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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타인 재화의 무단관리로 인한 수익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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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논의 현황

자기 수익을 위하여 타인 소유의 물건을 무단으로 처분·관리하는 사안에서 해당 물건의 소유자가 그 처분·관리로 발생한 수익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가? 이 문제는 종래 '준사무관리' 사안으로 사무관리법의 틀 내에서 논의되었다. 그러나 부당이득·불법행위로 본인 보호에 충분하다는 취지의 부정설이 만만치 않았다. 사무관리법의 효과로써 무단사무관리자의 수익책임을 인정한 실무례도 찾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타인 재화의 무단관리로 인한 수익책임의 법정책적 필요성은 부인할 수 없다. 위법행위 억제를 위해 부당이득법이나 불법행위법 영역에서 손실자나 피해자가 입은 손해를 초과하는 이득·수익의 반환·배상에 관한 입법론·해석론적 시도도 활발하다. 상세한 논증은 졸고, 타인 재화의 무단관리로 인한 수익책임, 저스티스 통권 180호(2020. 10), 54면 이하를 참조하시길 바란다.


Ⅱ. 비교법적 검토

독일 민법전(제687조 제2항)이나 스위스 채무법(Art. 423)은 자기 수익을 위하여 타인 재화를 무단으로 처분·관리한 사람에 대한 수익책임을 사무관리법 틀 내에서 규율한다. 그러나 그 이전에 민법전을 제정한 프랑스·오스트리아는 같은 체계로 규율하지 않았다. 프랑스에서 사무관리는 준계약 영역에서 다루어졌고 무단관리자 수익책임은 그 틀 안에서 자리 잡지 못했다. 다만 최근 프랑스 민법전 개정으로 비채변제 외의 부당이득법 영역에서 악의 수익자에게 손해를 초과하는 이득반환 근거가 마련되었다(Art. 1303-4). 오스트리아는 그곳 민법전 제정 후에 독일 영향으로 사무관리법 틀 안에서 무단관리자 수익책임을 규율하는 해석이 있었지만 이후에는 침해부당이득 틀에서 그 해결을 도모하는 시도가 두드러졌다. 영국과 미국은 신탁적 구성에 터 잡은 의제신탁 법리 등을 통해 무단관리자의 수익책임 근거를 설정해 왔다.


Ⅲ. 수익책임의 법적 근거 모색
1. 사무관리법적 근거의 당부

독일과 스위스가 무단관리자의 수익책임 근거를 사무관리법 체계 내에서 규율한 것은 19세기 초중반 유럽대륙의 보통법상 논의 즉, 사무관리에 관한 객관설적 이해로부터 영향받은 바 크다. 그러나 19세기 후반에 이르러 사무관리에 관한 객관설은 후퇴하였고 결과적으로 위 국가들에서 주관설에 바탕을 둔 사무관리법이 규율되었다. 주관설에 기초한 사무관리법 체계에서 관리자 자신의 이익을 위한 타인 재화의 무단관리는 타인이익 보장·대변과는 대립 관계에 선다. 무단관리 사안이 주관설에 따른 사무관리법 규율대상이나 그에 터 잡은 법적 추론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이유다. 우리나라처럼 무단사무관리를 사무관리법 체계 내에서 규율하고 있지 않은 다른 주요 국가들이 사무관리법이 아닌 부당이득법이나 의제신탁 등의 법적 사고로 해당 사안을 규율하고 있음은 우연이 아니다. 무단관리자의 위법수익 보유가 결과적으로 부당하다거나 위법행위를 억제해야 한다는 가치판단으로는 명문 규정 없이 사무관리법 체계 내에서 무단관리자 수익책임을 근거 지울 수 없다.

 

2. 불법행위·부당이득법적 근거의 당부
가. 불법행위

타인 재화의 무단관리 행위는 불법행위를 구성하고 피해자 일실수익이 배상할 손해에 포함된다. 그러나 피해자 스스로 달성할 수 없거나 달성 의사가 없던 수익은 불법행위법의 손해 개념으로 온전히 포착할 수 없다. 또한 모든 불법행위자의 수익이 환수대상인지도 문제다. 불법행위 억제 관점에서 불법행위 가해자의 위법수익 토출 필요성을 제기할 수 있지만 그 토출 수익이 왜 피해자에게 돌려져야 하는지도 위 관점에서는 정당화하기 어렵다. 무단관리자의 수익책임을 명문으로 규정한 독일·스위스뿐 아니라 그 밖의 프랑스·오스트리아·영국·미국에서도 재화의 수익달성권한에 관한 권리귀속내용 침해를 전제로 수익책임이 논의되고 있다는 점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이는 우리 민법에 구현된 기본원리 중 하나인 재화의 부당이전 교정에 상응한다. 따라서 불법행위 중에서도 피해자 보유 재화의 수익달성 권한에 관한 권리귀속내용을 법률상 원인 없이 침해한 경우에 피해자에 대한 민사상 수익책임을 긍정할 수 있다. 그러나 민법의 불법행위법 규율 중에는 그러한 수익책임 근거와 범위에 관한 규율이 없다. 

