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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미국 법무부의 구글 반독점 제소를 보며

- 빅 테크 기업에 대한 우리의 대응방안 -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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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0일 미국 법무부는 구글을 반독점 혐의로 제소했다. 16개월에 걸친 조사 끝에 이루어진 것으로서 이른바 GAFA(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기업에 대한 해체 작업이 시작된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구글의 혐의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검색과 검색광고 시장의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아이폰 제조사인 애플 등에 구글 검색엔진 장착을 디폴트 옵션으로 하는 대가로 한 해에 수십억 달러를 지급했다는 것, 둘째, 자사의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하는 스마트폰 제조사에 구글 검색엔진을 디폴트로 설치하도록 요구해 왔다는 것이다(이상, 구글의 반독점 제소 관련 정보는 다음 참고. Steve Lohr, "Google case rests on law adopted by U.S. in 1890", New York Times, Oct. 22, 2020).

 

수익 대부분을 광고 수입에 의존하는 구글로서는 트래픽을 유도하기 위해 스마트폰 제조사에 자사의 검색엔진과 OS를 디폴트 옵션으로 하는 것이 중요한 전략이란 점에서 경쟁법위반 판정이 날 경우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올 만하다.

 

그런데 반독점 소송은 너무나 오래 걸리기 때문에 성장이 빠른 혁신 기업에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단적으로 켈쿠(Kelkoo)는 유럽연합(EU) 안에서 잘 나가는 온라인쇼핑 회사였는데 2011년 구글이 유사 서비스를 실시하면서 검색 화면 상단에 자사 쇼핑 리스트를 올려놓음으로써 구글이 켈쿠에 보내는 트래픽이 2~3년 만에 92%나 감소하게 됐다. EU 경쟁 당국은 8년여에 걸친 조사 끝에 구글에 27억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그 사이 켈쿠는 매출 급감과 대량 해고 사태를 겪었으나 구글은 2009년 237억 달러에서 2018년 1370억 달러로 수입이 가파르게 증가했다(이상, 켈쿠 사례 관련 정보는 다음 참고. Adam Satariano, "He beat Google. Yet it crushed him", New York Times, Nov. 12, 2019).

 

천문학적 규모의 과징금을 받더라도 그 이상으로 성장하니 반독점 제재를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이 사건으로 1998년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익스플로러 끼워 팔기 반독점 사건이 재소환되고 있다. 벌써부터 합의로 종결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데 그 과정에서 미국 정부가 미국 외의 나라들과 그 이용자들을 크게 고려하지 않을 것은 거의 분명하다. 작년 트럼프 정부가 중국을 겨냥해 화웨이에 압박을 가할 때 구글로 하여금 안드로이드 특허라이선스를 연장하지 않게 한 것에서 보듯 작금의 미중 간 경제전쟁에서 미국 정부는 자국 기업과 긴밀한 협력관계에 있다.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나 이용자들이 미국 법무부와 법원을 쳐다보고만 있어서는 안 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와도 관련이 없지 않은 구글의 반독점 혐의는 국내 사업자 간 갈등을 초래하는 우리 문제이기도 하다. 최근 구글 인앱 결제 강제정책이 관심을 받는 가운데 인앱 결제 수수료 30%의 절반인 15%를 국내 통신 3사가 결제수단 제공 대가로 받아왔음이 밝혀졌다. 

 

이는 미국 법무부의 조사내용을 뒷받침하는 것으로서 빅 테크 기업들과 국내 통신사들의 민낯이 드러난 셈이다. 우리나라 공정위도 즉시 빅 테크 기업의 시장지배력 남용행위에 촉각을 세우고 조사에 나서야 한다.

 

여기까지는 구글 반독점 사건의 표면에 불과하다. 이 사건을 정확히 진단하고 대처하기 위해서는 이면에 있는 구글의 급성장 배경을 살펴봐야 한다. 수익의 대부분을 검색과 유튜브 광고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구글에 검색시장은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2019년 기준 구글의 검색 광고 수입은 981억 1500만 달러, 유튜브 광고 수입은 151억 4900만 달러로, 구글의 광고 수입 총액은 1348억 1100만 달러인데, 이는 구글 전체 수입 1607억 4300만 달러의 83.9%를 차지한다{https://www.statista.com/statistics/633651/alphabet-annual-global-revenue-by-segment(2020.10.26. 방문)}.

