 사고에서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

- 2019. 2. 20. 요코하마 지방법원 판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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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들어가며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일본 동북부 태평양 연안에서 규모 9.0의 지진과 초대형 쓰나미가 발생하였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는 방사성 물질 유출에 따른 대규모 방사선 사고(이하 '후쿠시마 원전사고'라 한다)가 발생하였다. 이로 인하여 후쿠시마에서 피난한 주민들은 국가와 도쿄전력 홀딩스 주식회사(이하 '도쿄전력'이라 한다)를 상대로 약 54억 엔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2019년 2월 20일 요코하마 지방법원은 1심 판결을 선고하였다. 일본 전국에 걸쳐 동종의 집단소송 약 30건이 진행 중에 있다. 해당 판결은 도쿄전력과 국가의 책임을 모두 인정한 것으로 선고 당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한 다섯 번째 판결로 알려져 있었다. 현재 당사자들이 모두 항소하여 항소심 진행 중이다.

  

해당 판결문은 총 12개의 구체적인 쟁점으로 구분되어 있고 분량이 상당하기에 주요한 내용만 간략히 요약한다.


Ⅱ. 대상판결의 개요
1. 청구의 개요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의해 주거지로부터 피난할 수밖에 없었던 원고들은 피고 도쿄전력과 국가에 대하여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부지높이를 초과하는 쓰나미를 주위적으로 늦어도 2006년경까지, 예비적으로 2008년 1월 내지 4월경까지 예견할 수 있었으므로 상기 각 시점에서 필요한 방호대책을 구축하였다면 본 건 사고의 회피가 가능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면서 ① 피고 도쿄전력에 대해서는 원자력손해의 배상에 관한 법률(이하 '원자력손해배상법'이라 한다) 제3조 제1항 또는 민법 제709조에 근거하여(선택적 주장) ② 피고 국가에 대해서는 규제 권한의 불행사를 이유로 국가배상법 제1조 제1항에 근거하여 각각 손해배상책임이 존재하고 양자는 부진정연대채무 관계에 있다고 하였다. 


2. 판결의 주요 내용

첫째, 피고 도쿄전력에 대한 민법상 일반불법행위에 근거한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별법은 일반법을 배제하는 원리에 따라 원자력손해배상법 제3조 제1항이 적용되는 한에서는 민법상 불법행위에 근거한 손해배상책임의 규정은 배제되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둘째, 피고 국가에 대하여 사고의 예견가능성과 회피가능성을 판단한 뒤 국가배상법 제1조 제1항에 따른 책임을 인정하였다.


당초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는 해수가 당연하게 유입되지 않는 것을 전제로 주요 설비 다수가 지하에 설치되었고 특단의 침수 대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하지만 피고 국가는 2009년 9월 시점에 쓰나미 도래라는 자연현상의 발생 및 이에 따른 전원설비 침수로 전체 전원상실에 따른 냉각기능 상실에 의해 원자로시설 폐쇄 기능이 작동되지 아니하여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방출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예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2009년 9월 및 그 이후의 시점에서는 결과회피조치로 원전설비의 이설을 채택하는 것이 가능하였다. 즉, 피고 국가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부지높이를 초과하는 쓰나미가 도래하지 않는다고 보아 한동안 구체적인 안전 대책을 취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피고 국가의 쓰나미 대책에 관한 판단에는 불합리한 점이 있고 나아가 그 불행사는 허용된 한도를 일탈하여 현저히 합리성을 결한 것으로서 국가배상법 제1조 제1항의 적용상 위법이라고 인정할 수 있다.


셋째, 피고 도쿄전력은 원자력손해배상법 제3조 제1항에 근거하여, 피고 국가는 국가배상법 제1조 제1항에 근거하여 각각 동액의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고 이를 연대하여 지급해야 할 의무(부진정연대채무)를 부담한다.


Ⅲ. 시사점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원자력발전소 사고는 잠재적 위험이 아닌 현실 가능한 위험이라는 것이 증명되었다. 현재 국내 원자력발전소는 24개가 운영 중에 있으며 추가적으로 6개의 발전소가 건설 중에 있다. 국내 원자력발전소에서 대규모의 방사선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작은 규모의 사고는 지속하여 발생하고 있다. 이에 방사선 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관리의 중요성은 당연하며 만약에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한 손해배상제도의 재검토도 필요하다. 이 같은 점에서 해당 판결은 비록 1심 판결이라도 아래와 같은 점에서 의의가 있다.


