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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민사재판에서의 국민참여 - 가능성과 한계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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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들어가며

근대 국가에서 재판의 담당 주체는 보통 전문적인 법관이다. 사법권을 행사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점에서 자격과 요건이 필요하고 독립된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직업인으로서의 법관 이외에도 민간인이 그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되어 있는 나라도 있다. 영미식 배심제도이다. 세계의 법족을 영미법계와 대륙법계로 나누었을 때 우리는 후자를 택하고 있고 영미식 배심은 채택되어 있지 않다.

  

사회경제와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하고 국제화되어 감에 따라 대륙법계 국가에서 영미식 배심과 유사한 제도를 다방면으로 도입하고 있는 것도 중요한 변화이다. 우리는 법관과 거의 동일한 권한을 가진 영미식 배심을 채택한 적은 없지만 재판에 민간인의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여러 방안이 마련되어 있다. 특히 형사재판에서 시행되고 있는 국민참여재판이다. 

 

형사재판은 물론 민사재판에서도 시민의 입장에서 재판을 하는 것은 중요하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사건, 그밖에 시민의 입장에서 보면 국민보다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편을 들어주는 것처럼 보이는 행정사건에서도 배심이나 참심의 필요성은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국민의 재판참여는 법률부조 등 소제기 가능성을 용이하게 하는 것이 아닌 직접 판단을 내리거나 그것을 보조하는 쪽에 참가하는 점에 의의가 있다. 

 

민사재판에서의 국민참여, 예를 들어 배심이나 참심은 법정에서의 분위기를 많이 변화시킬 것이다. 전문법률용어가 난무하고 절차도 복잡하며 이해하기 힘들고 때론 무뚝뚝하고 불친절해 보이는 법관의 소송지휘와 판결이 현재의 민사재판의 모습이라면 국민의 참여에 의해 그것이 시민의 눈높이에서 쉬운 용어를 사용하고 절차진행의 설명이 친절해지는 긍정적인 모습으로 변해가고 결국 국민의 재판 신뢰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Ⅱ. 재판참여의 4가지 형태

재판참여의 형태를 편의상 4가지로 구분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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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형은 현행 기본적인 재판제도로서 전문적 직업인으로서의 법관이 하는 재판이다. 


나형은 평결에 관여하지만 법관의 권한과의 관계에서 전적으로 사실인정을 담당(민사라면 책임의 유무나 손해배상액을 판단, 형사라면 유죄 여부를 판단)하는(법관이 배심의 평결에 구속) 영미식 배심과 배심의 평결이 법관을 구속하지 않는 참심의 형태가 있다.

 

다형은 일반인이 심리절차의 진행을 보조하면서 화해를 권고하는 역할을 한다. 조정위원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라형은 전문가로서 전문지식을 살려 심리절차를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전문심리위원, 법원조사관, 감정인 등이 여기에 해당될 것이다. 

 


Ⅲ. 민사배심 또는 참심
1. 민사배심

순수한 의미의 영미식 배심을 도입할 수 있다면 별도로 참심을 논의할 필요성은 거의 없다. 또한 참심의 활용가능성이 낮다면 배심의 도입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것이다.

 

민사배심의 장점이라면 재판에 국민의 건전한 상식을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소수자나 경제적 약자의 권리보호 등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헌법문제로서 국민의 재판을 받을 권리와의 관계에서 위헌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즉 헌법 개정 없이 입법만으로 배심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부여할 수 있는지 문제이다. 다음으로 위헌문제가 아닌 민사배심의 실효성이다. 민사배심이 적절한 재판방법이라면 이를 채택하고 있는 영미에서는 그것이 활성화되어야 하지만 형사배심과 달리 민사배심은 그다지 이용되고 있지 않다. 


2. 민사참심
(1) 민사국민참여재판의 도입가능성

나형 중 현재 국민참여재판이 형사재판에서 이용되고 있다. 민사재판에서도 국민참여재판을 이용할 수 있을지는 단순하게 생각할 수 없는 면이 있다. 위헌 여부는 문제되지 않고 입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순기능으로 국민의 건전한 상식을 민사재판에 반영할 수 있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형사재판과 민사재판이 동일하지 않다는 점에서 문제가 없지 않다.

 

(2) 국가와 국민의 부담
먼저 법원의 부담, 국민의 부담이라는 문제가 있다. 이 문제는 민사사건 중 국민참여재판의 대상이 되는 사건의 범위를 어떻게 정하는지 즉 법원과 국민은 1년에 민사사건 중 몇 건을 국민참여재판으로 감당할 수 있을지 명확하지 않다. 법원이 부담할 수 있는 비용이 어느 정도인지도 해결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국민의 시간적 심리적 부담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참여하는 국민 개개인의 부담만이 아니라 가족이나 조직도 부담이 될 수 있다.