 

구글이 검색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던 것은 저작물과 개인정보를 원하는 대로 수집하고 빅 데이터화하여 검색을 용이하게 하는 검색엔진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결국 구글이 독보적 위치를 누리고 있는 검색시장의 킹핀(kingpin)은 저작물과 개인정보 등 콘텐트의 자유로운 수집과 이용에 있다. 구글은 2004년부터 대학 도서관에 있는 책을 스캔하여 검색이 용이한 데이터로 구축하는 거대한 계획(구글 북스 프로젝트)을 세우고 실행에 옮겼는데 저작자의 허락을 받지 않아 저작권침해가 문제됐다. 저작권단체가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은 공정이용(fair use)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Authors Guild, Inc. v. Hathitrust, 755 F.3d 87 (2nd Cir. 2014); Authors Guild v. Google, Inc., 804 F.3d 202 (2nd Cir. 2015)}.

 

결론적으로 오늘날 구글을 만든 일등공신은 공정이용 제도였고 미국 법원은 이를 확인해줌으로써 구글에 길을 열어준 셈이다.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에 따른 정보주체의 사전 동의(opt in) 방식을 취하는 개인정보보호법제에는 저작권법상 공정이용과 같은 제도가 없다. 그런데 2020년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에서 가명정보 개념을 도입하고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통계작성·과학적 연구 등을 위하여 예외적으로 이용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통계작성·과학적 연구라는 불확정 개념을 구체화하기 위해 '가명정보 처리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으나 논란은 여전하다. 현재 진행형인 이 문제가 어떤 쪽으로 방향을 잡느냐에 따라 가명정보의 상업적 활용을 여는 틈이 생길 수 있고 그 틈이 커져 구멍이 된다면 저작권법의 공정이용 제도와 비슷한 궤적을 그릴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이용 조항 해석에서 미국 법원이 구글에 유리한 판결을 내린 이후 사실상 저작권법이 무용지물이 돼버렸다는 미국 뉴스저작권보호연합의 볼멘소리가 있다(News Media Alliance, 'How Google Abuses Its Position as a Market Dominant Platform to Strong-Arm News Publishers and Hurt Journalism', 2020).

 

실제 플랫폼 환경에서 뉴스 등 저작물은 사용허락을 받거나 이용료를 지불하고 쓰는 방식에서 사은품(gratitude)으로 전락한 측면이 있어 단순한 과장이 아니다. 경쟁 당국은 구글 등 빅 테크 기업을 견제한다고 하지만 검색시장(구글)이나 소셜네트워크(페이스북), 온라인쇼핑(아마존), 앱시장(애플)에서 트래픽을 끌어 모으기 위한 미끼(attention seeker)로서 저작물과 개인정보, 프라이버시 등 콘텐트를 동의 없이 이용하는 것에 크게 주목하지 않고 있다. 

 

빅 테크 기업들은 그 존립기반을 유지·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단적으로 저작권법 영역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빅 데이터 구축을 위한 자기강화 학습 과정에서 수많은 저작물을 자유롭게 이용해야 하는데 기존의 공정이용 조항으로 충족되지 않는다고 보아 최근 TDM(Text Data Mining)을 위한 저작재산권 보호 예외조항을 도입하려는 저작권법 개정 논의가 진행 중이다. 나아가 개정 개인정보보호법의 해석과 각종 가이드라인의 제정 논의에서도 저작권법상 공정이용 제도와 비슷하게 '사전 허락에 의한 이용'에서 '제도에 의한 동의 의제' 쪽으로 빅 테크 기업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시장지배력 남용 여부만을 주시하는 경쟁 당국이 놓치기 쉬운 이면의 문제라 할 수 있다.

 

구글·페이스북·아마존·애플 등 빅 테크 기업은 이미 우리 일상에 깊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 법무부의 구글 반독점 제소는 우리에게도 매우 중요한 사건이다. 그런데 반독점 쟁점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이들 기업의 집중과 팽창에 대한 견제 수단은 사전적인 것으로 저작권법·프라이버시권·개인정보보호법 등이 있고 사후적인 것으로 공정거래법이 있다. 이로써도 막아낼 수 없다면 그 수익에 과세하는 문제(이른바 구글세로 불리는 데이터세)가 논의될 수 있는데 -이는 기본소득제의 재원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국제적으로 워낙 견해 차이가 크다. 나아가 이들 기업이 벌여놓은 플랫폼 환경의 노동 현실은 전통적인 노동법을 좌절시키고 있으며 개별 국가의 노동법제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이런 광범위한 법률 문제의 중심에 빅 테크 기업이 있음에도 개별 정부 기관이나 학자들이 각기 부처와 전문분야 별로 나뉘어 대응하고 연구한다면 이들 회사가 상대하기에 너무나 쉬운 환경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야말로 종합적 접근(holistic approach)과 대처가 절실하다.

 

 

남형두 원장 (연세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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