 
나. 부당이득

수익달성 권한에 관한 권리귀속내용을 가진 재화 보유자에게 그 귀속내용으로부터 발생한 수익을 돌려야 한다는 점은 민법상 부당이득 제도 그 중에서도 침해부당이득 유형의 규율 원리에 부합한다. 그러나 수익자가 원물에 투자나 노력 등의 행위를 더해 얻게 된 수익 즉 운용수익을 수익자 반환범위에 포함하지 않음이 현재까지의 확고한 판례 입장이다(2005다34711 등). 적어도 악의 수익자에 대해서는 수익책임을 부과할 법률적 근거가 제시되어야 하는데 민법은 악의 수익자가 반환할 범위를 가중하는 규율을 두면서도 '그 받은 이익에 이자를 붙여 반환하고 손해가 있으면 이를 배상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민법 제748조 제2항). 따라서 타인 재화의 무단관리행위가 침해부당이득 구성요건을 충족하더라도 수익자 반환범위에 관한 법률상 특칙이 없는 한 부당이득법 규율에서 무단관리자의 수익책임 근거를 설정하기 어렵다. 

 

3. 신탁적 법률관계의 의제 가부
가. 사법(私法)상 수익책임 규율

종래 우리나라에서 법률상 명시적으로 수익책임을 인정한 경우로 민법상 위임관계(민법 제684조)와 조합의 업무집행조합원과 조합과의 관계(민법 제707조, 제684조), 사무관리관계(민법 제738조, 제684조), 상법상 상업사용인의 영업주에 대한 경업금지 관계(상법 제17조 제1항), 사원·이사 등의 회사에 대한 경업금지 관계(상법 제198조 제2항, 제397조 제2항), 신탁법상 금지의무위반 관계(신탁법 제43조 제4항) 등을 제시할 수 있다. 여기서 수익책임을 부담하는 당사자가 상대방 당사자 사무에 관한 선관주의의무와 이익보장의무를 부담하고 그러한 사무가 해당 상대방 재화로부터의 수익달성권한에 관한 권리귀속내용을 다룬다는 점이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나. 신탁적 법률관계의 의제
무단관리자에게 수익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수익달성 권한의 권리귀속내용을 가진 재화에 관한 무단관리자의 선관주의의무 및 이익보장의무를 의제하는 민사법적 규율 근거가 제시되어야 한다. 그 이정표는 '재화의 부당이전 교정'이다. 그러나 민법의 부당이득법 규율에서 그러한 법률관계 설정이나 의제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 


그렇다면 민법 제201~203조의 규율은 어떨까? 악의 점유자는 과실 보존과 그 이익확보의 객관적 주의의무를 부담한다(민법 제201조). 멸실·훼손에 관한 악의 점유자의 '책임 있는 사유(민법 제202조)'는 고의 또는 사회생활상 요구되는 주의를 게을리하거나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로 이해된다. 악의 점유자도 회복자에 대한 비용상환청구권을 갖는데 유익비는 가액 증가가 현존한 경우 회복자 선택에 좇아 그 지출금액이나 증가액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203조). 점유물 회복 시에 그 가치증가분 자체가 회복자에게 귀속됨을 전제한다. 이런 규율 내용은 신탁관계에서 수탁자가 부담하는 선관주의의무 및 충실의무와 신탁종료 후의 신탁재산 귀속 및 비용상환청구 규율에 상응한다. 이는 교정적 정의에 기초한 차선의 행위의무 규율로 이해할 수 있다. 악의로 수익달성권한에 관한 권리귀속내용을 가진 타인 소유물을 지배·관리한 자는 회복자에게 마치 신탁계약 관계에 있는 양 처신할 의무를 부담하도록 법률상 의제한 것이다. 이에 기초를 두면 악의 점유자가 과실·사용이익 외에 가치증대이익 관리 등에 관한 객관적 주의의무(이익보장의무 또는 충실의무)를 부담하고 그러한 관리 등의 과정에서 나온 수익(운용수익 포함) 이전과 소비에 대한 책임을 진다고 해석할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신탁적 법률관계 의제는 유사 상황 즉 타인이 보유하는 수익달성 권한에 관한 권리귀속내용을 가진 재화를 악의로 관리한 자와 해당 재화 보유자 사이에도 유추 적용할 수 있다.


Ⅳ. 결 어

민법 입법자가 당초 타인 재화의 무단관리로 인한 수익책임 문제를 의식하였다거나 이를 적극적으로 규율하고자 하였다고는 보기 어렵다. 그렇다고 타인 재화의 무단관리로 취한 수익이 무단관리자의 '뛰어난 재능'에 기한 수익이라는 이유로 민법상 수익책임 규율을 포기할 수 없다. 타인 재화의 무단관리로 인한 수익책임 문제는 20세기 이후 국내외에서 의미 있게 다루어진 논제이었다. 최근 국내에서 각종 위법행위에 대하여 피해자가 입은 손해를 초과하는 배상(이른바 징벌적 손해배상)이 각광 받고 위법행위자 수익을 고려하는 배액배상 제도 형태의 입법이 빠르게 확산하는 현상은 위와 같은 수익책임이 우리 민법 체계 내에서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때때로 이를 포기하는 듯한 해석이 제시되기도 한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위법행위자에 대한 징벌이나 제재의 관점에서만 손해를 초과하는 수익책임을 부과할 수 없다. 책임 범위에 포함되는 '수익'이 왜 피해자에게 반환되어야 하는지를 근거 지우는 것이 민법학의 과제이다.

 

 

최우진 교수 (고려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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