1. 책임집중의 원칙

일본 원자력손해배상법 제4조 제1항에서는 원자력사업자 이외의 자는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규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원자력사업자에게 집중시키는 책임집중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국가의 권한 행사에 과실이 있는 경우에 책임집중의 원칙에 따라 원자력사업자인 도쿄전력만 책임을 부담하는지 아니면 국가배상법에 따라 국가도 책임을 부담하는지 논란이 되었다.


일본 정부는 원자로의 이용 및 안전 확보에 대해서는 사업자가 1차적·최종적 책임을 부담하고, 정부는 2차적 책임·보완적 책임을 부담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요코하마 지방법원은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리나라 '원자력 손해배상법'에서도 책임집중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제3조 제3항, 제4조). 이에 우리나라도 국가에 책임을 부담시킬 수 있는지 동일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책임집중의 원칙은 '원자로의 운전 등으로 인하여 원자력손해가 생겼을 때'에 원자력사업자에게 책임을 집중시키는 것이고(제2조 제1항 제1호) 원자로의 운전 등에 해당하지 않는 규제권한의 행사·불행사는 이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국가가 원자력사업자를 앞세워 책임을 면하는 것은 피해자의 신속한 보호 등을 위하여 도입한 취지에도 반한다. 국가는 원자력발전에 관한 규제 권한을 행사하는 주체로서 그 행사·불행사에 위법·부당함이 있다고 한다면 당연히 배상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


2. 원자력사업자의 면책사유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본 원자력손해배상법 제3조 제1항 단서의 '비정상적으로 거대한 천재지변'에 해당하는지가 문제시 되었고 해당 판결에서는 도쿄전력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여 면책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우리나라는 국제조약에 부합하게 2002년 1월 1일 개정을 통하여 종전 면책사유인 천재지변을 제외하였다. 일본과 달리 천재지변을 원인으로 원자력손해가 발생한 경우 원자력사업자는 면책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법에서는 '국가 간의 무력 충돌, 적대 행위, 내란 또는 반란으로 인하여 발생한 경우'를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다(제3조 제1항 단서). 


독일 등에서는 전투행위 등을 면책사유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위험이 있는 곳에 책임이 있어야 한다는 위험책임의 원리 등에 따라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기업의 이익보다 피해자 구제가 우선되어야 하고 원자력사업자는 설치장소나 보안기준을 충분히 고려하여 일체의 장애를 회피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보인다. 이에 남북 대치 등의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원자력사업자에게 면책을 허용하는 것이 타당한지 입법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3. 원자력사업자의 손해배상액의 한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2019년 12월 27일까지 도쿄전력이 지급한 손해배상액은 총 9조3151억 엔으로 100조 원을 초과한 것으로 공개되었다. 우리나라는 원자력사업자에게 배상책임 한도를 제한하는 유한책임의 원칙을 취하고 있고 그 한도는 3억 계산단위(국제통화기금의 특별인출권에 상당하는 금액)로 약 5000억 원 정도이다(제3조의2). 당초 일본과 마찬가지로 무한책임으로 규정하고 있었지만 원자력사업자의 막대한 잠재적 책임 부담을 경감시켜줌으로써 원자력산업의 발전을 장려하기 위하여 유한책임으로 전환한 것이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통하여 확인하였다시피 현행 한도로 피해자가 입은 손해를 온전히 배상하기에는 극히 부족하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원자력사업자의 배상책임 한도를 삭제하는 개정안도 발의되었다. 하지만 배상책임 한도 폐지에 따른 원자력손해 담보능력의 확대와 원자력사업자의 부담 증가 간의 비교형량, 무한책임을 담보할 수 있는 보험 또는 제도 설계 등을 고려하여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며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현행 배상책임 한도의 개정은 시급히 필요하다. 더 나아가 원전사고는 원자력사업자에게만 책임을 돌릴 수 있는 것이 아닌 전 국가적인 대응과 배상체계가 요구된다는 점에서 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장호진 변호사 (서울회·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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