 

(3) 대상이 되는 사건의 범위
다음은 민사국민참여재판의 대상이 되는 사건의 획정이다. 민사사건수는 형사보다 많다. 형사재판에서는 일종의 중죄사건에 국한하고 있다. 민사사건은 형사처럼 중요사건 또는 아닌 사건으로 구분하는 것이 매우 곤란하다. 또한 형사국민참여재판은 당사자의 신청이 필요한데 만일 민사에서는 사건수가 많은 점을 고려하여 당사자 쌍방이 합의하면 국민참여재판이 가능하다는 방법도 없지 않지만 어느 정도의 사건에서 당사자쌍방이 합의할지 알기 어렵다.


Ⅳ. 일반인에 의한 재판보조
1. 서
이것은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으로 관여하는 방식인데 평결에 직접 관여하기보다는 심리절차의 진행을 보조하거나 조정 또는 화해를 추진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경우이다. 일반적으로는 법원에서 하는 조정절차에서의 조정위원을 가리킨다. 조정위원제도는 이미 이용되고 있으므로 이를 활성화하는 방안, 즉 다형의 조정절차 확대방안으로 일반인으로서의 조정위원 확대, 조정사건 확대 나아가 제도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할 것이다. 

 

2. 법원에 의한 ADR의 현황
(1) 법원조정센터

현재 우리 법원은 과거부터 이용되어 온 가사조정 이외에도 1990년부터 민사조정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변호사 자격이 있고 일정한 경력을 가진 사람을 상임조정위원으로 위촉하고 상임조정위원이 조정장으로서 조정사건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조정을 활성화하여 분쟁을 신속하고 원만하게 해결하려는 상임조정위원제도가 도입되었다. 

 

(2) 법원에 의한 외부 ADR기관으로의 사건회부
한편 법원에 의한 외부 ADR기관으로의 분쟁해결회부는 이미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시도되고 있다. 조정회부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외부 ADR기관을 활용하기 위한 방법 즉 근거법률의 필요성과 그 구체적 내용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3. 소액분쟁과 법원의 ADR
(1) 민간인참여에 의한 조정제도의 활성화

일본의 사법위원과 같은 제도는 우리나라에서도 민간인의 재판참여로서 참고할 수 있는 제도가 될 것이다. 현재의 소액사건심판절차에서 특별히 이용하는 방법이다. 많은 민사사건수를 차지하는 소액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하고 판결률을 낮춰 화해 등의 당사자에 의한 합의로 분쟁을 종료할 수 있게 하는 대응이다. 특히 전문적이 아닌 일반적인 사건으로서의 소액사건의 처리에 있어 일반 국민이 적극적으로 재판절차에 참여하여 화해를 유도하거나 쟁점정리에 관여하여 국민의 상식에 맞는 사건해결이 되도록 도모하는 방법이다. 

 

(2) 일정한 소액사건의 조정전치화
소액사건분쟁의 조정에 의한 처리를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은 지방법원에 법원조정센터가 설치되어 있지만 별도로 시군법원에 소액사건분쟁에 대한 조정을 전담시키는 방법이다. 물론 현재의 시군법원은 지방법원의 지원과 같은 위치에 있으므로 특별한 법원이라고는 할 수 없다. 이러한 시군법원을 예를 들면 '마을'법원이라는 형태로 상설법원으로 하는 것이다. 설치장소는 인구 20만 명 정도 지역 내지는 서울의 한 개 구 정도에 설치한다. 마을법원에서는 원칙적으로 조정을 이용하여 소액사건분쟁을 해결한다. 특히 일정한 사건 예를 들어 1000만원까지의 사건은 원칙적으로 마을법원의 조정에 회부한다는 절차운영도 고려할 수 있다.


Ⅴ. 전문가에 의한 재판보조

라형의 재판보조는 전문가로서의 지식 등을 이용하여 심리절차의 진행을 보조하며 때로는 화해를 권고하는 제도에 해당된다. 일반인이 아닌 전문가로서의 식견을 이용하여 그에 적합한 특별한 사건에서 효율적인 심리진행을 도모하려는 점에 있다. 여기에는 현재 최근 새로이 도입된 전문심리위원이나 법원조사관이 있고 과거부터 인정되어 온 감정인을 생각할 수 있다. 전문가라는 점에서 특별한 사건에서 이용되는 것이므로 그 범위는 그리 넓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법관이 모든 사건에서 전문성을 발휘하기 어렵고 앞으로의 새로운 사건이 출현을 감안하여 현제도의 활성화 방안이 중요 관건이다. 



Ⅵ. 맺음 말

민사재판에서의 국민참여는 열려진 법원, 국민을 의식하는 법원을 의미한다. 법관은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해야 하고 그와 같이 제도화되어 있다고 해도 조직으로서 법원이 존재하는 이상 항상 완벽을 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과도하게 많은 인력이 법관이 될 수도 없으므로 그것을 보조하는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결국 국민참여를 통해 민사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향상(충실한 변론을 바탕으로 신속 집중심리로 사건을 해결, 상식에 맞는 건전한 판결 그리고 심플하면서 설득력이 있는 판결서)과 열려진 재판으로 결실을 맺게 될 것이다.

 

 

김상수 교수 (서강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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